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내설악 몽유도원도 암릉길 등반 - 2010년 10월 9일

빌레이 2010. 10. 11. 09:31

 

산행 일정 : 2010년 10월 9일 04시 45분 서울 출발, 07시 30분 장수대에서 어프로치 시작, 08시 몽유도원도 등반 시작,

                13시 등반 완료, 점심 후 서북릉 방향 워킹 산행, 18시 20분 장수대 하산 완료

산행 코스 : 장수대탐방 안내소, 몽유도원도 리지, 한계고성릉, 1396봉, 대승령, 대승폭포, 장수대

참가자 : 파사, 에코, 모모, 에이스, 가우스, 이상 5명

 

몽유도원도 암릉길은 내설악에 위치한다. 한계령 오르는 길 중간의 장수대에서 출발한다.

미륵봉 암릉과 한계고성릉 사이에 몽유도원도 리지가 자리하고, 안산과 대승령 사이의 서북릉 1396봉에서 능선은 끝난다.  

지난 주에 외설악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을 다녀온 후 이번에는 내설악 암릉길 등반을 계획한 것이다.

새벽 4시 정각, 파사 형이 양주에서 우리집 주차장에 도착한다. 내차에 동승하여 모모와 에이스를 픽업하여 강남으로 간다.

청담역에서 에코를 픽업하고 서울을 탈출한 시각은 4시 45분경이다. 새벽이라 길이 막히지 않으니 좋다.

 

홍천을 지나 화양강 휴게소에서 우거지탕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날씨는 지난 주보다 오히려 포근한 것 같다.

장수대에 도착하여 암벽허가서를 수령한다. 주말이라 그런지 우리 외에도 여러팀의 암벽허가서들이 수령함에 들어있다.

단풍철의 설악은 항상 만원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탐방안내소 옆의 주차장은 빈 자리가 없다.

길 아래쪽 장수대 건물 앞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몽유도원도 리지 들머리는 하늘벽 맞은편이다.

우려했던 것보다 들머리 찾기가 수월하다. 어프로치도 비교적 또렷한 오솔길을 따르면 된다.

계곡을 만나면 왼쪽으로 오른다. 계곡을 건너서면 미륵장군봉 암릉 코스로 접어든다.

 

몽유도원도 리지는 전체 8 피치 정도로 끊을 수 있고, 서너 피치를 제외하면 자일 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들이다.

중간에 10 미터와 15 미터 두 번의 하강을 해야하고, 막바지에 있는 오버행 구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우스가 선등, 에이스가 쎄컨을 맡고, 그 뒤를 모모와 파사 형, 에코가 따르는 순서로 등반한다.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에서 선등을 맡았던 에코가 이번에는 후등으로 수고해주었다.

예전부터 리지 등반 경험이 많아 항상 선등을 섰던 파사 형은 처음으로 중간을 맡아 적절한 조언으로 원활한 등반을 도와주셨다.

다음 기회에 선등을 맡을 에이스는 쎄컨을 담당하여 선등 시스템과 직간접 빌레이를 숙달하는 기회을 가졌다.

인수봉과 내원암장에서 선등 경험이 있는 모모는 에이스에게 세심한 조언을 해줌으로써 훌륭한 선생님 노릇을 했다.

이렇게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한 팀이 그야말로 최고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니 등반이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등반 중의 풍광은 일품이다. 몽유도원도 리지 좌측은 한계고성릉의 깍아지른 절벽이다. 중국의 장가계를 옮겨 놓은 듯하다.

리지 우측 능선은 미륵장군봉을 거느린 미륵봉 암릉길로 화강암 직벽이 한계고성릉과는 또다른 절경을 선사한다.

등반 중 뒤돌아 보면 가리봉(1519)과 주걱봉(1401)을 거느린 능선이 사광을 받아 명암 또렷한 산줄기의 장쾌함을 보여준다.

길 이름이 조선 시대의 유명 화가인 안견의 산수화 <몽유도원도>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 속의 등반은 힘들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오버행 구간에서 좀 애매한 부분이 있었으나 프렌드 세 개를 설치하여 안전을 확보하니 이 것 마저 재미 있다.

 

예상보다 짧은 시간에 등반을 마치고 한계고성릉과 만나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계곡 방향으로 하산로를 잡을 수 있지만 능선길이 더 또렷해서 좀 길더라도 워킹 산행을 즐기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안산에서 대승령 가는 길 중간의 1396봉으로 이어지는 한계고성릉의 풍광도 최고다.

가을의 설악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서북릉 산길도 아주 편하고 즐거웠다.

대승령에서 대승폭포를 거쳐 장수대에 이르는 길은 산객들로 붐볐다. 정체 현상을 빚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붉은 노을과 함께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면서 천천히 하산하는 그 길이 여느 때보다 더 좋게 느껴진다. 

 

1. 에이스와 파사 형은 등산학교 졸업 후 설악산 리지 등반이 처음이다... 사진의 뒤쪽 배경 절벽은 한계고성릉... 

 

2. 2 피치 직벽 하강 후 3 피치 날등을 타고 오르는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3. 한계령에 이르는 44번 국도 맞은편의 하늘벽과 가리봉, 주걱봉 능선을 돌아본다...

 

4. 3 피치 날등을 오르는 에이스... 설악에서의 첫 리지 등반에 살짝 긴장한 듯...ㅎㅎ..

 

5. 에이스의 하강 모습... 시종일관 자일을 메고 다니느라 좀 힘들었을 것...ㅎㅎ..

 

6. 몽유도원도 리지길은 암릉 자체보다 주변 풍광이 훨씬 아름답다...

 

7. 예전에는 항상 파사 형이 리지길 선등이셨다... 이제는 서로 돌아가면서 선등을 맡을 수 있으니 모두가 한층 더 즐거울 것...

 

8. 에이스는 실전에서 직간접 빌레이를 익힐 수 있어서 좋았을 것... 모모의 잔소리 하에...ㅎㅎ..

 

9. 몽유도원도 리지길은 미륵봉 암릉과 한계고성릉 사이에 자리해서 가끔은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10. 하강 준비 중인 파사 형과 에이스... 모두가 알아서 척척 맡은 일을 하니 등반이 전혀 지체되지 않고 물 흐르듯 매끄럽다..

 

11. 에코의 하강 모습... 전 주엔 선등... 이번에는 후등으로 수고해주었다..

 

12. 고사목과 미륵봉 암릉의 단풍... 저 멀리 한계령에 걸쳐있는 흰구름... 가을 설악 풍경..

 

13. 등산학교 기수가 다른 탓에 오랜만에 함께 산행한 에이스와 파사 형..

 

14. 몽유도원도 리지길 막바지 풍경... 왼쪽의 붉은 바위가 시루떡바위 같다는...

 

15. 한계고성릉을 계속 오르면 만나게 되는 1396봉... 안산에서 대승령 가는 길 중간에 있다..

 

16. 몽유도원도 리지 우측은 미륵봉 암릉... 그 사이엔 까마득히 아득한 절벽...

 

17. 한계고성릉 마지막 부분을 오르고 있는 에코와 파사 형... 그 뒤로 미륵봉과 몽유도원도 리지길이 보인다..

 

18. 서북릉 만나기 직전의 바위턱에서 단체 사진 한 컷..

 

19. 올라온 길 되돌아 보기... 좌측이 몽유도원도, 우측이 한계고성릉..

 

20. 서북릉 1396봉에서 바라보면 주걱봉이 정말 주걱처럼 보인다.. 설악의 가을을 온전히 담고 온 만족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