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슬랩 연습과 릿지 등반 - 2017년 6월 17일

빌레이 2017. 6. 18. 07:31

아침 7시에 우이동 도선사 입구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잠이 덜 깬 듯한 몸 상태 때문인지 도선사까지 올라가는 길이 평소보다 힘겹다. 도선사 위의 벤치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청단풍잎의 모습이 청아하다. 용암문까지 올라가는 길도 힘겹기는 매한가지다. 용암문 바로 아래에서 쓰러진 나무를 쪼고 있는 까막딱다구리를 만난다. 오색딱다구리보다는 한참 큰 덩치에 정수리는 빨갛고 몸통은 온통 까만색이다. 지근 거리에서 까막딱다구리를 볼 수 있는 행운에 된비알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다. 


산성주릉을 걷다가 노적봉 아래의 바윗길 초입으로 내려간다. 코바위길과 반도길의 출발지점은 평소의 주말답지 않게 조용하다. 노적봉 바위 사면의 가장자리를 계속 돌아나간다. 중앙벽의 경원대길 출발점과 오아시스의 미인길을 가로질러 좌벽의 아늑한 공간에서 여장을 푼다. <노적갈매기> 루트의 첫 피치를 등반하고 톱로핑 방식으로 몇 차례의 슬랩 등반 연습을 한다. 조금 후에 우리팀 옆에 자리잡은 팀이 <마징가와 방망이길(마방길)> 첫 피치에 줄을 건다. 우리팀과 교환하여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한다. 마방길 첫 피치는 노적갈매기보다 더 경사가 급하다.


충분한 슬랩 등반 연습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여 점심을 먹고 노적릿지를 통해서 정상에 오르기로 한다. 노적릿지 등반은 처음이다. 등반하기에 까다로운 곳은 없는데 볼트나 확보점이 전혀 없으니 선등하는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볼트 구멍의 흔적은 있는데 일부러 제거해버린 듯한 모습이다. 그래도 길을 잘 찾은 덕택에 오아시스의 미인길 마지막 피치를 등반해서 안전하게 정상부에 도착한다. 그리 좋지 않은 몸상태에서 무리하지 않고 차분히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노적갈매기와 마방길 첫 피치에서의 등반 연습은 빌레이어가 시원한 나무 그늘 속에 있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여유로웠다. 더운 여름철에는 다소 긴 어프로치가 부담스럽겠지만 워킹을 겸한 등반 연습지로는 괜찮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