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과 등반을 대하는 마음 자세

빌레이 2014. 8. 17. 21:11

산을 대하는 자세는 사람 마다 제각각이다. 등반에 임하는 태도도 클라이머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오래 전부터 산에 다녔고 산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산과 등반에 대한 생각이 변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지켜져야 하는 기본적인 마음 자세가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에서 산을 타는 건 다를 것이다. 등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요즘의 세태는 고질적인 한국형 특유의 부정적인 면면들이 눈에 띄어 좀 불편한 심경이다. 무엇이든 역동적으로 변하는 한국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등산도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이 많은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산은 소풍 가고 단풍놀이 가던 친숙한 공간이다. 그래서 오히려 산을 너무 쉽게 대하는 면이 있는 듯하다. 요즘의 등산이 야유회 성격이 짙었던 과거의 산행 행태에서 많이 벗어난 건 다행스런 일이다. 백두대간이나 둘레길을 이어서 걷는 산행이 유행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소득 수준이 향상 되면서 선진국형 레저 생활로 분류할 수 있는 스포츠클라이밍이나 암빙벽 등반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모든 현상이 그렇듯 등산 관련 활동에서도 외형적인 발전이 내실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남에게 보이거나 자랑하기에 바쁜 요즘의 세태 속에서 레저 활동 마저도 남들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은연 중에 깔려 있는 듯한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잘 준비해서 자신의 등반 능력에 맞는 루트를 만족스런 몸짓으로 올랐을 때의 성취감은 특별한 것이다. 자연 암벽이든 인공 암벽이든 만족스런 등반이었는지의 여부는 자신 만이 제대로 알 수 있다. 헤르만 불의 전기에는 "Climbing without compromis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위선이나 속임수 없는 등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문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전문 등반가의 영역에서 이 문구를 해석하는 것과 순수 아마추어 클라이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등반이 된다면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부끄러움 없는 등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주위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등반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날마다 조금씩 발전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자세를 갖추고 정진할 일이다.

 

등반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바위를 탈 수 있는 체력과 기술은 기본이다. 가고 싶은 루트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바위에 붙는 것 뿐만 아니라 어프로치와 하산을 포함한 전반적인 행위에 필요한 체력이 있어야 한다. 바윗길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몸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물론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 자일파티 서로가 협동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체력이나 기술이 뒷받침 되어 있어야 안전하고 즐거운 등반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항상 등반을 계획할 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예정대로 된 적은 거의 없다. 날씨와 현지 사정, 함께 줄을 묶는 사람들의 몸 상태 등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된다면 이것 또한 재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곤란은 극복하고 위험은 피하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위험하지 않고 곤란한 정도에 그칠 수 있도록 준비는 항상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