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명성산 능선과 산정호수 둘레길을 만끽했던 하루 -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빌레이 2009. 11. 9. 09:16

- 참가자 : 파사, 모모, 에이스, 가우스, 이상 4명

- 산행코스 : 산정호수 주차장, 책바위오름길, 주능선, 팔각정, 삼각봉, 명성산정상,

                  산안폭포, 산안고개, 산정호수 둘레길, 산정호수 조각공원, 주차장 (약 7시간 30분 소요)

 

토요일 시간이 될 것 같아 연락을 취해봅니다. 캐빈은 에코와 내장산 간다고 합니다.

파사 형은 불곡산 간다고 한 것을 국망봉 같이 가자고하여 동참합니다.

에이스와 모모도 시간이 허락되어 국망봉으로 잠정 결정하고 새벽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마음 속에선 국망봉과 명성산을 저울질 합니다. 차 안에서 에이스와 모모가 안 가본 명성산으로 최종 결정합니다.

 

가는 길 47번 국도변에서 올갱이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합니다. 8시 정도에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한시적으로 주차료를 징수하지 않으니 기분도 좋아집니다. 가파른 책바위 등로를 올라챕니다.

예전에 캐빈과 올 때는 계단이 그리 많지 않은 바위길이었는데 나무 계단을 많이 설치해 놓았습니다.

계단 몇 군데가 생겼을 뿐인데 훨씬 힘들지 않게 주능선에 진입합니다.

 

명성산 주능선은 책바위 정상부터 억새평원 팔각정과 삼각봉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멋진 산길입니다.

좌로는 산정호수가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녹색의 양잔디가 예쁘게 깔린 몽베르 골프장이 보입니다.

우측은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견치봉, 청계산, 운악산 등이 이어진 한북정맥이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겨울에 명성산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눈쌓인 한북정맥은 히말라야가 부럽지 않을 풍광을 자랑합니다.

 

억새철이 지나서 명성산은 좀 쓸쓸한 느낌마저 들지만 호젓함이 있어서 우리 같은 산꾼들에겐 더욱 좋습니다.

오랜만에 같이한 파사 형과 항상 마음 든든한 친구들인 모모와 에이스가 있으니 산 전체가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명성산 정상에서 가진 점심 시간은 근래에 느껴보지 못한 포근함과 오붓함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산안폭포 골짜기로의 하산길은 낙엽 가득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늑한 숲길입니다.

 

드넓은 슬랩과 깍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안폭포 위쪽에서 한참을 노닐다 하산합니다.

산안고개는 비포장 군사도로입니다. 고개에서 뒤돌아본 궁예능선과 명성 주릉은 한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습니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낙엽송숲은 이국적 향취와 함께 아련한 향수도 느끼게 해주는 묘한 분위기를 전해줍니다.

차가 드물고 함께 걷는 길이라 그런지 산정호수에 이르는 포장도로도 팍팍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항상 물이 찰랑찰랑한 산정호수 둘레길 산책은 언제나 좋습니다.

유원지로 개발된 우리나라 호수들 중에서 산정호수는 가장 좋은 풍광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나무 두 그루가 멋지게 드리워진 호숫가에서 포천막걸리 두 병을 거의 파사 형과 둘이서 마셨습니다.

에이스는 운전 때문에, 모모는 원래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술을 마신 적이 근래에 있었던가 싶습니다.

얼큰하게 취해 흐느적거린 것도 꽤 오랜만에 느껴본 경험입니다.

산이 좋고, 물이 좋고, 산우들이 좋아 마음 속 사랑의 감정이 풍성히 차오르던 

늦가을 해질무렵 산정호숫가 그 술자리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