해외여행기

고난주간에 생각하는 예루살렘

빌레이 2011. 4. 20. 15:57

남들에 비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닌 편에 속한다. 주로 업무상 출장을 겸한 여행이 많았다.

내가 다녔던 많은 여행지 중 지금도 뇌리에 뚜렷히 남는 곳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이다.

2002년 10월에 정부대표단의 수행원 자격으로 간 출장길이었다.

그 때는 성경에 푹 빠져 있었던 때라서 내가 느낀 감흥은 특별했었다.

 

여행 당시 이스라엘 총리였던 샤론이 지금은 회교성지인 예루살렘의 황금돔사원에서

유대교 예배를 본 사건이 난 직후라서 전쟁 중인 상황이었다.

일과를 마친 후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고 싶어도 권총으로 무장한 문지기의 검문을 통과해야 했다.

텔아비브에서 거의 모든 업무는 이루어졌고, 돌아오는 날이 되어서야 관광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스라엘의 수도인 텔아비브는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해변 도시이다.

텔아비브 앞바다는 포세이돈과 안드로메다의 전설이 깃든 곳이고,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성경에 나오는 욥바라는 항구에 이른다.

거리 곳곳에 꽃다발이 놓여진 곳이 있는데, 폭탄테러가 발생한 장소라고 해서 오싹했던 기억이 있다.

희생자를 추모한 꽃다발이 오히려 무섭게 다가왔으나, 현지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교통사고로 죽은 희생자보다 폭탄테러로 죽은 사람이 적다는 논리였다.

 

텔아비브에서 버스로 예루살렘을 지나 사해를 다녀오는 일정으로 관광은 이루어졌다.

예루살렘에서 광야를 지나 여리고 지방 맞은편의 사해에 이르는 길은 인상적이었다.

해발 800여 미터 고지인 예루살렘에서 마이너스 200 미터인 사해에 이르는 중간 중간엔 해발고도 표지판이 있다.

고도 표지가 어느 순간 마이너스로 변하는 모습을 본 건 이 곳이 처음이다.

 

사해에서 돌아오는 길에 예루살렘의 감람산에 있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차를 내렸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기 전 마지막으로 기도드린 그 장소에 교회가 세워져 있었다.

기드온 계곡을 사이에 두고 솔로몬이 세운 예루살렘 성을 마주 보는 위치였다.

유서 깊은 장소에서 나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뜨겁게 기도드렸던 생각이 난다.

 

출장을 가기 전에 <팔레스타인>이란 르뽀 만화를 본 기억이 있다.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삶을 다룬 매우 사실적인 시사 만화였다.

그 책의 내용을 속속들이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의 실상은 이해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예루살렘이 기독교, 카톨릭, 유대교, 회교 모두의 성지이고,

이들 종교에서 믿는 유일신은 모두 같다는 사실도 이 때 처음 알았다.

예를 들면, 회교의 알라신에서 "알"은 영어의 정관사 'the'이고, "라"는 'god'을 의미한다.

즉, 알라는 하나님(The God)의 아랍어식 표현인 것이다.

 

 1. 감람산에서 바라본 예루살렘성. 황금돔사원은 현재는 회교사원이다.

연기가 나는 골짜기는 기드온 계곡... 감람산은 공동묘지...

유대교에서는 부활이 이루어지는 첫 장소라는 뜻에서 명당인 모양...

감람은 올리브를 이르는 말로 감람산엔 천년이 넘은 올리브 나무들이 많다.

 

 2. 사해에선 누구나 물에 뜰 수 있다. 염분 농도가 무척 높아서 그냥 떠 있다.

하지만 오래 있으면 탈수 현상이 생긴다. 삼투압 때문에...

 

3. 예루살렘에서 여리고 가는 길 중간의 광야... 정말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땅...

비가 오면 간간히 풀이 자란다고... 목축업을 하는 배두인들이 지금도 산다..

 

4. 겟세마네 교회 안에는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기도드렸던 바위를 성역화 해놓았다..

 

5. 겟세마네 교회 앞에서 예루살렘 성벽을 배경으로... 이 때만 해도 젊었네여...

 

6. 유대교 성지로 유명한 통곡의벽... 돌틈 사이엔 수 많은 소원을 담은 쪽지들이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