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오남호수공원-복두산-과라리봉-천마산-관음봉 (2017년 4월 22일)

빌레이 2017. 4. 23. 11:03

제주도 출장을 다녀온 후의 여독 때문인지 간밤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김포와 제주 공항의 번잡함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제주 여행은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니 불현듯 봄이 살아 숨쉬는 산길이 걷고 싶어진다. 간단히 채비를 갖추고 오남저수지로 향한다. 당고개역에서 남양주 진벌리로 가는 10번 버스를 타면 곧장이다. 제주도에서도 숙소 근처인 표선해수욕장 부근의 올레길을 한두 시간 걸을 수는 있었다. 제주의 독특한 풍광을 간직한 해변길이 나름대로 운치는 있었으나 포장된 도로를 계속 걷는다는 게 조금은 지루했다. 역시 내게는 산길을 걷는 것이 제격이다.


포장된 도로는 인공적인 길이고 흙으로 된 오솔길은 자연의 길이다. 자연의 길에 가장 가까운 산길로 서울 인근에서는 천마지맥길이 으뜸이다. 하루 종일 걸어도 인공적인 도로를 만나지 않고 오롯이 흙으로 된 산길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오남호수공원 입구를 알리는 버스정류장을 기점 삼아 시계 방향으로 복두산, 과라리봉, 천마산, 관음봉을 차례로 거쳐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산길을 9시간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다. 연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한 봄숲에 진달래, 연달래, 산벚꽃 흐드러지게 핀 숲길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오솔길 주변엔 양지꽃,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각시붓꽃, 피나물꽃, 얼레지 등속의 들꽃들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어서 쉬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모처럼 청아한 날씨에 깨끗하고 단아하게 피어난 들꽃들을 만나면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과라리봉에서 천마산으로 오르는 중간에 만난 얼레지가 최고였다. 오래 전에 국망봉에서 신로봉으로 내려오는 한북정맥길에서 본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대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무리를 지어 이곳 저곳에 소담스레 피어 있던 샛노란 빛깔의 노랑제비꽃들은 산길을 걷는 내내 함께 하며 나에게 힘을 주었다. 처음으로 걸어본 관음봉 구간의 산길도 더없이 좋았다. 오남저수지 입구로 내려오는 구간에는 자작나무숲도 있어서 하산길을 즐겁게 해주었다. 흙으로 된 부드러운 산길이 마냥 걷고 싶어질때면 언제든 다시 찾아도 좋을 산행 코스 하나를 발견한 기쁨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