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후감] <곽재구의 예술기행>을 읽고

빌레이 2017. 2. 8. 13:59

천박함과 무례함이 판치는 세상이다. 천민 자본주의 속에서 오염된 돈과 비틀린 민주정치에 매몰된 권력 앞에서 서민의 삶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도래는 요원한 듯싶다. 1945년 광복 이후 임시정부가 권력을 잡지 못하고 미군정 치하에서 친일파가 다시 권좌에 올라 되살아난 것부터 우리의 현대사는 꼬이고 말았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 1987년 6·10 민중항쟁 이후에도 그 혁명의 주체와 민주화 세력은 권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작금의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더이상 이러한 패배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백일 하에 드러내어 깨끗히 소독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혼란은 모든 면에서 깊이가 부족한 탓이라는 생각이다. 속사람보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세태에 쉽사리 흔들리고 마는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한다. 우선 <곽재구의 예술기행>을 펼쳐들고 그 속에서 요즘의 심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키고 싶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인의 감성이 곳곳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이 산문집 또한 아름다운 글귀들로 가득 차 있다. 여행을 하려면 이렇게 아름답고 그리움 넘치는 여행을 해야 한다는 어떤 완성된 전형을 이 책은 보여주는 것 같다. 나의 고향인 남도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좋아하던 문인과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더욱 살갑게 다가온 부분이 많았다. 남도를 예향이라고 부르지만 그동안 나는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곽재구 시인은 역사, 예술,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기반으로 하여 따뜻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예향을 안내하고 있어서 어렴풋이나마 그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근자에는 정의롭고 아름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론한 기억조차 거의 없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묵묵히 내 앞에 놓인 일을 헤쳐나갈 용기와 강단도 많이 부족해졌다. 몸 건강한 게 제일이랍시고 몸 가꾸는 데 많은 생각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정신도 함께 가꾸어서 건강하고 강한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곽재구 시인의 <예술기행>에는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사람답게 살고자 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던 예술가들의 눈물나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눈앞에 놓인 일들을 밥벌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감당해내는 것은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는 지식인은 자칫하면 철학자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굴레에 갇히고 말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심란했던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는 기분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던가? 자신의 행동은 바꾸지 않으면서 변화를 꿈꾸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이제는 내 일상의 행동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1. 이제 껍데기, 가짜는 사라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 삶의 껍데기도 털어내야 한다.


2. 곽재구는 화가 김환기의 고향을 찾아가는 길에 헤세와 김광섭의 시를 떠올린다.


3. 진도 소리에 대한 곽재구의 애정은 각별하다. 


4. 박인환의 시와 함께 하는 서울 종로 부근의 여행도 인상적이었다.


5. 이청준과 한승원의 생가를 찾아 장흥으로 떠나는 여정은 나의 고향집과 가까운 곳이어서 더욱 즐겁게 읽혔다.


6. 그곳의 예술과 역사를 모르는 여행은 참다운 여행이라 할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