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

장인어른과 함께 한 열흘 동안의 유럽 여행 (2010년 4월 22일 ~ 5월 1일)|

빌레이 2010. 5. 4. 19:13

칠순이 넘은 장인어른께서 홀로 유럽에 오셨다.

내가 유럽에 삼 개월 머물 예정이라는 말씀을 드렸을 때부터 결정된 일이다.

오랜 공직 생활에서 은퇴하신 이후로 해외 여행을 많이 다니신 분이다. 

하지만 대부분 패키지 여행이어서 좀 더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인한 우여곡절 끝에 예정보다 6일 연기된 4월 22일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입국하셨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가 많아 이번 여행은 순전히 마일리지 만으로 비행 요금을 대체할 수 있었다고 하신다.

 

장인어른과의 여행을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해야했다. 우선 여행 일정을 장인어른의 구미에 맞춰야했다.

패키지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유명 여행지만이 아닌 유럽 곳곳의 생활상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기차와 렌트카를 이용한 교통편을 예약하고 호텔 사정도 어느 정도 파악해 놓아야 즐거운 여행이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을 생각해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시기로 한 그 날부터 유럽 하늘이 막혀버렸다.

내가 세워둔 많은 계획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된 순간 좀 답답하고 당혹스러웠다.

예약 문화가 정착된 유럽에서는 한국에서 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모든 예약을 뒤로 미루는 이메일과 전화를 곳곳에 보내고 여행 계획을 다시 수립하는 번거로운 일을 해야했다.

더욱 괴로운 일은 당시 상황으로는 6일 뒤로 미뤄진 장인어른의 비행 일정도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계획 단계부터 많은 것이 삐걱거려서 나는 이 여행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지고 알찬 체험을 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노구의 몸을 이끄시고 사위와 함께 여행하면서 고생스러운 것을 잘 참아내시고 항상 긍정적인 면을 보시는 장인어른의

적극성과 도전 정신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젊음이란 결코 육체적 나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장인어른은 내게 몸소 보여주셨다. 

어려운 일에 도전할 때 기도할 일도 생기고 자신의 존재가 나약함을 인지할 수 있음을 이번 여행에서 많이 느꼈다.

 

장인어른과 보낸 열흘 동안의 대략적인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 1일차 (4월 22일, 목요일) : 나는 루벤에서 리에쥬 거쳐 기차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장인어른은 오후 6시경 공항 도착. 

            호텔 체크인 후, 프랑크푸르트 시내 및 마인강 관광, 시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스테이크와 맥주로 저녁 식사.

- 2일차(4월 23일, 금요일) :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 기차로 이동 (고속철 ICE), 12시 반경 베를린 중앙역 도착.

            국회의사당, 브란덴부르크 광장, 시내 중앙공원 가로질러 동물원역 주변의 유스호스텔 체크인,

            이층시내버스 이용하여 돔성당 도착, 스프레(Spree)강 유람선 탑승 후 중국식으로 저녁식사.

- 3일차(4월 24일, 토요일) : 중앙공원 산책후 베를린중앙역에서 9시 45분발 쾰른행 ICE 탑승, 쾰른에서 리에쥬 거쳐 루벤역 도착.

            장장 7시간의 기차여행, 루벤의 내 숙소에서 편안한 휴식, 저녁식사는 벨지움식 생선요리.

- 4일차(4월 25일, 일요일) : 루벤 시내 및 아렌베르그성 산책 후 부루게 가는 기차 탑승.

            브루게 시내 여행,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는 브루게 운하 보트 탑승, 돌아오는 길에 브뤼셀에서 시티투어버스로 시내 관광,

            그랑플라스 근처의 레옹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벨지움식 홍합요리 뮬르로 저녁식사 후 루벤 도착.

- 5일차(4월 26일, 월요일) : 아침 일찍 렌트카 빌려서 나뮤르, 디낭, 워털루를 돌아오는 환상적인 드라이브.

            예약해 놓은 소형차가 동나서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새 차 볼보 V6를 빌리는 행운, 디젤 승용차가 이렇게 좋을 수가...,

            이제부터는 뚜벅이 생활 접고 편안한 자동차 여행.

- 6일차(4월 27일, 화요일) : 오전에 앤트워프 대성당 및 시내 관광, 점심은 장인어른이 좋아하신 루벤대학 식당에서 스테이크.

            오후엔 루벤시청 앞 노천카페에서 맥주 마시며 여유로운 한 때를 만끽,

            저녁식사는 브뤼셀한인교회 안 장로님 초청으로 꿀 맛 같은 한식과 정감 있는 대화의 시간.

- 7일차(4월 28일, 수요일) : 대장정의 시작, 룩셈부르그 시티 관광, 프랑스 고속도로 거쳐 스트라스부르그 도착.

           스트라스부르그 시내 운하 및 대성당 관광 후 독일과의 국경에 위치한 자동차호텔 F1에 체크인,

           저녁은 걸어서 린(Rhin)강을 건너 독일 케흘(Khel)의 강가 식당에서 맛있는 스테이크 요리 및 독일 맥주,

           다시 자전거와 사람만 다니는 멋진 사장교를 지나 프랑스 국경을 넘어 숙소에 도착, 저녁식사는 독일에서 잠은 프랑스에서.

