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기

강릉 2박 3일 여행 - 첫째 날(2025년 7월 15일(화))

빌레이 2025. 7. 21. 11:22

아내와 둘이서 번잡하지 않은 여름 여행을 가고 싶었다. 마침 평일에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생겼다. 여행지는 강릉으로 정했다. 강릉이 커피의 메카로 알려지기 한참 전, 우리집 아이들이 어렸을 때 속초와 강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희미하다. 우리 부부가 풋풋했던 대학생 시절에 같은 학과 친구들과 함께 오대산에 오른 후 경포해변에서 놀았던 아주 오래된 기억이 오히려 더 뚜렷히 남아있다. 여행 첫날, 새벽에 집을 나서서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길에서 시작하는 선재길을 산책한 후 강릉으로 넘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월정사 앞에 도착하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커피거리가 자리한 안목해변으로 이동했다. 해변에서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바다를 대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했다.

 

여전히 그치지 않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신기한 물고기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근처의 초당순두부마을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에는 비가 그쳐서 경포호수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깔끔하게 잘 조성된 둘레길 주변을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산책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경포 가시연 습지'에 만개한 싱그러운 연꽃을 둘러보는 발걸음이 상쾌했고, 이슬비가 간간히 내리는 둘레길을 걷다가 경포대 정자에 올라가서 옛 선비들처럼 휴식을 즐기던 순간이 낭만적이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던 중 경포해변에서 바다 위로 떠오른 무지개를 보았다. 강문해변까지 다녀오는 동안 아들녀석으로부터 자기 집에서 가까운 지점으로 인사발령이 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의 만찬이 한층 더 흥겨울 수 밖에 없었다. 식후의 해변 산책까지 새벽부터 시작된 길고 긴 하루를 행복하고 알차게 보냈으니 숙소에서 꿀잠 자는 건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