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거인암장 - 2022년 3월 27일(일)

빌레이 2022. 3. 28. 14:22

토요등반과 달리 일요일은 다음 날 출근에 대한 부담감 탓인지 등반을 위해 멀리 가는 게 꺼려진다. 요새는 어디를 갈까 망설여질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암장이 집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 파주의 거인암장이다. 지난 주에도 이곳에서 등반했었기 때문에 연이어 간다는 게 약간은 꺼려졌으나, 등반 루트를 달리하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겠지 싶은 생각이었다. 오늘 거인암장엔 어느 때보다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으나 개의치 않고 우리들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지난 주에 윤길수 선생님께서 보수하신 2암장의 루트들을 먼저 등반해 보았다. 맨 우측의 '성주(5.10b)'와 '성봉(5.10c)'은 로프 꺽임이 없고 한결 자연스러운 루트로 재탄생한 듯했다. 특히나 '성봉' 루트는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등반성 좋고 재미있는 바윗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3암장에서는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를 처음으로 등반해 보았다. 중간 볼트 하나를 남겨두고 우측의 적절한 홀드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온사이트 완등엔 실패했으나, 오르는 재미가 각별한 루트였다. 다음에 거인암장을 다시 찾는다면 준비를 잘 해서 더 높은 난이도의 루트에 도전해볼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 봄비를 맞은 생강나무꽃은 지난 주보다 한결 탐스러워졌다.
▲ 지난 주에 윤선생님께서 개보수하신 '성주(5.10b)' 루트를 등반 중이다.
▲ '성봉(5.10c)' 루트는 지난 주의 개보수 이후 전혀 새로운 루트가 되었다. 단번에 완등하지 못하고 셋째 볼트에서 행도깅 중인 모습이다.
▲ 예전에는 로프 꺽임이 심했으나, 새로운 '성봉' 루트는 자연스러우면서도 한결 더 등반성 높고 재미 있는 바윗길이 되었다. 두 번째에서 세 번째 볼트를 넘어서는 구간이 크럭스다. 크럭스 구간에서 홀드와 자세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그 위의 크랙구간은 레이백 자세를 요해서 더욱 재미 있어졌다. 톱앵커도 적절하게 위로 올라가 있었다.
▲ 2암장과 3암장 사이의 골짜기엔 생강나무꽃이 만개해 있었다.
▲ 3암장 맨 우측의 '수월(5.10c)' 루트에 처음으로 붙어 보았다.
▲ 온사이트 등반의 긴장감이 있었으나, 홀드를 찾아가는 재미가 좋은 '수월' 루트였다.
▲ '수월'의 크럭스는 갑자기 손홀드가 작아지는 상단부였다. 한 번만 더 견디고 오버행 우측의 포켓 홀드를 발견했더라면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었는데, 이 구간에서 행도깅을 하고야 말았다.
▲ '수월' 루트의 등반선은 초반부에 사선으로 진행하다가 좌측의 '테라(5.11c)' 루트와 합류한다. 다음 번엔 거인암암장에서 '테라' 루트를 비롯한 일레븐대 루트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 온사이트 완등을 의식해서 그랬는지 '수월' 루트에서 하강한 직후에 목디스크의 후유증인 목덜미 부분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무리하지 않고 더이상 어려운 루트엔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 2암장으로 다시 와서 '대현'과 'JK' 사이에 글루인볼트로 새롭게 개척된 루트를 올랐다. 'JK' 루트도 오르고 싶었지만 목덜미의 담이 악화될 듯하여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자성(5.10c)'과 그 좌측에 글루인볼트로 새롭게 개척된 루트는 톱로핑으로 올랐다.
▲ 목디스크 증세만 아니었으면 더 많이 등반하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꽃이 피려면 시절을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나의 클라이밍도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 거인암장을 뒤돌아 보면서 앞으로 잘 준비하고 꾸준히 운동해서 올해엔 더 어려운 루트에 도전해 볼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 거인암장의 개념도와 난이도는 해마다 조금씩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