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는 듯 하루 사이에 일제히 벚꽃과 목련꽃이 만개한 하루였다. 아침나절 강촌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었던 강선사 주차장 앞의 목련꽃은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오후 시간엔 한층 더 화려하고 풍성해져 있었다. 이른 아침엔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던 아파트 단지 안의 벚꽃 가로수들도 집으로 귀환한 저녁 시간엔 그야말로 환한 꽃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한낮의 온도가 23도까지 올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유선대 암장 주변의 숲은 시각적으로 아직까지는 완연한 봄은 아닌 듯했지만, 따사로운 햇볕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은 봄이 무르익고 있다는 걸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앞으로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워질 날들이 기대되는 대자연 속에서 좋아하는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
어제는 실내암장에서 오버행 루프(roof) 구간을 돌파하여 노란색 홀드로 셋팅된 새로운 루트를 완등하는 기쁨을 누렸다. 수요일에 처음 붙었을 땐 크럭스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한 예감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두 번째 시도에서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동작으로 완등에 성공했다. 첫 번째 시도에서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몸을 던졌던 것과 루프 구간을 넘어설 때 적절한 발홀드를 이용하여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던 여유가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 주의 빨간색 홀드로 셋팅된 문제에 이어 연이은 완등이었다. 평소 볼더링벽에서 주로 지구력 운동만 해오던 실내암장에서의 트레이닝에 조금은 도전적인 리드등반이 나에게 활력을 주고 있는 요즘이다.
어제 저녁의 실내암장 운동에 따른 피로감 탓인지 유선대 암장의 '101동(5.10a)' 루트에서 첫 오름짓을 할 때부터 몸이 무겁다는 걸 절감해야 했다. '102동(5.10b)' 루트의 사선크랙 구간에서의 동작도 여전히 불안했다. 그래도 어제 누렸던 완등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 기분은 마냥 좋았다. '201호' 루트에 처음 붙어보기로 하고 '102동(5.10b, 18m)'과 '201호(5.10c, 25m)'를 연결해서 등반했다. '201호' 루트는 최근의 등반 흔적이 거의 없어서 초반부의 오버행 구간에서 홀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점심 후에는 앞으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아 등반하고 싶은 'EMPTY(5.10d, 20m)' 루트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크럭스 이후부터는 거의 원 볼트 원 테이크로 줄을 건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 한 차례 더 오르고 나니 체력이 고갈되었다. 다음에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루트라는 인상을 받은 것만으로 오늘 등반의 소득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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