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인수봉 등반이다. 오랜만에 홍대클라이밍센터 회원들과 함께한다. 평일이라 한가한 도선사광장에 도착하여 내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곧이어 윤선생님의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게 보인다. 차로 다가가서 윤선생님과 기영형을 비롯한 회원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차에서 부동액이 뿜어져 나오는 게 눈에 띈다. 아무래도 라디에이터 고장으로 견인해서 수리를 맡겨야 할 상황인 듯하다. 윤선생님은 일단 등반에 나서고 차 문제는 하산하면서 알아보기로 결정하신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을 뒤로하고, 일행은 08시 30분 즈음에 인수봉을 향해 등산로에 들어선다.
하루 종일 맑음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하루재를 넘어서면서 올려다 본 인수봉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올라오면서 만난 산악구조대원의 전언에 의하면, 며칠 전 산 아래에 비가 내릴 때 북한산 정상부엔 함박눈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북사면의 응달진 곳엔 군데군데 하얀 잔설이 선명히 보인다. 대슬랩 앞에서 장비를 착용하는 중에도 햇살은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아서 일종의 스산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오아시스까지는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슬랩 우측에서 기영형의 든든한 빌레이를 받으며 바위에 붙는다. 기영형, 민지씨, 나, 이렇게 셋이서 단촐하게 한 팀을 이루었다.
차가운 바위면을 움켜쥔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면 호호 불어가면서 1피치 50미터, 2피치 60미터로 오아시스에 닿으니 간간히 햇살이 비춰주고, 정상부의 구름도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우리팀은 '인수A' 변형 루트를 통해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고, 윤선생님이 이끄시는 다른 7명은 '의대'길을 따라 귀바위 정상으로 향했다. 트래버스 구간에서는 민지씨를 두 번째 등반자로 교체하면서 우리팀은 안전한 가운데 아주 즐겁고 여유롭게 등반할 수 있었다.
영자크랙 위의 넓은 크랙 속에는 눈이 쌓여 있어서 우측의 곡선형 크랙을 따라 등반했다. 실질적인 등반이 끝나고, 평소 같으면 참기름바위를 거쳐 정상까지 걸어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구간이 눈길이라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끝까지 조심하면서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아무도 없는 인수봉 정상에 올해 처음으로 발을 디딘 순간의 기쁨은 컸다. 비록 나에게는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익숙한 루트였으나, 녹록치 않은 기상 여건에서 첫 멀티피치라는 부담감을 안고 선등하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어느 때보다 안전에 각별히 신경썼던 때문인지 하산 후의 피로도는 다른 등반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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