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서 동료 교수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독일인 남편 분도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입니다. 프랑크푸르트가 고향인 교수님 남편의 집안 사정 때문에 평소보다 일찍 독일에 오셨던 관계로 저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직장 동료를 해외에서 만나면 더욱 반갑고 새로운 법입니다. 출장 일정이 자유로운 어느 평일 오후에 교수님 부부께서 저를 초대해주셨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의 제 숙소에서 만나 라인강변으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뤼데스하임부터 코블렌츠에 이르는 라인강변의 풍경은 정말 멋집니다. 겨울이라 좀 황량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충분히 좋았습니다. 강물이 굽이치는 협곡의 바위 언덕인 로렐라이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가히 일품입니다.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 그곳의 고즈넉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변을 오가는 차량들과 기차가 장난감 가게의 미니어처 같고, 강물 위를 미끄러져 가는 거대한 화물선도 내려다 보입니다. 강 양쪽의 절벽엔 아름다운 고성들이 즐비하니 꼭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평화롭습니다.
로렐라이 언덕에 서면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미모의 여인이 멋진 노랫가락으로 사공을 유혹하여 배를 침몰시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슬픈 전설에 관한 독일 민요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강폭이 갑자기 좁아지고 에스자로 굽이치는 곳이라서 배를 운행하기가 무척 까다로웠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강바닥에 암초가 많아서 난파 사고가 잦았으나 지금은 그러한 암초들을 모두 제거하여 안전한 뱃길이 되었다는 동료 교수님의 설명입니다.
라인강변 절벽 너머는 산골 마을입니다. 검소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을 지닌 전통 독일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 마을들이 정겹습니다.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동안 돌아다니다가 뤼데스하임 인근의 조그마한 산골 마을에서 만찬을 즐겼습니다. 라인강 와인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마을이라고 합니다. 불빛이 거의 없어 한산해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을에서 조합을 결성해 한 농가에서 일 년에 4 개월씩을 돌아가면서 장사한다고 합니다. 소박하게 공생하는 방법을 실천하는 그들의 지혜가 부럽습니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만이 최선이라며 농촌마저도 너무 탐욕적으로 변해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곱씹어봐야할 모델입니다.
독일 유학 시절의 불안한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 곳이어서 더욱 그곳을 사랑하게 됐다는 동료 교수님의 애착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전혀 낯설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독일인들의 모습에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이 불현듯 떠오를 정도로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듭니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생산했다는 와인 맛은 어찌도 그리 그윽하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1. 로렐라이 언덕에서 내려다본 풍경. 강변에 간간히 보이는 고성들이 아름답다.
2. 뤼데스하임에서 코블렌츠 방향으로 항해 중인 화물선을 언덕에서 내려다본다.
3. 로렐라이 언덕에서 코블렌츠로 향하는 라인강을 굽어본다.
4. 라인강이 굽이치기 시작하는 지점. 뤼데스하임에서 흘러오는 강물이 로렐라이 언덕이 있는 협곡에서 거칠어진다.
5. 동전을 넣으면 로렐라이에 얽힌 전설이 흘러나오는 모양이다.
6. 곳곳에 흰눈이 쌓여있는 차가운 날씨였지만 라인강변의 고즈넉함을 온전히 만끽하였다.
7. 강변에서 올려다본 고성의 실루엣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다.
8.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독일 날씨에선 그리 흔치 않은 붉은 노을을 감상하는 행운도 누렸다.
9. 라인강변 와인을 생산하는 시골 마을의 레스토랑 입구는 조용하다. 하늘엔 별빛도 총총하다.
10. 레스토랑 안의 따뜻한 분위기. 가운데 테이블 빈자리가 우리들이 앉았던 곳. 카메라를 보고있는 부부가 특히 우리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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