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북한산 [형제봉능선-산성주릉-소귀골] - 2024년 1월 20일(토)

빌레이 2024. 1. 20. 19:42

우이경전철 북한산보국문역에서 일행을 만나 담소를 나누며 정릉천변 산책로를 거슬러 오른다. 오랜만에 기영형이 함께 한 산행이다. 흐린 하늘이지만 춥지 않은 날씨에 시야는 좋은 편이다. 정릉탐방안내소 앞 주차장에서 둘레길을 따라 형제봉으로 향한다.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되던 코로나 시절에 강의 녹화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가끔 나홀로 산책하던 이 오솔길도 참 오랜만에 밟아본다. 고도를 높일수록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형제봉 바로 아래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대성문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부터는 아이젠 없이는 한발을 떼기도 힘들 정도의 빙판길이다. 정릉골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면서 눈길을 걸을 땐 모처럼 제대로 된 겨울산행다운 산행을 맛본다는 기분이 든다.

 

서울 시내와 한강 물줄기를 한눈에 내려다 보는 조망이 일품인 일선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마루에 걸터앉아 자리를 잡는데, 절에서 키우는 개 때문에 음식물 섭취를 금한다는 스님의 제지에 발길을 돌린다. 대성문 직전의 아늑한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대성문을 통과하여 산성주능선에 올라선다.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산성주릉은 하얀 눈길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선 아이젠을 착용한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대동문을 통과하여 구천계곡을 거쳐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로 하산길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최근의 낙석 탓에 등산로를 폐쇄한다는 안내판을 만난다. 어쩔 수 없이 완만하게 내려서는 소귀골을 통해 우이동으로 하산한다. 산성주릉에서는 간간히 눈발이 날리고 간만에 세찬 겨울바람을 체감한 오늘의 산행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겨울이면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한북정맥, 천마지맥 등의 눈 덮인 하얀 산길을 길게 걷던 예전의 패기 넘치고 도전적인 산행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준 겨울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