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거인암장이 조용한 주말이었다. 클라이머들이 다들 인수봉과 선인봉으로 몰려 간 모양이다. 중간에 잠깐 다녀간 두 분을 제외하면, 감사하게도 하루종일 우리팀이 전세 낸 것처럼 독차지 할 수 있었던 3암장에서 정말 여유롭고 평화로운 등반을 즐겼다.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를 레드포인트 방식으로 완등하고, 바로 좌측의 '테라(5.11c)'에는 톱로핑으로 매달려서 난이도를 가늠해 보았다. '수월'과 '테라'는 중간에 만나서 하나의 톱앵커를 공유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 적당히 어려웠던 '수월'을 세 번째 시도 끝에 완등한 순간의 기쁨은 컸으나, '테라'는 루프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점심 이후엔 '여우비(5.10d)' 루트에 매달렸다. 처음에 가까스로 로프를 걸면서 프로젝트 등반으로 도전하기에 충분히 재미 있는 루트라는 인상을 받았다. 두세 차례 톱로핑 상태로 등반하면서 가장 큰 크럭스 구간인 초반부의 루프 구간을 돌파하는 동작과 홀드를 찾은 기쁨이 있었다. 체력이 소진되어 리드 등반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다음에 붙었을 땐 완등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초입에서 산뜻한 꽃잔디가 반겨주고, 꽃처럼 아름다운 반투명의 연둣빛 새이파리들이 주변을 감싸 준 오늘의 거인암장은 마치 우리들의 천국 같았다. 숲에서는 산새들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암벽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누린 꿈 같은 등반놀이였다. 안전을 위해서 주변에서 발견한 막대기를 이용하여 첫 볼트에 자일을 클립하는 요령도 실전에서 처음으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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