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의대길 등반 - 2010년 10월 30일

빌레이 2010. 10. 31. 03:49

 

 

참가자 : 양영수(무아지경), 최기송(인자요산), 박철성(깔끔이), 문해식(에이스), 김은경(모모), 강주성(가우스), 이상 6 명.

 

인수봉 귀바위에서 하루재 방향으로 뻗어내린 날등을 오르는 의대길 등반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도감이 심했으며, 쉬어갈만한 쉬운 구간이 한 군데도 없었다.

긴장감 때문에 등반 과정을 즐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귀바위 정상에 섰을 때의 만족감은 대단했다.

 

모든 마디의 선등자 빌레이는 최 강사님이 봐 주면서 코치를 겸하니 선등자들이 안정감 있게 오를 수 있었다.

인수 A길의 출발 지점에서 오아시스로 향하는 대슬랩 구간은 철성 형이 선등을 맡았다.

오아시스에 모여 귀바위로 향하는 날등에 박혀 있는 볼트들을 올려다보니 의대길 등반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의대길 첫 피치를 선등으로 오른다. 세 번째 볼트에서 두 번 슬립을 먹은 후 간신히 피치를 끝낸다.

미끄러진 구간에서 과감하게 올랐어야 했는데 약간의 머뭇거림이 슬립으로 이어진 것 같다.

 

두 번째 마디도 선등으로 붙어 본다. 처음 트래버스 구간부터 자세가 잘 나오지 않는다.

좌향 크랙 중간 부분에 캠을 설치하고 크럭스 부분을 돌파해 보려고 하는데 왼쪽 팔이 심상치 않다.

팔 힘을 믿지 못하니 레이백도 핸드다운 자세도 자신이 없다. 하는 수 없이 후퇴하고 해식에게 양보한다.

해식이는 타고난 완력으로 두 세번의 미끌림 후에 멋지게 좌향 크랙의 크럭스 부분을 돌파한다.

 

세 번째 마디는 볼트 따기 부분이다. 의대길 전체가 그렇듯 올려다 보면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붙어보면 장난 아니다.

볼트 따기 부분은 양 강사님이 선등을 맡았다. 양 강사님은 몸이 가벼워 직벽 구간의 볼트 따기도 잘 하신다.

키가 잘 닿지 않은 구간에선 프로그(frog)에 안테나를 달아 새롭게 구성한 최 강사님 작품의 장비가 요긴하게 사용 되었다.

일명 개구리라 불리는 변형 퀵드로 장비를 응용한 최 강사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특허감이다.

 

해식이가 선등으로 오른 넷 째 마디 직벽 구간은 좀 희한하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올록볼록 홀드가 참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해식이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도감에서 오는 공포감과 직벽의 부담감이 아주 큰 구간이다.

실제로 붙어보니 홀드로 보였던 것들도 나에게는 홀드 같지 않게 보였다. 해식이의 용기와 끈기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다섯 째 마디도 페이스에 가까운 슬랩으로 쉽지 않은 구간이었는데 은경이가 가볍게 선등으로 올랐다.

 

의대길 다섯 째 마디는 오른 쪽에서 올라오는 취나드길과 만나는 곳으로 귀바위 바로 아래의 비교적 넓은 테라스다.

이 곳에서 취나드길로 올라 온 대학생들이 모교의 산악부 대원들이란 것을 오가는 대화 속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대학 후배들이 기특하여 간식으로 준비해간 소시지를 하나씩 주니 아주 환한 얼굴로 넙죽 받아 먹는다.

거기에서 하강하는 후배들의 안전을 위해 최 강사님께서 특별히 신경 써 주시니 고마운 마음이다.

 

테라스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귀바위 정상으로 향하는 여섯 째 마디는 철성 형이 선등을 맡았다.

마디 초입의 턱진 부분에 올라 서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구간이다.

이 마디를 끝내고 짧은 턱 하나를 더 올라서니 비로소 귀바위 정상이다.

시종일관 쉽지 않던 의대길을 우리가 해냈다는 만족감과 안전하게 올랐다는 안도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최 강사님, 양 강사님, 철성 형, 해식, 은경, 주성, 이렇게 여섯 명이 한 팀으로 멋지게 임무 완수한 뿌듯함이 찾아든다.

 

한편, 취나드길로 올라온 일행 중 119 구조대에 근무한다는 두 분의 하강 시스템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스러워 보였다.

근무 시간 때문에 일찍 내려가야 한다면서 60 미터 자일로 한 줄 하강 후 우리에게 자일 회수를 부탁한다.

세상에 자신의 목숨을 다른 사람에게 그리 쉽게 맡겨도 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바빠도 생명에 관한 것이라면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등반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철성 형이 선등으로 올라가고 있는 순간도 참지 못하고 자기들 먼저 하강 하는 이들의 자세 또한 무례해 보였다.

반면 교사로 삼고 우리는 그들처럼 등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려오는 길은 최 강사님의 세심한 셋팅 하에 귀바위를 내려서서 인수 A길의 골짜기 방향으로의 피치 하강이다.

귀바위에서 골짜기로 내려서는 15 미터 하강 후에 골짜기에서 두 번의 60 미터 하강을 하면 오아시스에 이른다.

먼저 60 미터 자일 두 동을 연결하고 다음 피치에서 한 줄 하강을 실시하면 자일 세 동으로 120 미터를 내려올 수 있다.

물론 마지막 하강자는 두 번 모두 두 줄 하강해야 한다. 오아시스에서 다시 60 미터 하강하면 등반 출발점에 도착한다.

모든 피치 하강은 최 강사님이 셋팅하며 맨 먼저 내려 가고, 내가 마지막으로 두 줄 하강하는 순서를 따른다.

최근의 적벽산악회 등반 대장도 피치 하강 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하강은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일반 등산객들과 섞여 내려오는 길은 항상 그렇듯 만원이다.

하지만 하루재 너머 하산길의 단풍이 한창인지라 풍경 즐기면서 여유롭게 내려오니 좋다.

도선사 주차장에서 숨은벽 등반을 마치고 하산한 준호 씨 부부를 반갑게 만나서 뒷풀이를 같이하니 더욱 기쁜 마음이다.

 

 1. 드디어... 귀바위 정상에 서다... 등반자 모두가 하나 되어 오른 의대길...

 

 2. 대슬랩을 오르는 에이스와 모모... 믿음직스런 친구들...

 

 3. 대슬랩 선등을 마친 철성 형과 최 강사님이 오아시스에서...

 

 4. 내가 중간에 포기하고... 에이스가 멋지게 선등으로 올랐던 좌향 크랙 부분... 올려다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거...ㅎㅎ

 

 5. 저 위에 볼트 따기로 3 피치를 오르는 양 강사님과 빌레이 보는 최 강사님, 에이스의 모습이 보인다...

 

 6. 의대길 피치 중간에서 내려다보니... 일찍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ㅎㅎ

 

 7. 의대길은 날등이라 고도감이 있는 만큼 조망도 훌륭하다... 다른 팀 등반 모습이 다 보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

 

 8. 취나드길과 만나는 지점의 테라스에 설치된 피톤... 여러 팀들이 모여 북적였던 곳...

 

 9. 모교 대학산악부 학생들이 등반하는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10. 귀바위 정상에서 건너다 본 숨은벽... 피터, 현이 부부께서 올랐다는...

 

 11. 귀바위에서 동쪽으로 내려다보니... 인수봉 그림자가 선명하다..

 

 12. 귀바위 하강 후 인수 A길 골짜기에서 피치 하강을 기다리며...

 

13. 피치 하강은 여러 모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