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면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풍광이 바로 루이스 호수(Lake Louise)이다.
캐나다 관광 관련 각종 서적이나 팜플렛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도 루이스 호수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자랑할만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 중에 가장 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탄성을 자아낼만큼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루이스 호수는 밴프에서 서북쪽으로 50여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
밴프의 도미토리 이층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던 나는 한밤중 코고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덟명이 한방을 쓰는 까닭에 일어난 현상이다. 어찌나 세게 골던지 더이상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세시가 아직 안되었다. 밖으로 나가 보았다. 보우강을 흐르는 물소리와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좋았다.
심호흡을 하며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검푸른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빛나고 있었다. 반짝반짝...
그렇게 맑은 별을 언제 보았던가. 흐르는 강물 소리와 쭉뻗은 삼나무 줄기 사이로 별들은 그렇게 빛나고 있었다.
이국땅 머나먼 하늘에서 어릴적 고향의 은하수가 연상되는 아니러니를 맛보는 순간이다.
다시 코고는 소리가 진동하는 방으로 들어가기 싫었다. 그대로 루이스 호수로 가고 싶어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밤중의 어둠을 가르며 고요한 밴프 시내를 빠져나가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일어났다.
무심코 기차 건널목을 지나는데 기차의 밝은 불빛이 매우 가까이 정면으로 비치는 것이다.
분명 건널목 신호등은 빨간불이 아니었다. 기차와 충돌할 것 같은 등골 시린 순간 과감하게 엑셀을 밟아버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맑은 공기와 직선으로 곧게 뻗은 레일 때문에 실제보다 매우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이런 순간을 뒤로 하고 천천히 루이스 호수를 향해 나아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숲길 사이의 길을 혼자 운전하고 간다는 게 무척 무서웠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각에.
아무리 달려도 루이스 호수 푯말은 나타나지 않는다. 두려움과 조바심 때문에 그렇게 느꼈으리라.
그래도 믿음을 갖고 나아가니 루이스 호수로 접어드는 루이스정션이란 곳에 당도한다.
이곳 휴게소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차속에서 잠을 청하기로 한다. 썸머타임 때문에 여섯시가 다되어 날이 밝는다.
여명 속에 호수로 향한다. 루이스 호수의 새벽은 추웠다. 하지만 추위를 느낄 새도 없이 아름다움에 취해버렸다.
마치 술취한 사람이 추위를 느끼지 못하듯.
코발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물빛, 만년설을 이고 있는 록키의 영봉들, 꽃으로 단장된 샤또레이크루이스 정원...
완벽한 조화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손길이 멈출줄 모른다.
새벽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구름띠는 신비함을 더해준다. 극한의 행복감이 밀려온다.
호수 주위로 난 산책로를 따라 상류쪽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이곳 저곳을 부지런히 돌아보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두 시간이 후딱 지나버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루이스 호수 주변에 있는 모레인 호수로 향한다. 10여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이다.
모레인 호수는 고요하다. 물이 맑은 정도는 루이스 호수보다 훨씬 더하다.
병풍처럼 펼쳐진 주위 산들도 루이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케일이 좀 작은 것과 화려함이 없다는 것이 루이스 호수와 다른 점이다.
트레커들은 오히려 이러한 모레인 호수를 더욱 좋아한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도 가족 단위의 등산팀들이 많이 있고 상대적으로 관광객들은 거의 없었다.
나도 산으로 산책을 좀 해볼까 했는데, 곰이 나올 수 있다는 표지판 때문에 포기했다.
적어도 4명 이상의 그룹으로 산행하라는 메시지였다.
1. 샤또레이크루이스 호텔 정원에서 바라본 루이스 호수... 꽃, 호수, 만년설 등의 완벽한 조화...
2. 새벽에 루이스 호수를 바라보는 연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3. 나는 외로운 방랑자...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띠는 해가 떠오르니 사라져버렸다... 귀한 풍경을 보았다.
4. 호수에서는 카누를 빌려서 타볼 수 있다. 물을 무서워 하는 탓에 포기했다...
5. 산책 중에 만난 다람쥐 녀석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캐나다의 모든 동물들은 사람이 와도 달아나지 않는 것 같다...
6. 새들도 아침 점호를 하나??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7. 빙하 녹은 물이 흘러드는 루이스 호수 상류... 입구에서 이곳까지 2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다.
8. 호수 주변의 산책로는 잘 단장되어 있다... 말똥이 자주 보이는 걸 보면 말타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느느 듯...
9. 호수 상류쪽에서 바라본 샤또레이크루이스 호텔... 최상급 호텔...
10. 호수에서 빨간 카누를 즐기고 있는 모습은 또 하나의 그림...
11. 모레인 호수의 산책길이 더욱 호젓하고 좋아 보인다...
12. 산으로 올라가보려 하니 이런 푯말이 있다... 곰을 만날 수 있으니 4명 이상의 그룹으로 가라는...
13. 모레인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미는 루이스 호수보다 오히려 뛰어난 것 같다...
14. 모레인 호수의 보트 색깔은 또 어찌나 예쁘던지...
15. 사진 정면에 보이는 바위 무더기 위에 올라서 보는 풍경을 찍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16. 모레인 호수가 있는 골짜기의 로지에서는 한여름에도 난로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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