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2년 4월 9일(토)

빌레이 2022. 4. 10. 09:38

기다렸다는 듯 하루 사이에 일제히 벚꽃과 목련꽃이 만개한 하루였다. 아침나절 강촌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던 강선사 주차장 앞의 목련꽃은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오후 시간엔 한층 더 화려하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른 아침엔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던 아파트 단지 안의 벚꽃 가로수들도 집으로 귀환한 저녁 시간엔 그야말로 환한 꽃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한낮의 온도가 23도까지 올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선대 암장 주변의 숲은 시각적으로 아직까지는 완연한 봄은 아닌 듯했지만, 따사로운 햇볕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은 봄이 무르익고 있다는 걸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질 날들이 기대되는 대자연 속에서 좋아하는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오버행 루프(roof) 구간을 돌파하여 노란색 홀드로 셋팅된 새로운 루트를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수요일에 처음 붙었을 땐 크럭스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한 예감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두 번째 시도에서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동작으로 완등에 성공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몸을 던졌던 것과 루프 구간을 넘어설 때 적절한 발홀드를 이용하여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여유가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주의 빨간색 홀드로 셋팅된 문제에 이어 연이은 완등이었다. 평소 볼더링벽에서 주로 지구력 운동만 해오던 실내암장에서의 트레이닝에 조금은 도전적인 리드등반이 나에게 활력을 주고 있는 요즘이다. 

 

어제 저녁의 실내암장 운동에 따른 피로감 탓인지 유선대 암장의 '101동(5.10a)' 루트에서 첫 오름짓을 할 때부터 몸이 무겁다는 걸 절감해야 했다. '102동(5.10b)' 루트의 사선크랙 구간에서의 동작도 여전히 불안했다. 그래도 어제 누렸던 완등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 기분은 마냥 좋았다. '201호' 루트에 처음 붙어보기로 하고 '102동(5.10b, 18m)'과 '201호(5.10c, 25m)'를 연결해서 등반했다. '201호' 루트는 최근의 등반 흔적이 거의 없어서 초반부의 오버행 구간에서 홀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점심 후에는 앞으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아 등반하고 싶은 'EMPTY(5.10d, 20m)' 루트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크럭스 이후부터는 거의 원 볼트 원 테이크로 줄을 건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 한 차례 더 오르고 나니 체력이 고갈되었다. 다음에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루트라는 인상을 받은 것만으로 오늘 등반의 소득은 충분했다.        

 

▲ 오버행 사선크랙을 따라 진행하는 '101동(5.10b)' 루트는 몸풀기에 적당하다.
▲ 기범씨가 알려준 옭매듭보다 간단하고 깔끔한 팔자매듭의 마무리 방식. 요세미티 볼라인 매듭을 응용한 것으로 장점이 많은 듯하다.
▲ '102동(5.10b)' 루트는 중간부의 크랙에서 밸런스를 잡는 것과 톱앵커 직전에서 적절한 홀드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 오늘은 '102동'과 '201동(5.10c)' 루트를 연결해서 등반해 보기로 했다.
▲ 처음으로 붙어보는 '201동(5.10c, 25m)'의 출발점이다. 초반의 오버행 구간에서 홀드를 찾지 못하고 쇠줄을 잡고야 말았다.
▲ '201동' 루트는 쇠줄이 설치된 초반부만 돌파하면 좌측 날등을 따라서 이어지는 등반선이 자연스럽다.
▲ 다음엔 '201동'의 초반부에서부터 자유등반 방식으로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동' 루트의 톱앵커 지점이다.
▲ '201동' 루트의 확보점에서는 북한강이 잘 보인다.
▲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잘 입는 볼더링용 티셔츠를 입어봤다. 개나리꽃이 피는 시절에 어울릴 듯하여...
▲ '201동'에서 하강 중이다. 하강은 우측벽의 'EMPTY' 루트의 확보점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할 듯했다.
▲ 유선대 암장에서 2022년도의 첫 프로젝트 루트로 염두에 두었던 'EMPTY(5.10d, 20m)'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사진 상에서 등반 중인 짧은 루트 구간을 올라서는 것이 첫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크럭스였다.
▲ 첫 번째 크럭스 구간의 홀드와 무브를 해결하지 못하고 일단은 인공등반 방식으로 넘어섰다.
▲ 첫 번째 루프를 통과한 후에 이어지는 세로크랙 구간이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 'EMPTY' 루트의 출발점은 '코난발가락' 바로 우측이다. 루트 개척 당시 천공 작업 중 오일이 바닥나 하강 후 다시 올라가야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 'EMPTY' 루트에 어렵사리 줄을 걸고 톱로핑 방식으로 한 차례 더 올랐더니 체력이 바닥났다.
▲ 'EMPTY' 루트의 크럭스 구간은 크게 세 부분이다. 톱로핑 방식으로도 홀드와 동작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으나, 오늘은 다음에 올 때 완등한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은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하드프리 암장에 다니면서 평소 사용하던 12cm보다 좀 더 긴 17cm 퀵드로우 슬링을 사용해 보니 자일 유통이 한결 편해졌다.
▲ 어프로치가 짧은 암장에서 처음으로 사용해 본 캐리어 형 배낭은 편리한 점이 많았다.
▲ 아침에 출발할 때, 유선대 암장 어프로치 출발점인 강선사 주차장 앞의 목련꽃 모습이다.
▲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오후 시간에 목련꽃은 활짝 피어있었다.
▲ 루프(roof) 구간이 있어서 그동안 도전하지 않았던 실내암장의 리드벽.
▲ 우측의 빨간색 홀드로 셋팅된 문제를 수 차례의 추락 끝에 지난 주에 완등했다. 허리통증을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 어제 저녁엔 좌측의 노란색 홀드로 셋팅된 문제를 완등했다. 천정에 붙어서 발홀드를 찾고 오버행을 넘어설 때 호흡을 가다듬은 후 코어근육의 힘을 믿고 올라섰던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