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에서 뜻밖의 함박눈을 만났다. 용문산 정상과 백운봉을 잇는 장쾌한 능선길 한가운데에 있는 함왕봉에서 차분히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었다. 올겨울 들어서 처음으로 맞이한 눈이라서 더욱 반가웠다.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히 내려와서 소복히 쌓이는 하얀 눈송이가 더없이 아름다웠다. 하늘에서 뿌려주는 축복의 떡가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여쁜 자태로 내리는 함박눈을 지긋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충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눈이라도 어디에 안착 하느냐에 따라서 그 순도가 달라진다. 인간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쌓일수록 순백에 깃든 순수함은 더욱더 깊이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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