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생가는 나주의 고향집에서 가깝다. 언젠가 한 번은 가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까치 설날 딸과 둘이서 남도 문학 기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훌쩍 고향집을 나선다.
고향집 동네 앞을 가로지르는 23번 국도를 끝까지 따라가면 장흥 회진항에 이른다.
회진은 어릴적 동네 앞 비포장 길을 지나던 버스 앞 유리창에 붙어있던 행선지 중 하나였다.
아주 먼 곳을 상상할 때면 하나의 이미지로 회진이란 곳이 머리 속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회진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이청준 선생의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이다. 소설 <눈길>의 무대였을 그 길을 자동차로 밟는다.
2008년 여름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박경리 선생의 죽음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이청준 선생마저 잃었다는 것에 몹시 쓸쓸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청준 선생의 많은 작품들은 나의 청춘 시절 감성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영화 <서편제>의 후속편으로 제작되었던 <천년학>의 촬영지도 생가 근처에 있다.
장흥 한우가 유명해진 이면엔 축사에서 풍겨오는 악취가 남는다. 선생의 생가와 천년학 촬영지에도 그 악취는 떠돈다.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그 악취는 고약하다. 여러 모로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 광화문의 정남쪽 끝이라는 정남진 전망대도 돌아오는 길에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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