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어머니와 함께 한 장성과 담양 여행 - 2013년 12월 5일~6일

빌레이 2013. 12. 13. 04:55

올해 들어 어머니께서 자주 편찮으신 기색을 보이신다. 멀리 나주의 고향집에 홀로 사시는 까닭에 걱정스러운 마음만 더 할 뿐 자주 찾아뵙지 못 한다. 가까운 광주에 살고 있는 작은 누나와 남동생이 잘 보살펴 드리고 있어 어느 정도 위안은 된다. 하지만 어머니를 자주 뵙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환경은 불효를 범하고 있다는 부담감으로 남는다. 평생을 시골에서 살아오신 어머니를 내 마음 편하자고 서울에 모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가능한한 자주 어머니를 찾아 뵙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란 생각이다.

 

종강 직후 잠시 찾아든 틈을 이용해 어머니께 다녀오기로 한다. 마침 중학교 때 은사이신 문인숙 선생님과 20여년 만에 연락이 닿아 내려가는 길 중간의 전주에서 뵙기로 하여 이래저래 뜻깊은 여행이 되었다. 설레임과 반가움이 함께 한 선생님과의 해후를 뒤로 하고 고향집에 도착하니 짧아진 겨울 해는 기울고 어느새 주위는 깜깜하다. 달포 전 코피를 많이 쏟아 응급실 신세를 지셨던 어머니는 많이 약해져 보인다. 내가 도착한 때에도 구토 증세가 심해서 병원에 다녀온 탓에 매우 허약해진 상태였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대하니 내 마음도 무겁고 불편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는 편찮으신 몸으로 아들에게 맛있는 청국장을 끓여주신다. 어머니도 나와 겸상한 식사를 어느 정도 하시고 기력을 회복하시는 듯하여 다행스런 마음이 든다.

 

경찰 공무원인 동생 주일이가 비번이라며 장성의 방장산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지내자고 한다. 동생은 광주에서 두 딸을 데리고 오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나주에서 출발하여 예약해둔 휴양림 내의 숙소에서 만나기로 한다. 산림청에서 조성한 방장산 국립휴양림은 예상보다 괜찮았다. 숙소도 깔끔하고 난방 상태도 최상이어서 어머니께서 무척 만족스러워 하시니 더이상 좋을 수가 없다. 주일이가 준비해온 굴을 삶아서 배터지게 나눠 먹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다음날 새벽에 주일이와 조카들은 출근과 등교를 위해 먼저 떠나고 어머니와 둘이서 뒷정리를 한 후 이른 아침 드라이브에 나선다.

 

먼저 방장산에서 가까운 백양사를 둘러본다. 간밤에 내린 비로 전날까지 연무에 싸여있던 주위는 말끔해졌다. 인적이 드문 아침 시간에 어머니와 둘이서 백양사 주위를 산책한다. 나는 백양사가 처음이고 어머니도 다녀가신지 삼 사십년은 흘렀다고 하신다.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백학봉 절벽이 찬란히 빛나고 있는 가운데 비자림과 참나무 숲에 둘러싸인 백양사 경내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백양사를 나와 순창을 거쳐 담양으로 넘어간다. 영산강의 발원지라는 용소를 보고 싶어 가마골로 접어든다. 하지만 공사중이라서 갈 수 없다는 안내소 직원의 말을 듣고 근처 추월산 아래의 담양호로 향한다. 가마골을 흘러온 용소의 물은 담양호로 흘러든다. 

 

담양호 주변의 경치 좋은 곳에 설치된 데크길은 어머니 같이 연로하신 분들이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이다. 평탄한 마루 위를 걸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데크길에 호수의 맑은 물과 추월산 기암의 절경이 어울어지니 더이상 바랄 게 없다. 산책하시는 내내 어머니도 "참 잘해 놨다. 좋다 좋아!"를 연발하신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나주의 집으로 오는 길에 영산포의 중국집에서 어머니와 짜장면 한 그룻씩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어머니의 단골 짜장면집 답게 그 맛이 일품이다. 2박 3일을 큰 아들과 함께 보낸 적이 처음인 것 같다며 어머니는 좋아 하신다. 그러고 보니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고향집을 떠나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고향집에 갔다가도 서둘러 돌아와버린 까닭에 그동안 어머니는 많이 서운해하셨을 것이다. 자주 연락하고 가끔씩이라도 찾아뵙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