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의 가래비 빙벽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고 어프로치가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라 할 수는 없다. 공장들이 산재해 있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지도 않고, 과거에 채석장이었던 빙벽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주말이면 항상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벼서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맘 놓고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여건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기범씨로부터 원래 계획했던 판대가 아닌 가래비에 가자는 연락이 왔을 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니 따른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오늘도 가래비 빙벽장의 환경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빈약한 얼음에 너무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암벽에 겨우 얹혀 있는 듯한 얼음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아이스 바일과 아이젠의 날카로운 타격에 부서진 결과로 표면이 깊게 패어 있었다. 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의 계단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팔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별 의미 없는 오름짓을 몇 차례 반복한 후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우리 친구들 셋이만 먼저 미련 없이 철수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별산대 놀이마당 주차장에 잠시 들렀다. 볼일을 본 후에 그냥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이른 듯하여 불곡산에 오르기로 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늦은 오후 시간의 한적한 불곡산이 오전의 유쾌하지 못했던 기분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암빙벽등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2월 20일(토) (0) | 2021.02.20 |
---|---|
디스커버리 클라이밍 스퀘어 ICN - 2021년 2월 14일(일) (0) | 2021.02.14 |
양구 용소빙벽장 - 2021년 1월 24일(일) (0) | 2021.01.25 |
운악산 무지치폭포 빙벽등반 - 2021년 1월 3일(일) (0) | 2021.01.03 |
선인봉 '요델버트레스' - 2020년 11월 14일(토) (0) | 2020.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