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보현봉은 출근할 때마다 바라보는 봉우리입니다.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형제봉 너머로 우뚝 솟아 있는 보현봉은
날마다 저의 출근길을 기분 좋게 해줍니다.
바라보기만 하고, 오르고 싶어 하기만 했던 보현봉에 드디어 올랐습니다.
다도연가의 정기 산행에 함께 해서 올랐기 때문에 더욱 좋았습니다.
국민대 정문에서 출발한 일행은 곧바로 형제봉 능선을 향했습니다.
따오기형, 파사형, 노아누나, 들꽃누나, 캐빈이 함께 했고,
저의 동료 교수이신 박태훈님께서 게스트로 참가하셨습니다.
박교수님은 저와 가끔씩 리지를 즐기는 분이라서 산을 아주 잘 타십니다.
형제봉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입니다.
정면으로 보현봉이 우뚝하고, 좌로는 평창동의 예쁜 집들이 펼쳐집니다.
우측으로는 내부순환로와 국민대 캠퍼스, 정릉 골짜기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능선길에서 전자공학과 노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박교수님의 고교 선배님이기도 하신 분입니다.
당신의 디카로 우리 일행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시는 정성도 보이셨습니다.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과 오솔길이 이어진 형제봉 능선길을 지나 일선사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목을 축이고 일선사 우측 사면으로 보현봉을 올랐습니다. 바위 길이 아닌 등산로입니다.
보현봉의 참 맛을 즐기려면 평창동에서 이어진 사자능선을 타야 한답니다.
박교수님께서 다녀오신 후로 제게 들려주신 그 코스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보현봉에서의 조망은 예상했던 바와 같이 대단했습니다.
비봉능선과 문수봉을 한 눈에 내려볼 수 있고, 산성주능선도 전체가 보입니다.
정면으로는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 염초봉 등의 주봉들이 멋지게 서있습니다.
보현봉 아래 아늑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보현봉에서 산성주능선에 이르는 길은 바위 타는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재미 있는 암릉길입니다. 잠시나마 바위를 탔다는 것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칼바위와 직벽의 연속인데 그 변화무쌍함이 흥미를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산성주능선에 올라 대남문으로 내려섰습니다. 대남문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문수봉을 우회하고 청수동암문을 거쳐 행궁지로 향하는 능선을 걸었습니다.
이 능선도 저는 처음 타보는 곳입니다. 북한산 중앙부를 관통하는 방향입니다.
좌로는 의상능선 전체를, 우로는 산성주능선을, 그리고 정면으로는 북한산 주봉들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능선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적봉, 백운대, 만경대 사이로 우뚝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인수봉이 참 예쁘게 보였습니다.
미끄러운 길을 어렵게 내려와서 다다른 행궁지는 폐허가 되어 있습니다.
안내판과 약수터만 외롭게 남아 있는 행궁지는 쓸쓸함마저 감돌았습니다.
행궁지는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란 책을 읽은 후 꼭 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행궁지를 지나 골짜기를 따라가다 용암문으로 향하는 등성이를 올랐습니다.
또 하나의 산을 탄 기분이었습니다. 좀 길게하는 워킹 코스도 또 그대로 좋았습니다.
용암문에서 도선사에 이르는 하산길에서 노아 누나는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참 마당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은 다른 산악회에 처음으로 참여하신 것이랍니다.
노아 누나가 우리 카페에 가입시키려 하니 그쪽 회원 중 한 분이 얼른 데려가버렸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숯불 고추장 삼겹살에 소주와 막걸리로 간단한 뒷풀이를 했습니다.
북한산에서 평소 가보지 않던 길을 걸었다는 것과
가보고 싶었던 보현봉과 행궁지를 보았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꽤 긴 코스를 걸었지만 힘들지 않고 유쾌한 산행이었습니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1. 행궁지는 폐허...
2. 국민대에서 바라본 보현봉.
3. 아침 출근 때마다 바라보는 보현봉... 드디어 올랐다.
4. 국민대 도서관 뒤로 쭉 뻗은 형제봉 능선과 우뚝 솟은 보현봉.
5. 형제봉 능선에서 바라본 평창동... 서울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집들...
6. 보현봉에서 본 문수봉... 그 아래의 절은 문수사.
7. 보현봉에서 본 대남문... 왼쪽의 절은 문수사
8. 우리가 걸어온 형제봉 능선.
9. 보현봉에서 산성주능선에 이르는 암릉... 재미 만빵.
10. 암릉 구간을 통과하는 따오기형과 파사형.
11. 암릉을 내려서는 캐빈의 뒷모습...
12. 행궁지 가는 능선에서 조망한 북한산 주봉들... 인수봉이 고개를 내밀고...
13. 행궁지 가는 능선 우측의 산성주능선... 아직 흰눈이 남아있다.
14. 용암문 부근 성벽에서 바라본 대남문... 역광에 대남문 구멍이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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