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국내등반여행

월출산 시루봉 암장 (2020년 8월 2일)

빌레이 2020. 8. 3. 11:31

내 마음의 고향 같은 월출산은 나주집에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다. 초등학생 때 유두날 어머니와 함께 작은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맞고 피부병이 나았던 것이 월출산과 관련된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지 싶다. 중학생 땐 보이스카웃 대원으로 참석했던 야영 때 월출산을 다녀왔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고향을 떠난 후에도 귀향할 때마다 자주 찾던 월출산은 지금의 북한산과 함께 내 삶의 한 자리를 굳건히 채우고 있는 존재다. 그런 월출산을 마음 통하는 악우들과 함께 다시 오게된 감회가 사뭇 남다르다. 암벽등반에 입문한 직후였던 십년 전 즈음에 사자봉 릿지를 친구들과 두 번 찾은 이후로 워킹 산행이 아닌 바윗길에 붙기 위해 월출산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창의 할매바위 등반을 마친 후 나주의 고향집에서 악우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에 월출산으로 향했다. 기범씨와 인연이 깊은 바자울산악회의 정성민 선생님께서 순천에서 몸소 달려와 주셨다. 광주바자울산악회는 오래전부터 월출산의 여러 바윗길을 개척하여 유지 보수해오고 있는 남도의 대표적인 산악회이다. 광주에서 오신 김주형님과 같은 산악회의 광주대 교수님까지 합류하여 정선생님을 포함한 세 분께서 이번 월출산 시루봉 암장의 바윗길을 안내해 주셨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월출산의 바윗길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계신 정선생님과 김주형님 같은 분들의 숨은 노고가 있었기에 우리 같은 후세대들이 안전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바윗길 개척과 등반에 얽힌 지난 얘기를 맛깔난 남도의 사투리로 풀어내시는 정선생님의 입담을 간간히 들으며 등반하는 시간이 매우 뜻깊고 즐거웠다.

 

내가 암벽등반가들을 처음 본 것은 중학생 때 월출산 구름다리로 올라가는 등산로 중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곳이 바로 오늘 우리가 등반했던 시루봉 암장이었다. 그때 보았던 등반가들 중에 정선생님도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인 추측을 우리의 대화 도중에 할 수 있었다. 지난 겨울의 명성산 석천계곡에 숨어 있는 비래폭포에서 우리팀 옆에서 빙벽등반하던 팀 속에도 정선생님이 계셨다고 하니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 어떻게 해서든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 게 우리네 삶인 것 같다. 정선생님 일행과는 최근에 리볼팅 작업을 마친 매봉 암장에서 가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내게는 행복어린 아련한 추억들을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월출산 시루봉에서의 등반이었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악우들과 함께 먹었던 홍어요리의 톡 쏘는 알싸한 맛처럼 개운한 월출산 등반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1. 이른 아침에 소나기가 내려서 등반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으나 하루종일 등반하기에 최고로 좋은 날씨였다.
2. 숲속의 신선함이 가득한 접근로를 천천히 올라간다.
3. 정선생님과 기범씨가 산죽이 우거진 등로를 통과하고 있다.
4. 남도의 산들은 식생이 훨씬 다양하다.
5. 시루봉 암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천황사 방향으로 올라가야 한다.
6. 천황사 뒤로 구름이 쌓여 있지만 서서히 걷혔다.
7. 시루봉 암장의 정면 모습이다.
8. 시루봉 암장의 확보공간은 나무그늘이다.
9. 기범씨는 살짝 물기 머금은 바위를 거침 없이 오른다.
10.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것보다 첫 피치가 대체로 어려웠다.
10. 광주바자울산악회는 월출산의 많은 바윗길을 개척한 남도의 대표적인 산악회이다.
11. 두 피치를 단번에 오른 기범씨 뒤로 은경이와 대섭이가 오르고 있다. 우측 루트에서는 광주대 교수님이 선등 중이다.
12. 우리가 올라간 우측의 루트에서 등반 중인 바자울산악회의 정성민 선생님의 모습이다.
13. 시루봉 암장의 2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각도가 쎄다.
14. 등반 중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드넓은 영암평야가 펼쳐진다. 저멀리 사진 우측으로 보이는 풍력발전소 너머에 나주의 고향집이 있다.
15. 시루봉 정상으로 향하는 3피치를 등반 중인 기범씨가 보인다.
16. 은경이와 대섭이도 시루봉 정상을 향해 오른다.
17. 시루봉 좌측으로는 연실봉과 매봉이 보인다.
18. 시루봉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마지막 3피치 확보점이다.
19. 어릴 때 사진 우측에 보이는 저수지로 흘러드는 계곡물을 맞고 피부병을 나았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 숲속을 올라가보니 편백나무가 빼곡히 우거진 숲이었다.
20. 시루봉 암장의 마지막 확보점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21. 시루봉 정상의 풍광은 일품이다. 매가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형상의 매봉이 우람하고, 구름다리도 보인다.
22. 구름다리 아래로는 바람폭포가 있는 계곡이 깊다.
23. 매봉 뒤에 있는 높은 봉우리가 사자봉이다. 우측으로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아마도 정상인 천황봉일 것이다.
24. 시루봉 정상에 있는 욕조처럼 움푹 패인 바위에 앉아서 바라보는 풍광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25. 인증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서 시루봉 정상에 온 기념컷을 남긴다.
26. 정상에서 하강하여 점심을 먹은 후에 네 피치를 더 등반했다.
27. 마지막으로 등반했던 직상 크랙루트를 기범씨가 칸테등반 방식으로 오르고 있다.
28. 시루봉 정상 직전 구간을 등반 중이다.
29. 마지막으로 오른 직상 크랙 구간을 등반 중이다.
30. 시루봉 정상에 모인 악우들이 인증컷을 남긴다.
31. 좌측에서 등반 중인 내모습과 첫 피치 확보점에 모여 있는 바자울산악회 팀의 모습, 하강 중인 대섭이의 모습이 보인다.
32. 칸테등반은 여전히 어렵다.
33. 영산포 홍어의 거리에서 이번 등반여행의 대미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