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고 젊은 날의 기억을 아름답게 떠올릴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시인의 감성이 문장 곳곳에 배어 있는 좋은 글귀들로 가득찬 수필을 읽는 동안 자연스레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곽재구 시인이 지은 산문집 <길귀신의 노래>에는 1부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2부 와온 가는 길, 3부 그리운 여수 바다, 4부 길귀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로 묶인 39편의 글이 실려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생각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 하나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청년기와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최근의 생활까지 그 속에서 시인이 발견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곁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해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펼쳐 놓는다.
제자들과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가는 조계산 야간 산행을 하면서 올려다본 밤 하늘에서 젊은 날의 열정을 떠올리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별 같이 아름다운 시를, 별처럼 많이 쓰고 싶었다던 시인의 젊은 날은 수학이란 학문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의 청년기와 닮아 있다. "모든 기쁨은 눈물 근처에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기억의 좌표가 빚어내는 마음의 진동이다" 등의 글귀는 깊은 사색의 결과이다.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곽재구 시인의 이 책은 마음이 공허하고 허허로울 때 한 번쯤 다시 집어들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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