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동면 '교대'길 (2020년 7월 11일)

빌레이 2020. 7. 12. 08:41

이번 주말에 다녀오기로 한 설악산 등반이 취소되었다. 강원북부산지에 호우예비특보가 발효된 날씨 때문이다. 다행히 서울은 쾌청하여 인수봉 동면에서 악우들과 함께 토요일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먼저 '교대'길을 끝까지 오르기로 했다. 오늘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를 '교대'길로 정한 것이다. 기범씨가 선등하고 은경, 정길, 대섭 순으로 올랐다. 나는 라스트를 맡았다. '교대'길은 첫 피치부터 매우 까다로운 페이스였다. 비교적 쉬운 슬랩인 마지막 피치를 제외하면 지금의 내 실력으로 온전히 자유등반 방식으로 오를 수 있는 '교대'길의 피치는 하나도 없었다. 내 난이도를 초과한 수준의 어려운 구간들에서는 추락을 하거나 볼트와 장비의 도움을 받으면서 등반하는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어려운 루트에서의 긴장감이 높았던 탓인지 라스트인 내가 소형 배낭에 가지고 간 물과 행동식을 나눠 먹을 여유조차 없었다.

 

귀바위 아래의 테라스 우측에 있는 '교대'길 종착점에 내가 도착했을 때에 우리팀은 이미 하강을 서두르고 있었다. 여러 등반팀들이 얽히기 쉬운 주말의 인수봉 바윗길에서는 신속한 등반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건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가 주말을 즐기러 온 클라이머들이 바윗길에서 단 몇 분 정도의 여유마저 갖지 못한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홀로 하강하면서 바쁘게 일을 하고 등반까지 바쁘게 하는 인생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베이스캠프인 '취나드A'길 2피치 주변의 테라스에 돌아오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늦은 점심 후에는 '벗'길 두 피치와 '심우'길 한 피치에서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연습을 했다. 가을날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고 확 트인 시야도 좋아서 하루종일 더운줄 모르고 등반에 열중하다 보니 설악에 가지 못한 아쉬움일랑 까마득히 잊혀졌다.

 

▲ 도선사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파란 하늘 아래로 인수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설악엔 비가 온다고 했다.
▲ 베이스캠프인 인수봉 동면 '취나드A'길 주변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영봉과 도봉산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다.
▲ '벗'길 좌측으로 진행하는 '교대'길은 첫 피치부터 까다로운 구간의 연속이었다. 둘째 피치는 위에 보이는 오버행 턱을 우측으로 넘어가야 한다.
▲ 사진 좌측으로 '교대'길 첫 피치 확보점에 도착한 기범씨가 보인다. 그 우측에선 다른 팀이 '벗'길을 오르고 있다.
▲ 설악산 등반이 취소된 탓인지 정말 많은 클라이머들이 인수봉으로 몰렸다.
▲ '교대'길 첫 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그림이다. 홀드 찾기가 매우 까다로운 페이스 구간들이 많았다.
▲ 정길씨가 '교대'길 2피치를 등반 중이고, 1피치 확보점에서 대섭이가 나의 확보를 보는 중이다.
▲ '교대'길 3피치는 초반의 까다로운 슬랩을 올라서서 오버행 턱 위부터는 인공등반으로 돌파해야 한다.
▲ '벗'길 4피치 볼트따기 구간 바로 우측으로 '교대'길 볼트따기 구간이 이어진다.
▲ 볼트따기 구간을 통과 중인 은경이와 초반부의 슬랩을 등반 중인 정길씨의 모습이다.
▲ 비 온 다음날의 청명한 대기 속에서 저 멀리 팔당댐 아래의 물줄기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 '벗'길을 처음 올라보는 대섭이가 첫 피치의 크럭스 부분을 등반 중이다.
▲ '벗'길 두 피치를 톱로핑 방식으로 오르는 중인 대섭이의 빌레이를 보는 중이다.
▲ 우리가 등반 연습을 하는 중에 구조헬기가 떠서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일반 등산객의 경미한 부상이었다고 한다.
▲ 대섭이는 '벗'길 등반 후에 '심우'길 첫 피치까지 경험하는 알찬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