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6년 4월 5일(일)

빌레이 2026. 4. 6. 11:07

아침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강촌의 강선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말에도 한적하던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들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맨 안쪽에 한 자리가 남아서 가까스로 주차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 판이다. 유선대 암장이 붐빌 건 뻔한 일이라 한적한 등반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던 마음이 살짝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은 불편하더라도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이 상책임을 깨닫는다. 마음을 내려놓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다짐한다.

 

여유롭게 봄소풍 나온 기분을 내보기로 가볍게 마음을 고쳐 먹으니 강선사 앞에 만개한 목련꽃의 소담스런 자태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어프로치 중에 만난 때이른 금낭화도 반갑게 맞아준다. 오늘은 최근 인공암벽에서 운동하다가 다시 만나게 된 기석형, 지선씨, 은경, 나, 이렇게 4명이 한 팀으로 등반한다. 서로 알고 지낸 세월은 꽤 길지만 자연암벽에서 모두가 함께 모여 등반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선대 암장을 찾은 이래로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와중에서 우리 네 사람은 우벽 위쪽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주변의 루트 형편에 따라 우리만의 등반에 집중하여 안전하게 즐겨보기로 작정한다.

 

오전엔 '통천문' 루트를 통해 유선대 정상에 다녀왔다. 오늘 처음으로 함께 줄을 묶게된 4명이 다른 이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롯히 등반에 집중하면서 팀웍을 다지기에 '통천문'은 더없이 아늑하고 적절한 선택지였다. 점심 직후엔 좌벽으로 이동하여 '참나무', '오르락', '수류화개' 루트를 올랐다. 워낙 많은 로프가 걸려 있어서 짬짬이 비어 있는 루트를 찾아다니느라 루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다시 우벽으로 돌아와 '그리움' 1피치를 오르고, 중앙벽의 '시동' 루트에 매달리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지었다.

 

강촌 유선대 암장은 춘천 한빛산악회에서 개척한 후로 매년 빌레이 사이트 정리와 루트 보수까지 도맡아 해주시는 정성어린 손길 덕택에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이번에도 깨끗하게 정리된 암장에서 등반하는 기분이 참 좋았다. 이 자리를 빌어 그 아름다운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기석형, 명랑한 에너지로 일행을 즐겁게 해주는 지선씨, 묵묵히 뒤를 받쳐주는 은경이와 함께 등반할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무리 불편한 환경이라 해도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우리만의 알찬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몸소 깨달을 수 있었던 오늘 하루가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