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는 음악의 도시이며, 국제적인 도시다.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 쇼팽, 요한슈트라우스 등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현재의 유엔의 유럽 본부와 우리에게 익숙한 IAEA 같은 국제기구가 많이 자리하고 있는 글로벌 시티이다.
오스트리아는 에전에 두 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비엔나는 이번 출장길에 들른 것이 처음이다.
짤츠부르그와 인스부르크 등 알프스와 가까운 지역을 두 번 여행한 적은 있다.
비엔나는 오스트리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까닭에 오스트리아의 다른 도시들과는 지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어권이다. 비엔나(Vienna)는 영어식 표현이고, 현지 사람들은 독일어 발음으로 빈(Wien)이라 부른다.
신종 바이러스로 해외 여행객이 유럽으로 몰린 까닭인지 인천공항에서 비엔나 가는 직항편의 빈자리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EU연합 입국심사를 통과한 후, 비엔나 행 항공편으로 갈아탔다.
나는 갈아타는 공항으로 프랑크푸르트를 제일 좋아한다. 런던 히드로나 파리 드골 공항에 비해 깨끗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열 번도 넘게 가 본 공항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유일할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루프트한자 항공으로 갈아탈 때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노력했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가는 비행기가 있을 것 같아 여기 저기 물어본 끝에 두 시간 일찍 비엔나로 떠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밤 11시가 다 되어 비엔나에 도착해야 했다. 낯선 곳에 밤 늦게 도착하면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유럽의 택시비는 우리보다 엄청 비싸다. 밤 9시 전에 도착하여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해 숙소에 도착하니 여러모로 좋았다.
숙소는 한인민박으로 네 명이 한 방을 쓰는 구조였다. 이틀 밤을 저렴한 가격에 지내기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깨어 시내를 산책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 마자 평소 보고 싶었던 쇤부룬궁으로 향했다.
오스트리아는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년 넘게 대제국을 형성했던 국가이다.
지금의 체코, 헝가리, 유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의 동구권 전체가 오스트리아 제국의 일원이었고,
그 제국을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거지가 바로 비엔나였다.
비엔나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마리앙뜨와네트로 우리에게 친숙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파리 근교에 루이 14세의 전성기 시절 세운 베르사유 궁전과 유사한 곳이 바로 쇤부룬궁이다.
쇤부룬궁은 여러모로 베르사유와 흡사하다. 규모는 베르사유의 절반 정도인 것 같은데 그래도 엄청 크게 느껴진다.
궁전 내부의 호화스런 장식이나 그림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의 정원이나 사냥터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걷기 좋아하는 나는 예전 왕들의 사냥터였을 숲속까지 샅샅이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사진도 찍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와 요한스트라우스 동상이 있는 시민공원에 가서 산책을 즐겼다.
우리 돈으로 만원 정도 하는 일일 교통권을 사면 비엔나의 지하철, 버스, 트램(전차)을 24시간 동안 자유로이 이용 가능하다.
오후엔 미술사박물관에서 브뤼겔, 루벤스, 렘브란트 등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바벨탑>과 <눈 속의 사냥>은 꼭 한 번 진품을 보고 싶었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거장 렘브란트의 자화상도 실제로 보았다.
만화영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의 우상이던 루벤스의 작품들만을 모아놓은 방에서 본 성화에서 느낀 감동은 컸다.
미술관에서 세 시간여를 돌아보는 동안 밖에는 비가 내렸다. 미술관 관람을 마쳐도 비가 오자 무작정 트램을 탔다.
비가 온다고 카페에 들어가면 비싼 커피를 마셔야 한다. 트램을 타고 계속 돌아다니면 일일교통권이니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유럽 도시에 대부분 있는 트램이라는 교통수단은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도시 미관이나 환경, 승차감,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왜 우리는 종로통의 전차를 쉽게 없애버렸는지 안타깝다. 트램을 타고 교외로 나갔다 들어오니 비가 멈췄다.
다시 호프부르그 궁전과 안뜰을 구경했다. 우리네 경복궁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쉽다.
제국을 건설했던 왕가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모짜르트나 하이든도 왕립 악사였으니 결국 음악도 권력의 전유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호프부르그 왕궁 정원에 모짜르트의 동상이 멋지게 서있다. 동상 앞은 높은음자리표 형상의 화단이 예쁘다.
밤에는 슈테판 성당이 있는 중앙 광장 근처에서 맛있는 맥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거나하게 하는 호사도 부려보았다.
다음 날 아침 학회장인 그라츠로 향하기 전에 비엔나 숲을 꼭 보고 싶었다. 전철 종점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면 비엔나 숲에 갈 수 있다.
비엔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카렌베르그 성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베토벤이 말년에 이 곳 숲에서 요양하며 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했다는 곳이다. 숲 속을 산책해보니 명작이 탄생할만 했다.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를 뒤로하고 남역에서 그라츠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1.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이 공항이 나는 편하고 좋다... 익숙하기도 하고... 터미널 간 모노레일이 잘 되어 있다...
2. 갈아탄 비행기를 서두른 덕택에 지하철로 숙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천창 바로 밑의 침대여서 좋았다... 숙소 천창으로 본 풍경...
3. 아침 일찍 쇤부룬궁 관광에 나선다... 쇤부룬궁 정문... 휴일이라서 내가 나올 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4. 쇤부룬궁 내의 숲속... 예전엔 왕들의 사녕터였을... 숲에서 내려다보는 비엔나 시내 경치도 좋다...
5. 쇤부룬궁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글로리에떼...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성업 중...
6. 글로리에떼에서 내려다본 쇤부룬 본궁... 구조나 정원이 프랑스 파리 근교의 베르사유 궁전을 많이 닮았다...
7. 대단한 걸작들을 볼 수 있었던 미술사박물관... 루벤스, 렘브란트, 브뤼겔의 명작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8. 루벤스의 방... 중세 유럽 최고의 화가 루벤스의 대작들이 걸려있다... 거의 모두 성경의 한 장면을 그린 성화들이다...
9. 너무나 유명한 브뤼겔의 대표작 <바벨탑>... 생각보다 작았다... 이성적인 것 같지만 불합리로 가득한 인간의 생각을 표현한 수작...
10. 비엔나 시내를 감싸고 있는 링의 모습... 이렇게 넓은 공간을 인도와 자전거 전용 도로에 할애한 인간 중심의 도로 설계가 맘에 든다...
11. 유럽 도시 어디에나 있는 전차인 트램... 비엔나 시내 관광도 그 어느 교통 수단보다 낭만적이고 편하다...
12. 트램과 마차가 같이 달리는 모습은 참 정겹다... 말 꽁무니엔 반드시 배설물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13. 아름다운 궁전 호프부르그... 시내 한 가운데 있어서 우리네 경복궁 같은 역할을 했다...
14. 호프부르그 궁전 정원에 위치한 모짜르트 동상... 예술도 권력과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15. 비엔나 근교의 숲길... 베토벤도 말년에 주변의 이러한 숲길을 거닐면서 창작 활동을 했다고...
16. 슈테판 성당 부근의 중앙광장 인근에 있는 노천 레스토랑...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길이기에 운치가 있다...
17. 오스트리아 맥주 중에는 이 에델바이스란 상표가 나의 입맛에 제일 맞았다...
18. 카렌베르그라 불리는 성에서 비엔나 시내를 굽어보며 작별을 고한다... 멀리 보이는 강줄기는 다뉴브... 전망 좋은 곳은 항상 레스토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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