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운해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이다. 낮은 곳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는 주위가 온통 자욱한 안개 속이다. 그래서 풍경에 대한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평상시엔 산이 낮으면 정상에 올라서도 구름이 걷히지 않게 된다. 비행기처럼 높이 오르면 항상 보게 되는 것이 운해이지만 그건 특별하지 않은 만큼 별 감흥도 없다. 큰 산에서는 운이 좋으면 가끔 운해를 보게 된다. 반면 낮은 산에서는 모든 기상 여건이 잘 맞아 떨어질 때만 가능해서 웬만한 행운이 깃들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것이 운해다. 수락산을 수십 차례 다녔지만 환상적인 운해를 그곳에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특별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빌딩숲이 빼곡히 들어찬 서울과 의정부 시가지가 구름바다 속에 잠겼다. 인공적인 시설물이 사라지고 도봉산과 북한산의 수려한 자태가 하얀 구름 위로 솟구친 듯한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진경산수화가 되었다.
'산행앨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봉산 오봉의 다채로운 모습 - 2020년 2월 29일 (0) | 2020.03.01 |
---|---|
함박눈 내린 딴산빙벽장 풍경 - 2020년 1월 19일 (0) | 2020.01.20 |
치악산의 낙엽송 단풍 - 2019년 11월 9일 (0) | 2019.11.10 |
북한산의 늦가을 풍경 - 2019년 11월 2일 (0) | 2019.11.02 |
북한산 인수봉 자락의 가을 풍경 - 2019년 10월 20일 (0) | 2019.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