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가 가보고 싶은 여행지 목록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장소는 프로방스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남부 지방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따뜻한 태양빛이 아낌 없이 쏟아지는 풍요로운 자연 속에 론알프 지방의 아름다운 산과 지중해라는 낭만적인 바다를 품고 있으며, 문학과 예술의 향기까지 넘쳐나는 그곳을 자연스레 동경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본 여러 편의 영화들 중에도 프랑스적 감성이나 남프랑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매력적인 여배우 다이안 레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스토리 전개보다 칸에서 파리로 가는 도중에 볼 수 있는 프랑스 남부 지역의 멋스런 풍광을 잘 담아낸 장면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고향인 프로방스에 있는 생트 빅투아르 산을 많이 그렸던 화가 폴 세잔과 작가인 에밀 졸라의 우정을 그린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도 프랑스 남부의 옛 모습을 잘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고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반 고흐: 위대한 유산> 속에 나오는 남프랑스 아를의 풍경도 잊히지 않는다.
최근에 IPTV를 통해서 두 번이나 본 영화 <올모스트 차밍 (Almost Charming)>은 스토리 전개가 유쾌하고 프로방스의 자연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영상미도 우수한 작품이어서 정말 재미 있게 보았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벨과 세바스찬>도 프랑스 남부 산골 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서 두 번이나 보았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는 피츠 제랄드, 헤밍웨이, 피카소 등이 활동했던 시기의 프랑스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젠가 해외 출장길에 기내에서 보았던 영화 <어 리틀 카오스 (A Little Chaos)>도 기억에 남는다. 루이 14세 시절에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설계한 여성 정원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여러 편 보았다. 유투브를 통해서 프랑스 남부의 산골짜기에 숨어 있는 석회암 절벽에서 암벽등반을 즐기는 클라이머들의 모습을 짧은 동영상으로 엿보는 것 또한 요즘 내가 짬짬히 즐기는 소일거리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일상에 연관되어 있는 프랑스 남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서 별다른 기대감 없이 구매해 두었던 책이 바로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이다.
미국 사람으로 프랑스인 남편을 둔 작가인 마르시아 드상티스가 쓴 이 책은 전에 읽었던 어떤 여행 관련 서적보다 재미있게 잘 읽혔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미국인이나 서양인의 관점에서 프랑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간결하지만 지적이고 품격 있는 에세이 형식의 글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국내 여행사의 해외 여행 패키지 상품에서는 지명마저 들어보기 힘든 숨은 관광지를 애정 어린 필체로 소개해 주고 있다. 새로운 교과목에 대한 강의 준비와 연구과제 수행 때문에 몸과 마음이 분주해서 이렇다할 산행도 못하고 있는 요즘 나의 일상에서 <프랑스와 사랑에 빠지는 여행법>은 틈틈히 다른 세상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삶의 여백을 허락해 주었다. 저자가 쓴 프랑스 북부를 다룬 같은 제목의 책도 있는데 조만간 구입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영화 <올모스트 차밍>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당장 엑상프로방스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랑스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있게 준비한 다음에 정말로 소중하고 만족스런 여행을 즐길 대상지로 프랑스 남부 지역을 아껴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 프로방스 중에서도 가장 프로방스다운 곳으로 소개되는 뤼베롱 국립공원.
▲ 유럽 대륙의 알토란 같은 곳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프랑스는 진정으로 축복 받은 땅이다.
▲ 지중해변의 아름다운 휴양도시인 니스에서부터 여행기는 출발한다.
▲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인 엑상프로방스의 카페에서 나른한 오후의 게으름을 즐기고 싶다.
▲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에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정원들이 많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땐 기내에서 본 영화 <A Little Chaos>가 생각났다.
▲ 중세의 수도원에 라벤더 향기가 넘쳐난다면... 생각만으로도 황홀해진다.
▲ 프랑스 서남부의 내륙지방인 도르도뉴 지방에 대한 소개도 인상 깊었다.
▲ 등반과 트레킹으로 몇 차례 다녀와서 내게 익숙한 샤모니-몽블랑은 <프랑켄슈타인> 탄생지로 소개하여 흥미로웠다.
▲ 망통, 니스, 앙티브, 칸 등의 낭만적인 도시들이 즐비한 지중해변을 코트다쥐르라고 하는데...
▲ 프랑스에서 와인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로제와인은 꼭 현지에서 마셔봐야 된다는...
라인강변의 포도원에서 마셨던 같은 종류의 하우스 와인의 신선함과 상큼함이 다시금 입속으로 퍼지는듯...
▲ 프랑스 정부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157개의 마을 플뤼 보 빌라주을 소개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 나폴레옹 탄생지로 유명한 코르시카 섬을 소개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 내가 가끔 신는 어프로치화의 상표명을 생각나게 했던 칼랑크 국립공원도 꼭 한 번 걷고 싶다.
▲ 니체의 산책로도 걸어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 명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탄생시킨 니체의 산책로.
▲ 숨겨진 알프스 산골 마을에 대한 소개도 재미 있다. 생화학자 파스퇴르가 알프스 산골마을인 쥐라 출신이라는...
▲ 프랑스 북부를 다룬 책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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