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경을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이다. 책이 귀하던 시절 무료로 배포된 포켓북 형태의 신약성경을 받아들고 집에서 읽어보려 했던 기억이 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어서 아주 쉽게 읽기를 포기했었다. 그 후로 한참 동안 기독교 신앙은 내게 멀게만 느껴졌다. 어떤 이유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막연히 교회가 싫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의 절친이 독실한 신자이고 처가가 기독교 집안이긴 했지만 결혼 후에도 한참 동안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
박사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로 어렵게 살던 시절 기독교 재단의 대학에 지원하기 위한 구실로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성경은 다시 내 주변에서 머물렀다. 가끔 교회에서 하는 성경 공부도 참여했다. 하지만 성경의 일부분에 국한될 수 밖에 없는 그런 공부가 성경 전체에 대한 나의 갈증을 완전히 해소해줄 수는 없었다. 소설책을 좋아하던 시절이라 우선 소설 형식으로 재미있게 쓰여진 <이야기 성경>으로 신구약 성경 66권의 전체 줄거리를 잡았다.
구약 39권과 신약 27권으로 이루어진 성경을 완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법 두꺼운 책인 조병호 목사의 <성경통독>을 재미있게 읽고난 후 성경을 통째로 읽고싶은 마음은 항상 품고 있었지만 번번히 좌절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간행된 성경의 한글판은 현재의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용어나 표현들이 많아 거부감이 있었다. 고어를 잘 사용하면 전통적인 맛도 나고 성경을 읽을 때 좀 더 경건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한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성경의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딸 녀석이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우리말성경>을 거실에서 발견했다. 최근에 쉬운 한글판 성서가 여러 종류 편찬되고 있어서 눈여겨 보고 있던 차라 몇 페이지 읽어보니 내게 딱 맞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인 딸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해서 내가 읽기로 했다.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올해 안에 이 책으로 완독해보리라 다짐하고 틈틈히 읽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성경 완독 프로젝트가 어제 끝났다. 예상보다 한 달이나 일찍 마치고 나니 잔잔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성경을 완독하는 동안 여러 가지 유익함이 있었다. 그간 66권 중에서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 한 권씩 읽었던 적은 여러 번 있다. 특별히 좋아했던 <요한복음>, <로마서>, <야고보서>, <창세기> 등은 여러 차례 중복해서 읽은 적도 있다. 성경 본문 전체를 통으로 읽은 직후인 지금 돌아보니 새롭게 얻은 감동이 크다는 걸 느낀다. 성서 66권 전체가 균형감과 일관성 있게 쓰여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던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부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건 큰 수확이다. 아마도 <우리말성경>의 한글 번역이 이 부분에서 큰 위력을 발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룻기>, <에스더>, <아가서> 등도 예전보다는 새롭게 다가왔고, <욥기>는 깨달음의 기쁨과 함께 정말 큰 감동을 내게 전해주었다. 성경에 있는 내용이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매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도 시종일관 느낄 수 있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의 4 복음서를 통으로 읽는 기쁨도 특별했다. 성경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4 복음서는 같은 사실을 각기 다른 얘기와 관점에서 풀어내는 다양성을 맛보게 하는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한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죄의 결과는 죽음이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여 십자가에 매달리고 죽음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큰 사랑이 예수님이다. 그 예수님은 죽음에서 부활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과 십자가를 붙들어야 영생에 이를 수 있다. 이와 같은 복음의 내용이 잘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1. <우리말성경>은 예전에 읽었던 부분도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힘이 있다. 내게는 <욥기>가 특히 그랬다.
2. <우리말성경>은 기존 성경 내용의 왜곡 없이 쉽게 다가오는 한글 번역본이다.
3. 신약성서의 4 복음서를 통으로 읽으면 복음의 내용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 같다.
4. <우리말성경>은 지금은 고인이 된 하용조 목사님이 편찬하셨다.
5.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는 네 권의 성경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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