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도봉산 낭만길 등반 - 2013년 5월 11일

빌레이 2013. 5. 12. 13:55

도봉산 만장봉을 오르는 낭만길 등반에 나선다. 아침 8시 도봉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신록이 우거지고 연달래꽃 만발한 호시절이다. 등반하기 좋은 날씨인지라 만월암으로 향하는 길에서 어프로치를 하고있는 서 너 팀이 보인다. 사월 초파일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만월암에 이르는 등로는 연등이 빨랫줄에 핀 꽃처럼 나란히 달려있다. 암자 위의 너럭바위에서 스트레칭도 하며 쉬어간다. 지난 주 멀리 다녀온 천등산 등반이 힘겨웠던 탓인지 양쪽 어깨 근육이 뭉친 상태로 뻐근하다.

 

다행히 낭만길 초입엔 아무도 없다. 우리를 앞서 지나간 팀들은 모두 자운봉으로 향하는 배추흰나비길에 붙은 모양이다. 바위 틈에 연분홍빛의 철쭉꽃이 만개해 있는 낭만길 풍광은 그 이름만큼이나 아름답다. 선등을 하는 정신이가 자기도 모르게 아내의 암벽화를 가져오는 바람에 릿지화를 신은 상태로 등반해야 한다. 네 번째 마디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재미 있는 등반이 이루어진다. 클라이밍 다운으로 능선에서 내려선 후 다시 올라야 하는 다섯 번째 마디가 문제다. 하루 전에 내린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음지의 크랙과 침니가 직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정신이가 먼저 오르는데 자주 미끌린다. 암벽화를 신지 않은 탓도 있지만 물이 흘러내리는 바위 표면이 참기름 바위처럼 미끄러운 까닭이다. 그래도 정신이는 굴하지 않고 캠 세 개를 설치하면서 어렵게나마 돌파한다. 아래에서 빌레이 보는 나도 어느 때보다 긴장한다. 배낭을 끌어올리기로 하고 나는 배낭 없이 오르는데 생각보다는 쉽게 돌파한다. 직벽에서 선등의 중압감이 훨씬 크고 반침니 형태의 구간인지라 자세가 여의치 않은데 배낭이 없으면 훨씬 몸이 자유롭기 때문인 것 같다. 배낭을 자일로 끌어올리고 은경이까지 마지막으로 올라온 후 안부에서 간식을 먹는다. 작년에 오를 때보다 훨씬 힘들게 오른 탓인지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크게 느껴진다.

 

나머지 마디는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오른 후 정상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는 만장봉 꼭대기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점심도 나눠 먹으며 여유 있는 한 때를 보낸다. 나란히 이어지는 배추흰나비길의 등반팀들은 아직도 중간 마디에서 열심히 등반을 이어가고 있는 게 내려다 보인다. 자운봉, 신선대, 만장봉, 선인봉이 모여있는 도봉산 정상부의 풍광은 언제봐도 멋지고 화려하다. 등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릿지화만으로 만장봉에 오르는 한 무리의 산객들을 만났을 뿐 평소의 주말과는 다르게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낭만길에 붙지 않아서 좋다. 덕분에 세 친구가 모처럼 도봉산에서 호젓하고 기분 좋은 주말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1. 후등으로 올라온 친구가 4 피치 말미의 침니를 오르고 있다.

 

2. 어프로치 중간에 올려다본 선인봉은 옅은 안개 속이다.

 

3. 만월암에 이르는 돌계단길을 오르고 있다. 엿새 후면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4. 만월암 위에서 왼쪽 능선 안부에 오르면 낭만길 초입이다.

 

5. 낭만길 1 피치는 쉬운 난이도이다.

 

6. 두 번째 피치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7. 세 번째 피치를 오르면 전망 좋은 쉼터와 멋진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8. 바위 사이에 핀 연달래꽃과 신록이 아름답다.

 

9. 맨 위에 올려다보이는 큰 소나무가 네 번째 피치 확보점이다.

 

10.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 능선은 자운봉과 연기봉에서 뻗어내린 배추흰나비길이다.

 

11. 낭만길에서 배추흰나비길의 등반자들이 잘 보인다.

 

12. 왼쪽 바위 그늘의 직벽 침니가 우리를 힘들게 한 다섯 번째 피치이다. 아래로 완전히 내려선 다음 다시 등반해야 한다.

 

13.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확보점. 암벽화 없이 선등하는 정신이를 고려하여 왼쪽의 침니를 이용해 올라본다.

 

14. 이 곳을 넘어서면 정상이다.

 

15. 정상에서 마지막 등반자가 오르고 있다.

 

16. 하루 전에 내린 비 때문에 만장봉 정상엔 물웅덩이가 생겼다.

 

17. 정상에서 친구들이 선인봉 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18. 배추흰나비길의 후반부 피치가 있는 연기봉과 그 위의 자운봉이 선명히 보인다.

 

 

19. 만장봉 정상에서 사진찍기 놀이 중인 친구들. 나의 소중한 자일파티.

 

20. 만장봉 정상에선 신선대와 자운봉을 잘 조망할 수 있다. 오랜만에 도봉산에서 호젓하고 즐거운 주말 등반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