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8년 한해 돌아보기

빌레이 2018. 12. 29. 11:43

영하 10도 아래의 막강 한파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주말이다. 찬바람도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라고 한다. 지레 겁먹고 토요 산행은 쉬기로 한다. 늘 그렇듯 요즘 같은 세밑에는 숨가쁘게 살아온 1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2018년은 내가 지금껏 살아온 어느 해보다 연교차가 큰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여름철엔 섭씨 40도가 넘는 혹독한 더위를 겪었다. 그야말로 무서운 더위, 무더위였던 것이다. 올겨울의 추위 또한 북극 한파라고 하여 그 어느 겨울보다 엄혹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온도가 조금 오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이래저래 견디기 힘든 겨울날을 지나고 있다. 50도가 넘는 연교차 만큼이나 2018년 나의 일상도 냉탕과 온탕을 극심하게 오갔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50년을 넘게 살고 있다. 이제는 50대 중반이라는 중년의 나이와 직장에서도 중견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몸은 이곳저곳이 삐그덕거리고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아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좋아지는 것이 더 많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활기는 줄었지만 무엇에 잘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은 늘어가고 있다. 줄어든 도전정신으로 인해 손해 보는 것보다는 안정감으로부터 찾아오는 여유로움이 더 좋다. 두 번째 안식년을 마치고 귀환한 강단에서는 신설된 교과목을 강의했고, 예전부터 강의해오던 과목의 내용과 형식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예년보다 강의 부담은 몇 곱절 늘어났지만 종강 이후에 남는 만족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제는 많이 쇠잔해지신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의 모습에 슬프고 아련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최근엔 아들 지우가 그 어려운 취업 관문을 뚫고 대학 졸업하기 전에 자신이 선망하던 직장에 들어감으로써 온가족을 기쁘게 해 주었다. 대학입시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지우는 체육대학에 겨우 합격했지만 체육보다는 금융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 금융경영학을 복수전공하여 늦터진 공부의 맛에 푹 빠져서 스스로 앞길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처음엔 은행에 들어가려는 경쟁률이 워낙 높아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취업을 위해 차분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은근히 취업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큰 산 하나를 넘은 지우의 모습 속에서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지우의 취업 소식에 우리 가족은 그 어느 해보다 훈훈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자랑스런 아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지금보다 더욱 겸손하고 성실하게 정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나라의 1년은 겨울,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가끔은 최근의 어떤 일들이 언제 일어났는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나이가 들면 아주 예전의 기억은 또렷하고 가까운 시기의 기억들은 오히려 흐릿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기록하는 습관이 점점 중요해진다. 연도별로 사진을 정리해두거나 일상을 기록해 놓으면 과거를 정확히 회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늘 그렇듯 2018년에도 산행의 시작은 겨울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국망봉, 치악산, 오봉산 등을 오르내렸다. 천마산 인근에서 봄꽃을 찾아다니고, 백사실 계곡과 북한산 언저리를 거닐면서 봄을 반겼다. 점봉산 곰배령에서 눈부신 신록의 향연을 즐긴 후 바윗길이 열리는 시즌엔 설악산, 도봉산, 북한산, 조비산, 유선대 등의 암벽에 매달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7월엔 상대적으로 시원했던 아일랜드 출장길에서 환상적인 트레킹을 경험했다. 늦더위 속의 8월엔 만년설이 남아있는 일본의 다테야마 산군을 등반했었다. 2018년에도 자연과 함께 보냈던 모든 순간이 뜻깊었고 즐거웠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넘쳐 흐른다.


▲ 직장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지우가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물로 살아가기를 기원해본다.

사진은 지난 송년회 때 익선동의 전통음식점에서 찍은 컷.


▲ 여러 색깔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무지개처럼 다채로웠던 2018년 한해가 저물어간다.

사진은 지난 8월에 다녀온 다테야마 트레킹의 종착지인 쇼묘폭포에서 만났던 무지개.  


▲ 매년 등산의 시작은 겨울산행이다. 지난 1월에 다녀온 치악산의 눈꽃산행.


▲ 2월에 올랐던 춘천의 오봉산 종주도 기억에 남는 산행이었다.


▲ 3월엔 장인어른의 팔순 잔치가 있었다.


▲ 3월부터는 봄꽃을 찾아다니게 된다. 천마산에서 만났던 너도바람꽃과 복수초.


▲ 4월엔 주변이 온통 봄꽃으로 물든다. 산벚꽃 만개한 북한산 언저리를 산책하는 순간이 즐거웠다.


▲ 4월엔 서울 속의 산골마을인 능금마을과 백사실 계곡에서 봄을 보았다.


▲ 푸르른 5월엔 점봉산 곰배령에서 눈부신 연초록 숲속을 유영하듯 걸었다. 온몸이 초록으로 물드는 듯했다.  


▲ 5월부터는 멀티피치 등반을 즐겼다. 내가 좋아하는 바윗길인 노적봉 반도길에서 자연암벽 등반의 시동을 걸었다.


▲ 6월엔 어머님 생신잔치를 겸한 가족모임을 안면도에서 가졌다. 가족들과 함께 솔숲 사이의 해변길을 산책하던 순간이 행복했다. 


▲ 6월엔 인수A길을 오랜만에 올랐다. 


▲ 7월의 아일랜드 출장길에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 맞으며 환상적인 트레킹을 경험할 수 있었다.


▲ 더위 속에서도 언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가까이 있어서 좋다.


▲ 7월 말에는 무더위 속에서도 악우들과 함께 설악산 삼형제길을 등반했었다.


▲ 설악산 등반 후 죽도 해변에서 해벽 볼더링을 즐겼던 순간도 떠오른다.


▲ 폭염이 지속되던 8월 하순엔 일본 다테야마 트레킹을 다녀왔다.


▲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던 분들과 함께여서 더욱 뜻깊었던 다테야마 트레킹이었다. 


▲ 9월엔 다시 바위에 매달렸다. 가볍게 오를 수 있는 낭만길부터 올랐다.


▲ 9월말의 설교벽-인수릿지 등반도 즐거웠다.


▲ 설교벽을 오른 후 인수릿지를 통해 인수봉 정상에 오르면 만족감은 배가 된다.


▲ 10월에 찾은 강촌의 유선대 암장에서 오붓하게 친구들과 보낸 하루는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다.


▲ 용인 조비산 암장을 처음 가 본 것도 올해의 등반 중 기억에 남는 일이다.


▲ 11월엔 여수 금오도의 비렁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 비렁길은 내가 걸어본 둘레길 중에서 으뜸으로 꼽고 싶다.


▲ 12월엔 아내와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담양의 죽녹원에 다녀왔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지만 대나무숲 내부는 신선했다. 대나무는 피톤치드 함유량이 소나무의 4배에 이른다고 한다.

겨울에도 푸르른 대나무처럼 내년에도 곧고 청아한 일상을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