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반도A' - 2026년 4월 12일(일)

빌레이 2026. 4. 13. 07:05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네 악우가 모여 택시를 타고 도선사 경내까지 이동하여 곧바로 용암문으로 향하는 산길에 접어든다. 등로 주변엔 진달래와 노랑제비꽃이 한창이다. 오늘은 최저기온 6도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24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일교차가 매우 큰 날씨라 내심 걱정했는데 쨍한 햇살을 등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등에 땀이 나서 자켓을 벗게 된다. 오늘의 노적봉 등반 루트는 '반도A'길로 정했다. 기석형과 지선씨가 노적봉 등반은 처음이라고 하여 가장 유서깊고 고전적인 바윗길인 반도길을 택했던 것이다. 예전 같으면 '반도A' 루트는 암벽의 동남면 밑동까지 내려가서 등반을 시작했었다. 오늘은 안전을 위해 서북횡단 밴드를 따라 반도길 3피치 확보점에 진입하기로 한다. 국공에서 낙석위험이라는 미명 하에 3피치까지 멀쩡하던 중간볼트 뿐만 아니라 쌍볼트 확보점까지 모두 제거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북횡단 코스의 출발점에서 여러 명이 장비를 착용하기엔 지형이 옹색했다. 내리막길 직전 고갯마루의 안부에서 모든 등반장비를 착용했더라면 한결 편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풀이 자라고 있는 사선 밴드를 따라 40미터 이상을 등반하여 대침니 아래의 확보점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틀 전 내린 적잖은 비로 인해 바위사면을 따라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던 까닭이다. 중간볼트가 2개 설치되어 있던 것이 그나마 선등자의 안정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대침니에 올라선 이후부터는 모든 등반이 더없이 즐거웠다. 윤선생님팀이 우리팀 바로 아래에 붙는 걸 나는 대침니 안의 확보점에서 인지할 수 있었다. 선등자 확보를 보던 은경이가 윤선생님과 나누던 대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윤선생님은 중간 확보물이 전혀 없는 반도길 초반 3피치를 길게 한 피치로 올라서서, 대침니와 크랙으로 구성된 4, 5, 6피치도 단번에 등반하셨다. 내가 대침니 위의 5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일 때, 윤선생님께서 가볍게 우리팀을 추월하셨다. 평지를 걸어가듯 사뿐사뿐 리드미컬하게 등반하시는 멋진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직관하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속도라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6피치 확보점에 도착하여 비로소 윤선생님과 차분히 말을 섞을 수가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란씨와도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확보 중에 윤선생님께서 주신 밀크카라멜 한 조각이 그렇게나 맛있을 수가 없었다.

 

반도길 좌측 버트레스인 코바위 정점을 지난 이후부터 윤선생님팀은 직상 루트로, 우리팀은 그 우측에서 크랙을 따라 올랐다. 노적봉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피치도 윤선생님팀이 좌측, 우리팀은 우측 루트를 택해서 나란히 등반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한 후에 '광클C' 루트로 올라온 기영형과 민지씨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대학 동문으로 초면인 기석형과 기영형을 서로 소개시켜 드렸다. 남의 시선일랑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릿지꾼들이 소란스럽게 기념사진을 남기는 와중에서도 정상에서의 점심시간은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오늘의 바윗길은 그야말로 찰진 손맛이 느껴진다고 할 정도로 기분 좋은 상태였다. 윤선생님과 기영형을 비롯한 홍대클라이밍센터 회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등반이었다.     

▲ 도선사에서 용암문으로 향하는 등로는 한적해서 좋다. 진달래와 노랑제비꽃이 만발하여 가파른 오르막도 즐거울 수 있었다.
▲ 서북횡단 밴드 초입에서 오늘의 등반을 시작한다. 용암문에서 어프로치할 경우엔 고갯마루의 안부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내려오는 것이 더 편리할 듯하다.
▲ 밴드를 따라 오르는 길에 물이 흐르고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중간볼트가 2개 있었다.
▲ '반도A' 루트 3피치 확보점. 이 곳까지 사선 밴드를 따라 45미터 정도를 등반했다.
▲ '반도A' 루트 4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 대침니 안의 4피치 확보점에서 포즈를 취해본다.
▲ 지선씨의 확보로 5피치를 선등 중이다.
▲ 대침니 안에서 윤선생님이 은경이 뒤를 바짝 뒤쫒고 있는 중이다.
▲ 기석형이 우리팀 라스트로 5피치 대침니 구간을 등반 중이다.
▲ 윤선생님께서는 대침니에서 우리팀을 추월하여 4, 5, 6피치를 단번에 오르셨다. 사뿐사뿐 경쾌한 동작으로 등반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나는 오버하지 않기로 하고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6피치를 등반하기로 했다.
▲ 6피치 확보점에서 우리팀과 윤선생님팀이 함께 모여 있고, 내가 먼저 7피치를 출발했다. 확보점에서 윤선생님이 건네주신 밀크카라멜 한 조각이 참 달고 맛있었다.
▲ 7피치는 크랙을 따라 캠을 설치하면서 올랐다. 출발점의 언더크랙은 발을 믿고 디디면 손가락 한마디 정도가 들어가는 홀드가 잡힌다.
▲ 7피치 등반선은 크랙을 따라 꺽이기 때문에 알파인 퀵드로를 길게 설치하는 게 로프 유통에 좋다.
▲ 윤선생님팀은 코바위 정점에서 직상 루트로, 우리팀은 크랙을 따라 우측으로 나란히 진행했다.
▲ 우리팀 지선씨가 '반도A' 8피치를 등반 중이다.
▲ 마지막 피치를 남겨 둔 테라스의 확보점에서 윤선생님은 좌측, 나는 우측 확보점을 사용했다. '반도A' 6피치 확보점부터 우리팀은 7, 8피치, 두 마디로 끊어서 이 곳까지 올랐고, 윤선생님은 코바위 정점부터 여기까지 한 피치로 등반하셨다.
▲ 정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윤선생님팀은 좌측, 우리팀은 우측 루트로 나란히 등반했다. 우측에 새로운 루트가 생겨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 우측 루트의 두 번째 볼트에 클립하는 게 관건인데, 사진 상에서 두 손으로 잡고있는 홀드의 좌측을 손으로 잡고, 그 바로 우측에 오른발을 올려놓아야 한다.
▲ 오른발을 홀드에 올려놓은 다음엔 오롯히 오른발만으로 밸런스를 잡고 일어나면 다음 손홀드가 잡히고, 두 번째 볼트에 클립할 수 있다. 오늘은 일련의 동작과정이 단번에 이루어져서 내심 등반의 쾌감이 배가된 구간이었다.
▲ 등반거리 50미터에 이르는 마지막 피치의 후반부는 완만한 슬랩이다.
▲ 정상 바로 아래의 마지막 확보점 모습.
▲ 정상에서 '광클C' 루트로 올라온 기영형을 만났다.
▲ 정상에 누군가 앙증맞은 정상석을 올려놓았다.
▲ 봄철 해빙기 출입제한이 풀린 첫 주말답게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일대의 바윗길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 인수봉과 선인봉은 많은 곳을 등반했지만, 노적봉 바윗길은 오늘이 처음이라는 기석형과 지선씨가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등반이었다.
▲ 윤선생님과 기영형을 비롯한 홍대클라이밍센터 회원들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 오늘의 반도길은 아주 인기있는 바윗길이었다. 우리가 하산하는 중에도 등반 중인 팀이 있었다.
▲ 용암문에서 도선사로 내려오는 중간에 계곡에서 탁족했는데, 물이 얼음물처럼 차가워 물속에서 10초를 버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