- 8일차(4월 29일, 목요일) : 스트라스부르그 출발, 독일 바덴바덴, 칼슈르, 슈트트가르트, 울름, 뮌헨 지나 오스트리아 도착.

           짤츠부르그 미라벨 정원, 모짜르트 거리 등 시내 관광 후 알프스 호수마을 짤츠카머쿠트로 이동,

           장크트볼프강 호수, 장크트길겐 호수, 쯔뵐퍼호른(1522미터) 산 케이블카 탑승 후 장크트길겐 호수가 호텔 투숙,

           하얀 설산과 푸른 초원 옥색 호수가 빚어내는 알프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 9일차(4월 30일, 금요일) : 장크트길겐 호수 산책 후 호텔 아침식사, 독일 로텐부르그로 출발.

           로맨틱가도의 보석 로텐부르그 성벽 바로 옆의 호텔 체크인, 중세 시대의 성곽이 완벽히 보존된 로텐부르그 관광.

- 10일차(5월1일, 토요일) : 로텐부르그 성벽길 전체를 걸어서 산책 후 뷔르츠부르그로 출발.

           로맨틱가도의 출발지 뷔르츠부르그에서 아름다운 성벽과 마인강 위의 알테마인교 관광.

           마인강변 알테마인교 바로 옆의 카페에서 휴식 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이동.

           오후 4시경 대한항공 체크인, 아버님 환송 후 쾰른, 아켄, 아인트호벤, 겐크를 거쳐 무사히 루벤에 도착.

 

여행 기간 동안엔 유럽 날씨답지 않게 정말 화창한 날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여행지인 뷔르츠부르그의 지하주차장에 도착한 직후에 처음으로 비가 쏟아졌을 정도로 환상적인 날씨였다.

아버님이 계시는 동안 하나님의 은총이 있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가족과 지인들의 기도와 마음 속의 후원 덕택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감사하는 마음이 가슴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귀한 경험을 했다.

 

 

1. 벨지움의 나뮤르성 위에서 아름다운 뮤즈강과 나뮤르 시내를 내려보며 포즈를 취하신 장인어른...

 

2. 벨지움 부루게 시청앞 광장 카페에서의 맥주 한 잔... 꽉(Kwak)이란 명칭의 벨지움 맥주는 잔이 예쁘다...

 

3. 루벤에서 나와 지내시는 동안 대학생이 된 것 같다고 좋아하시던 장인어른...

 

4.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벨지움 최고의 관광지...

 

5. 장크트길겐 마을과 호수... 모짜르트 어머니의 고향, 헬무트 콜 수상의 휴양지로 유명... 호수 바닥까지 다 보일 정도로 맑은 물...

 

6. 로텐부르그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같다... 성벽이 완벽히 보존되어 성벽길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7. 로텐부르그 성내의 가옥들은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예쁜 집들의 연속이다...

 

8. 나뮤르에서 디낭 가는 국도는 아름다운 뮤즈 강가를 따라간다... 우리가 지나갈 때 뮤즈 강은 벨지움의 봄을 모두 담아내려는 것 같았다...

 

9. 짤츠부르그의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언제 봐도 멋지다... 난 이 곳이 세 번째...

 

10. 통일 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베를린은 이제 유럽의 떠오르는 관광지 같다... 아직도 많은 곳이 공사 중이다...

 

11.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는 벨지움의 브루게는 정말로 예쁜 도시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운하 보트...

 

12.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을 기억할 것이다... 그 무대가 바로 독일 국경에 위치한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그...

 

13. 나폴레옹과 웰링턴 장군의 전투 지역으로 유명한 워털루의 사자상... 브뤼셀 외곽에 위치한다... 장인어른은 계단이 힘겨우셨던 모양이다... 계단 개수를 세어보니 224개라고 하신다...

 

14. 장크트길겐 호숫가 호텔에 투숙하면서 아침 산책을 즐겼다... 더 이상 말이 필요치 않은 풍경 속을 거닐었다...

 

15. 독일 케흘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를 잇는 린 강 위의 사장교...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멋진 다리...

 

16. 독일 로텐부르그는 성 안과 밖이 모두 빼어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성 외곽을 흐르는 타우버 강도 보인다...

 

17. 쯔뵐퍼호른 산은 1522미터 높이인데 아직도 정상부엔 흰 눈이 있다... 정상에 서면 멀리 있는 호수들과 알프스 영봉들이 보인다...

 

18.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산책로는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장크트길겐 호숫가 산책로...

 

19. 이번 여행의 동반자 볼보V50... 연비, 승차감, 성능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던 디젤 승용차... 6일 동안 3천 킬로미터 정도를 달렸다... 

 

20. 새벽의 장크트길겐 호수는 캐나다 루이스 호수를 닮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정말 아름다운 여행을 장인어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