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설경은 무등산이 최고 - 2009년 12월 26일

빌레이 2009. 12. 29. 03:48

영하의 추운 겨울, 이른 아침 증심사 주차장입니다.

막바지 공원 조성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직 주차비는 받지 않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새인봉 들머리로 길을 잡습니다.

증심사 골짜기를 올려다보면 좌측이 토끼등 쪽이고 우측 능선이 새인봉에 이르는 길입니다.

여러 차례 무등산에 오르지만 새인봉 코스는 처음입니다.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 호젓하고 좋습니다.

 

새인봉은 절벽미가 으뜸입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암벽은 단양팔경의 사인암 몇 개를 옮겨 놓은 듯 합니다.

저 멀리 중봉이 눈앞에 버티고 있고, 서석대를 비롯한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져 있습니다.

많은 등로가 교차하는 중머리재는 넓은 공터입니다. 중머리재에서 장불재 방향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용추삼거리 부근에서 따뜻한 커피와 초코파이로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눈길입니다.

 

장불재에 들어서니 시야가 환해집니다. 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입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행운입니다.

무등산 정상부의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에도 해안 주상절리대가 있습니다.

해발 천 미터 넘는 산과 해발 제로의 바닷가에 동일한 모양의 절벽이 있으니 자연은 참 신비합니다.

입석대부터는 눈이 즐겁습니다. 기암괴석과 눈꽃이 어우러진 무등의 설경은 가히 일품입니다.

 

서석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설경은 하얀 산호초 군락을 연상시킵니다. 아직까지 이런 장관을 무등산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풍경과 높이 때문에 비할 데 없이 아름답고 높아서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의미의 무등(無等)이란 명칭이 생겼나봅니다.

무등산 정상인 천황봉은 여전히 군사시설 때문에 통제 지역입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허나 예전엔 입석대, 서석대도 개방되지 않아서 중봉이 실질적 정상 노릇을 했답니다. 

 

무등산 옛길이 조성되어 서석대에서 중봉으로 내려서는 길이 좋아졌습니다.

서석대 전망대에 이르는 길은 눈꽃 터널입니다. 천국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듯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입석대의 바위 기둥들과는 사뭇 다른 병풍 같은 서석대의 절벽미를 표현할만한 언어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절벽 사이에 피어 있는 빙화가 하얀 산호초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저의 궁색한 묘사입니다.

 

중봉은 드넓은 억새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봉에서 올려다보는 정상부는 하얀 동화나라 같습니다. 

중봉 밑의 바위 턱에 앉아 서석대 바라보며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아내와 나눠 마시니 부러울 게 없습니다.

저 멀리 광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제 용추봉 지나서 중머리재에 내려섭니다.

증심사 골짜기로 하산하여 애호박찌개로 늦은 점심을 먹으니 모든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무등산은 광주 시내 거의 모든 학교의 교가에 등장할만큼 광주 전남의 정신적 지주입니다.

제가 졸업한 고교의 교가도 "무등산 아침 해는 나라의 기상...."으로 시작합니다.

일본의 후지산처럼 무등산 정상부는 겨울 동안엔 하얀 눈산으로 남아있습니다.

고교 시절 자전거로 등교하면서 백운동 광장에서 보았던 무등산의 인상을 잊지 못합니다.

하얀 나폴레옹 모자를 눌러쓴 거대한 그 산이 내 가슴을 항상 설레이게 했습니다.

그 시절의 설레임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여섯 시간 동안의 산행이 비할 데 없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