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설악산 소토왕골 '산빛JK' - 2024년 6월 16일(일)

빌레이 2024. 6. 18. 11:12

비가 오락가락 했던 어제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는 듯 그 어느 때보다 화창하기 이를 데 없는 하늘 아래 소토왕골로 향한다. 비교적 이른 아침인 7시 40분 즈음에 암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수십 명이 등반 준비 중이었다. 우리팀은 아무도 없는 골짜기 맨 안쪽으로 이동했다. '산빛JK'와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를 등반할 계획이었다. 매 피치가 하드프리 암장의 단피치처럼 등반성 높은 '산빛JK' 루트 세 피치를 완료하고 하강했다. 이때까지는 암벽이 그늘져 있어서 좋았다. 간밤에 과음한 탓에 몸상태는 별로였다.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한 후에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 첫 피치에 붙었으나, 따가운 햇살을 온몸에 받으면서 확보점에 매달려 있다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하강하여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한참 동안 망중한을 즐겼다. 하산길에는 우연히 민경씨를 오랜만에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 비룡교에서 바라본 저항령 위의 흰구름과 파란 하늘이 정말 멋졌다.
▲ 비룡교에서는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의 상부역이 또렷히 보였다.
▲ 소토왕골 암장엔 이른 아침부터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다. 우리팀은 골짜기 맨 위쪽으로 이동했다.
▲ '산빛JK' 루트 1피치를 선등 중이다. 35미터 거리에 5.10b 난이도로 기록되어 있다.
▲ 성배씨가 70미터 로프 한 동을 더 달고 쎄컨으로 등반 중이다.
▲ 은경이가 세 번째로 등반해서 촬영을 담당하고, 소영씨가 라스트로 올랐다.
▲ '산빛JK' 둘째 피치는 등반 거리가 약 30미터인 두 개의 루트가 있다. 좌측은 5.11a, 우측은 5.10b 난이도로 기록되어 있다. 내심 좌측으로 오르고 싶었으나, 간밤의 과음으로 인한 후유증을 핑계 삼아 우측 루트로 올랐다.

 

▲ 등 뒤의 맞은편 국사대 암벽은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 성배씨가 2피치 초반부를 등반 중이다.
▲ 1피치 확보점에서 좌측으로 바라본 풍광이다. 어제 보았던 울산바위의 반대편이 한눈에 들어왔다.
▲ 2피치를 등반 중인 소영씨의 발 아래로 흐르는 소토왕골의 계곡물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 '산빛JK' 3피치는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등반거리 30미터에 난이도는 5.10b+로 기록되어 있다.
▲ 3피치 첫 볼트에 클립하는 순간이다. 세 번째 볼트까지는 손홀드가 좋아서 그런대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 셋째 볼트를 넘어가는 순간이 조금 까다로웠다. 손홀드가 미덥지 않아서 스태밍 자세로 과감하게 올라섰다. 그런데 그 이후부터는 확보자가 보이지 않아서 선등하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 성배씨가 쎄컨으로 3피치 등반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 3피치 중반과 후반부의 만만치 않은 구간을 돌파해서 마지막 확보점에 안착한 순간의 기쁨이 컸다.
▲ 소영씨가 사진 상에서 등반 중인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구간이 크럭스였다.
▲ 3피치 후반부의 직상 크랙 구간도 그리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다.
▲ '산빛JK' 마지막 확보점에서는 신흥사 경내가 내려다 보였다.
▲ 70미터 로프 한 동으로 2피치 확보점까지 1차 하강했다.
▲ 성배씨가 다른 로프 한 동을 메고 하강 중이다.
▲ 2피치 확보점에서 70미터 로프 두 동으로 단 번에 베이스캠프로 귀환할 수 있었다.
▲ 소토왕골 암장 등반에서는 70미터 이상의 로프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
▲ 베이스캠프에 피어 있던 산목련꽃(함박꽃).
▲ 암벽에 햇살이 쏟아지는 시간이지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를 올라보기로 한다.
▲ 성배씨의 제안으로 루트 명칭에 걸맞게 다리도 올려보고...
▲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에서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 첫 피치를 선등 중이다.
▲ 첫 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에 따가운 햇살을 온몸에 받는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쎄컨으로 올라온 성배씨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서 모든 팀원이 1피치만 등반하고 하강하기로 결정했다.
▲ 라스트로 소영씨가 등반 중일 때 나는 이미 하강 로프를 설치하고 있었다.
▲ 재빨리 하강하여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
▲ 한낮의 더위를 피하여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한참을 놀았다.
▲ 바위에 누워 낮잠도 자고, 계곡물에서 장난도 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 환히 빛나는 암벽을 올려다 보면서 다양한 암벽 루트를 가늠해 보는 것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 성배씨와 함께 오늘 오르지 못한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의 경로를 따라가 보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계곡에서 망중한을 즐긴 후에 단피치 루트 몇 개라도 등반할 생각이었으나, 뙤약볕에 드러난 암벽을 보면서 더이상 등반의욕이 발동하지 않았다.
▲ 다음엔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루트부터 등반할 것을 기약하면서 일찍 상경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