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의 정문격인 신흥사 입구의 대형 일주문을 07시 무렵에 통과한다. 수차례 지나쳤던 낯익은 곳이건만 작년 1년 동안 보지 못한 그리움이 쌓인 탓일까? 반갑고 설렌다. 비룡교 앞으로 펼쳐지는 노적봉과 권금성 일대의 연봉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하늘금을 이룬 백두대간이 선명하고, 움푹 패인 저항령이 가까이 보인다. 언제 봐도 물리지 않는 장쾌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소토왕골로 향하는 숲속 오솔길은 어제의 미륵장군봉 접근로만큼이나 정겹고 시원하다. 암장의 베이스캠프엔 이미 데포시켜 놓은 짐들이 눈에 띈다.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한 루트에 매달린 팀들의 것이다.
소토왕골 암장은 노적봉 정상으로 향하는 릿지길인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우측의 깍아지른 절벽에 자리한다. 계곡에서 올려다 본 암벽은 다분히 위압적이다. 오늘은 따가운 햇살이 암벽을 비추기 전에 등반을 끝내고 송어회를 먹으러 갈 요량으로 쉬운 루트를 골라 가볍게 올라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 피치 중간의 오버행 구간을 올라설 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개념도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고 붙은 게 화근이었다. 웬만한 곳은 인공으로라도 돌파할 수 있다는 섣부른 자만심도 깔려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우측의 '물길(5.10b)' 루트를 택했어야 했는데, 좌측의 'Call me(5.10c)'와 '구멍(5.11b)' 루트를 혼재해서 등반한 것이었다.
크럭스를 가까스로 돌파하여 등반거리가 40미터에 이르는 1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후로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이왕 어려운 길을 택했으니 긴장감을 갖고 제대로 올라보자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2피치 크럭스 구간은 더욱 힘들었다. 오버행 턱을 올라서야 하는데 확실히 잡히는 손홀드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주 작은 홀드를 누르고 힘 한번 쓴다면 올라챌 수 있겠다는 느낌은 왔지만 추락하면 부상당할 게 뻔하여 후퇴하기로 했다. 다행히 오버행 아래에서 좌측으로 우회하면 비스듬히 오를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우회하던 중 로프가 턱에 걸려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무사히 확보점에 안착할 수 있었다. 좀 더 침착하게 행동하여 로프가 꺽이는 걸 감안하고 움직였어야 했다는 반성을 하게 된 구간이었다.
처음 두 피치 모두에서 긴장감 높게 제법 긴 거리를 등반했던 탓에 3피치부터는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3피치도 35미터 정도의 거리에 두세 구간의 오버행 턱이 있었으나, 로프 테이크 없이 깔끔하게 완등할 수 있었다. 25미터 거리의 비교적 쉬운 4피치를 올라서니 비로소 정상이 나타났다. 울산바위와 달마봉 사이의 풍광을 즐기면서 잠시 쉬다가 조심스러운 피치 하강을 거듭하여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함박꽃을 피운 산목련 나무 그늘 아래에서 소토왕골 계곡물에 발을 담근 순간의 희열은 각별했다. 바윗길에서는 위험 요소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으니 좀 더 면밀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긴 등반이었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설악산 토왕골 '솜다리추억' - 2026년 6월 6일(토) (1) | 2026.06.08 |
|---|---|
| 인수봉 '마마' - 2026년 6월 3일(수) (0) | 2026.06.03 |
| 설악산 미륵장군봉 '체 게바라' - 2026년 5월 30일(토) (2) | 2026.05.31 |
| 불암산 대학암장 - 2026년 5월 25일(월) (0) | 2026.05.26 |
| 도봉산 '요세미티 가는 길' - 2026년 5월 23일(토) (0) | 2026.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