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거인암장 - 2022년 4월 23일(토)

빌레이 2022. 4. 24. 10:15

모처럼 거인암장이 조용한 주말이었다. 클라이머들이 다들 인수봉과 선인봉으로 몰려 간 모양이다. 중간에 잠깐 다녀간 두 분을 제외하면, 감사하게도 하루종일 우리팀이 전세 낸 것처럼 독차지 할 수 있었던 3암장에서 정말 여유롭고 평화로운 등반을 즐겼다.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를 레드포인트 방식으로 완등하고, 바로 좌측의 '테라(5.11c)'에는 톱로핑으로 매달려서 난이도를 가늠해 보았다. '수월'과 '테라'는 중간에 만나서 하나의 톱앵커를 공유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 적당히 어려웠던 '수월'을 세 번째 시도 끝에 완등한 순간의 기쁨은 컸으나, '테라'는 루프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점심 이후엔 '여우비(5.10d)' 루트에 매달렸다. 처음에 가까스로 로프를 걸면서 프로젝트 등반으로 도전하기에 충분히 재미 있는 루트라는 인상을 받았다. 두세 차례 톱로핑 상태로 등반하면서 가장 큰 크럭스 구간인 초반부의 루프 구간을 돌파하는 동작과 홀드를 찾은 기쁨이 있었다. 체력이 소진되어 리드 등반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나, 다음에 붙었을 땐 완등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초입에서 산뜻한 꽃잔디가 반겨주고, 꽃처럼 아름다운 반투명의 연둣빛 새이파리들이 주변을 감싸 준 오늘의 거인암장은 마치 우리들의 천국 같았다. 숲에서는 산새들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암벽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누린 꿈 같은 등반놀이였다. 안전을 위해서 주변에서 발견한 막대기를 이용하여 첫 볼트에 자일을 클립하는 요령도 실전에서 처음으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 거인암장 초입에서 꽃잔디가 반겨주었다. 어느새 주변 숲은 연초록으로 물들고 있었다.
▲ 3암장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부터 올랐다.
▲ '수월'은 초반 오버행 구간 위에서 좌측 사선으로 진행한다. 오버행 위에서 충분히 쉬면서 다음 크럭스 구간을 돌파하는 게 좋다.
▲ '수월'의 크럭스 구간에서 내게 맞는 적절한 홀드와 동작을 찾으면서 연습했다.
▲ 프로하스카 매듭을 이용해서 막대기로 첫 볼트의 퀵드로에 자일을 클립하는 걸 단 번에 성공했다. 때로는 사소한 것이 기쁨을 준다.^^
▲ 첫 볼트에 클립한 상태에서 등반을 출발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 역광으로 보면 반투명으로 빛나는 신록이 참 아름다웠다.
▲ '수월'을 깔끔하게 완등하지 않으면 점심을 굶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암벽화를 신고 있는 순간이다. ㅎㅎ
▲ 톱앵커 직전의 크럭스 구간에서 두 손을 번갈아 털어주면서 안정적으로 쉴 수 있었던 것이 완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 스스로 만족할 만큼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수월'을 완등한 순간의 기쁨이 컸다.
▲ 톱로핑 상태에서 '테라(5.11c)' 루트의 크럭스인 루프 구간에 매달려 보았다. 손홀드와 발홀드가 모두 좋지 않았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너무 버거운 루트였다. 열심히 노력해도 올해 내에는 완등하기 어렵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 이번엔 잔가지로 카라비너의 개폐구를 고정시킨 후에 막대기로 '여우비' 루트의 첫 볼트에 퀵드로를 걸어보았다. 역시나 가볍게 성공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 '여우비(5.10d)' 루트를 오르고 있다. 윤길수 선생님이 글루인볼트로 개척한 루트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붙어보았다.
▲ 몇 차례의 행도깅 후에 '여우비' 루트에 자일을 설치하고 톱로핑 상태에서 연습했다.
▲ 쉬는 시간에 둘러 본 암장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산새들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암벽에서 뛰어노는 천국이었다.
▲ 베이스캠프 주변의 여리여리한 새이파리들이 꽃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 '여우비' 루트의 동작을 거의 완성하여 다음 번엔 완등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돌아설 수 있었다. 초반 루프 구간에서 오른손으로 언더 홀드를 잡고 왼손 포켓 홀드, 다시 오른손 포켓 홀드, 왼손 개스통 동작과 합손, 이후에 과감히 오른손을 뻗는 시퀀스를 완성한 것이 특히나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