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여행에서 등반이 빠지면 그야말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빠진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중국에 온 지 3일째인 오늘 새벽에야 비로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숙소의 침대에서 바로 올려다보이는 차밭 너머로 바위산의 하늘금이 처음으로 또렷하게 나타났다.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등반지로 향했다. 어젯밤에 기범씨가 알려준 오늘의 등반 계획은 황산고 서벽에 있는 'Foggy flower' 루트를 통해 가능한 빨리 황산고 정상을 밟는 것이었다. 그런데 등반지 초입인 동면 릿지 앞의 계곡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보니 그동안 내린 비로 인해 암벽의 많은 부분이 젖어 있었다.
서벽은 등반이 불가할 것이 뻔하다는 판단 하에 오전엔 비교적 쉬운 루트인 동면 릿지의 'No hammer no wrench'를 등반했다. 기범씨와 함께 바윗길을 개척했던 리더가 포함된 중국팀 3명은 바로 좌측 루트인 'Three papers'를 우리팀과 나란히 올라 릿지 정상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오후엔 어느 정도 바위면이 마른 북벽으로 이동하여 'Double fish' 1피치, '개심청도' 두 피치, '노포아' 두 피치 등을 등반한 후, 이튿날 등반을 위해 장비를 데포시켜 놓고 하산했다. 이번 등반여행의 첫 등반일이었지만, 우리들에게 현지 적응 등반이란 말은 필요치 않았다. 지난 이틀 간의 답답함을 훌훌 털어내 버리고 매우 알차게 등반했던 하루가 보람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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