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무리 바빠도 토요일 하루만은 산과 함께 보내려고 노력한다. 어느 때보다 분주했던 한 주간이 지나고 오늘은 인수봉이나 도봉산 등반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등반 계획은 취소되었다. 요즘은 비 예보가 거의 적중하는 듯하다. 아침부터 비는 쉬지 않고 저녁 시간인 지금까지 꾸준히 내리고 있다. 오전엔 강의 준비를 했고 오후 시간은 실내암장에서 운동하는 것으로 보냈다. 산에 열심히 다닐 때는 날씨에 개의치 않고 무조건 예정된 산행을 강행 했었다. 그때는 우중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오히려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산에 갈 때마다 날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비가 오면 선뜻 산에 갈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다. 우중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패기를 다시 찾고 싶다. 예전의 사진들을 들춰보면서 자연스레 찾아드는 생각이다.
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산행에 임하면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조용한 산속에서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걷는 발걸음은 경쾌하다. 숲속의 신선함이 내 온몸에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비 오는 날에 능선길을 걷다 보면 어김 없이 환상적인 운해를 만나게 된다.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서울 근교의 불암산과 수락산에서도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가서만 볼 수 있을 듯한 운해를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우중 산행 중에서 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은 2007년도 5월에 올랐던 설악산의 서북주릉이다. 암벽등반 중에도 비를 만난 적이 몇 차례 있다. 인수봉 등반 중에는 이상하게도 인수B길 코스에서만 두 번 비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 설악산 서북주릉을 산행하면서 온몸과 배낭이 비에 흠뻑 젖어서 고생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 비 맞으며 산우들과 함께 서북주릉을 산행하면서 운해와 구름폭포라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 암벽등반에 입문한지 얼마 안 되어 올랐던 인수B길 첫 마디를 선등 중이다.
▲ 인수B길 둘째 마디를 완료했을 때 서서히 인수봉은 구름 속에 잠기기 시작했다.
▲ 인수B길 셋째 마디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배낭에 레인커버를 하고 등반했던 기억이 난다.
▲ 비 오는 날 인수봉에서 바라본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방향의 풍경으로 운해와 구름폭포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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