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북한산 원효봉-염초봉 리지 등반 - 2011년 2월 25일

빌레이 2011. 2. 25. 23:27

 

산행 경로 : 효자동 마을회관 - 시구문 - 땀바위 슬랩 - 원효봉 리지길 - 원효봉 정상 - 염초 리지길 초입

                - 염초 1피치 직벽 - 책바위 - 말바위 - 백운대 정상 - 백운산장 - 도선사 입구 하산

산행 참가자 : 모모, 북악(박태훈 교수님), 가우스, 이상 3명

 

소백산 종주를 다녀온 후 감기 몸살이 심해졌다.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일 때문에 업무가 바빠 별로 쉴 틈이 없었다.

주말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관계로 출장이다. 산을 탈 수 없다는 얘기다. 금요일에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빙벽 시즌도 끝났고, 암벽은 아직 추울 것 같다. 리지 등반은 괜찮을 것 같아서 모모를 꼬셔본다. 마침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연구년을 보내고 계시는 박교수님도 합류하신다고 하여 세 명의 리지 멤버가 구성되었다.

작년 가을에 숨은벽과 만경대 리지 등반을 함께 했던 팀이 다시 뭉친 셈이다.

 

구파발역에서 10시 정각에 만나 효자동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북한산성입구 다음 정류장인 마을회관에서 하차해야 한다.

시구문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제법 땀이 송글송글 맺힐 무렵 시구문에 이른다. 몇 년만의 시구문인지 기억이 아스라하다.

시구문을 지나자마자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나 우측의 오솔길로 들어선다. 땀바위 슬랩을 찾아야 하는데 가물가물하다.

조그만 슬랩을 지나 장비를 착용한다. 안전장구를 갖추면 리지 등반이 훨씬 즐거워지는 것 같다.

장비 착용을 마치고 조금 오르니 땀바위 슬랩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제대로 나는 것 같다.

 

치마바위 중턱에서 우측으로 돌아 아기자기한 리지길을 따라 오르니 어느새 원효봉 정상이다.

염초 리지를 오르기 전에 비교적 쉬운 원효봉 리지로 몸을 푼다고 생각하니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원효봉 정상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성벽길을 따라 내려간다. 염초 리지 초입에 두 분의 공단 직원이 지키고 있다.

헬멧과 안전벨트가 없으면 통과시켜주지 않는다. 우리는 기분 좋게 인사 나누며 통과한다.

 

우리 바로 앞에 아저씨 두 분과 아주머니 세 분으로 구성된 팀이 먼저 염초 리지로 향한다.

얼마 오르지 않아서 염초 리지 1피치라 할 수 있는 직벽 구간이 나타난다.

앞선 팀이 한참 오르고 있는데 자일 사용이 아주 어색하다. 간접확보에 대한 기본이 전혀 안 되어 있다.

우리가 등반할 때 자일 사용법을 보겠다고 한참을 구경하다 가는 걸 보면, 등반시스템에 대해선 익숙하지 않은 분들 같다.

 

직벽 구간은 생각보다 홀드가 확실하고 좋아서 괜찮았지만, 초보이신 박교수님을 위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가보기로 한다.

중간 크랙에 블랙다이아몬드 캠을 두 개 설치하고 선등한다. 모모가 뒤에서 든든하게 확보해주니 등반이 즐겁다.

박교수님도 나의 간접확보로 안전하게 잘 오르신다. 마지막으로 모모가 캠을 회수하며 오르니 첫 피치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날씨도 우려했던 것보다 좋아서 등반이 즐겁다. 능선을 걷는 구간에선 세 명이 안자일렌을 하고 오른다.

 

염초 리지 같은 암릉등반에서 사오미터 간격의 안자일렌은 매우 유용하고 안전한 등반 시스템임을 깨달았다.

볼트가 없는 오르막에서 선등자의 확보는 물론 후등자 확보에도 아주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중간 팔자매듭으로 안자일렌 하는 간격은 리지길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염초의 경우 사오미터 간격이 이상적이다.

가우스-박교수님-모모, 이렇게 셋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안전함을 몸소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등반의 즐거움을 향상 시켜 주는 것 같다.

 

염초 리지의 하일라이트인 말바위 잔등의 바위는 손재밍으로 올라야 한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구간이다.

손재밍하다 상처나는 것도 싫고 하여, 캠 두 개를 박고 오르니 아주 쉽다. 박혀진 캠을 손잡이 삼아 오르니 후등자도 쉽다.

말바위를 지나 하강을 한 후 좌로 돌아가야 하는 바위가 나오는데 눈길이다. 그래서 따뜻한 오른쪽 길로 올라본다.

제대로 된 루트는 아닌 것 같았지만 올라보기로 한다. 크랙에 캠을 하나 박고 어렵사리 오르니 평평한 너럭바위다.

박교수님과 모모도 올라와서 진행하려다보니 내려갈만한 길도, 하강 고리도 없다. 길을 잘 못 든 것이다.

이른바 알바를 한 것이다. 하지만 나무에 자일을 걸고 하강하니 이 마저도 즐겁다.

 

세 사람이 모두 무모한 도전 보다는 안전한 등반에 기쁨을 느끼는 체질이라서 그런지 등반이 시종일관 재미있다.

백운대 정상에 서니 안전하고 즐겁게 올랐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과 만족스런 등반을 했다는 뿌듯함이 자리한다.

등산학교에서 암벽등반을 참 잘 배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되었다.

리지 등반을 이렇게 편안하고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는 것은 안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암벽등반과는 조금 다른 암릉등반의 시스템도 생각해보고 안자일렌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새로운 소득이다.

한 몸처럼 같이 움직여준 박교수님과 모모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1. 염초리지 1피치 직벽 구간... 프랜드 두 개로 확보하고 안전하게 오른다..

 

 2. 원효봉 리지길 초입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3. 원효봉 땀바위 슬랩... 예전엔 꽤 심한 경사였는데... 이제는 너무나 완만한 슬랩..ㅎㅎ

 

 4. 원효봉 정상에서 바라본 염초 리지..

 

 5. 앞선 팀이 우리 자일 사용하는 것 구경하겠다고 내려다본다..

 

 6. 후등을 맡아 박교수님을 안전하게 리드해준 모모에게 감사하는 마음..

 

 7. 능선길 멀리 우리가 지나온 책바위가 보인다... 책바위 위에도 하강 고리가 있다..

 

 8. 말바위를 직등하기 위해선 손재밍을 해야하지만 프렌드를 사용하면 쉽다..

 

 9. 이 눈길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알바를 했다..

 

 10. 이렇게 어렵게 올라서 알바하는 것도 예기치 않은 즐거움..ㅎㅎ

 

 11. 우리가 알바한 너럭바위가 보인다... 하강 고리가 없어서 나무에 걸고 하강했다..

 

 12.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인수봉에도 사람들이 붙어 있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13. 하강 모습을 박교수님께서 촬영하셨다..

 

 14. 백운대 정상에 도착하니 까마귀떼가 군무를 선보인다... 우리를 축하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15. 숨은벽 능선도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다..

 

 16. 인수봉에 비친 산그리메가 정겹다... 올해엔 또 어떤 루트를 오를 수 있을까?.. 기대된다..

 

 17. 박교수님과 모모가 전혀 거부감 없이 나와 한 팀이 되어 등반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18. 빙벽을 하면 살이 좀 빠질줄 알았는데... 헛된 기대였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