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양주 가래비빙벽장과 불곡산 - 2021년 1월 30일(토)

빌레이 2021. 1. 31. 03:33

양주시의 가래비 빙벽장은 집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고 어프로치가 짧다는 점을 제외하면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라 할 수는 없다. 공장들이 산재해 있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지도 않고, 과거에 채석장이었던 빙벽이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주말이면 항상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벼서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맘 놓고 등반을 즐길 수 있는 여건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기범씨로부터 원래 계획했던 판대가 아닌 가래비에 가자는 연락이 왔을 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된 일정이니 따른다는 수동적인 자세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나 오늘도 가래비 빙벽장의 환경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빈약한 얼음에 너무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암벽에 겨우 얹혀 있는 듯한 얼음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아이스 바일과 아이젠의 날카로운 타격에 부서진 결과로 표면이 깊게 패어 있었다. 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의 계단을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팔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별 의미 없는 오름짓을 몇 차례 반복한 후에 간단히 점심을 먹고, 우리 친구들 셋이만 먼저 미련 없이 철수하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별산대 놀이마당 주차장에 잠시 들렀다. 볼일을 본 후에 그냥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너무 이른 듯하여 불곡산에 오르기로 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늦은 오후 시간의 한적한 불곡산이 오전의 유쾌하지 못했던 기분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 윤선씨가 다른 팀이 이미 설치해 놓은 자일을 이용해서 우리 줄을 걸기 위해 오르고 있다.
▲ 오전 10시 즈음부터 많은 클라이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얼음은 빈약한데 너무 많은 자일이 걸려 있었다.
▲ 계단을 오르는 듯한 빙벽에서 팔운동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몇 차례 오르내렸다.
▲ 대섭이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여 우리 친구들은 일찍 철수하기로 했다.
▲ 하단의 낮은 빙벽에도 클라이머들이 붙어 있었다.
▲ 우측 벽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포크레인으로 얼음을 걷어냈다고 한다.
▲ 부산했던 가래비 빙벽장을 탈출하여 불곡산에 오르니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 잠시 산책이나 하자는 생각으로 산에 들었는데 어느새 정상인 상봉이 코앞에 보인다.
▲ 상봉 정상에 올라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상봉 우측의 도락산 너머에 가래비 빙벽장이 있다. 
▲ 상봉 아래로 보이는 독립봉 암장은 음지여서 추워 보인다. 
▲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상봉 아래에서 시리얼바 먹으며 잠시 망중한을 보냈다. 
▲ 불곡산을 내려와서 양주관아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 양주관아지는 가족들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 양주관아지 뒤로는 불곡산 산림욕장이 이어진다.
▲ 산림욕장에서 내려다본 양주관아지. 내부는 코로나로 인해 개방하지 않고 있었다.
▲ 양주관아지, 불곡산 산림욕장, 별산대 놀이마당이 붙어 있으니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 석양의 햇살을 받아서 반짝이고 있는 비석들이 평화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