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랜만에 타보는 자전거

빌레이 2018. 5. 26. 19:46

이번 학기의 일정은 예년보다 버겁다. 개편된 교과과정을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에 강의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학기말이 가까워지는 만큼 지친 내 몸에서 과로로 인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몸살감기가 찾아들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별 차도가 없다. 때마침 등반을 같이하던 친구들도 모두 바쁜 탓에 토요일인데도 산에 갈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혼자서라도 산에 갔을 것이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서 쉬기로 한다. 아내와 함께 아파트 단지 내의 주말시장을 구경하면서 군것질 거리를 사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에 해보는 일이다.


점심을 먹고 집에 있기 아까운 날씨를 핑계 삼아 간만에 자전거를 타보기로 한다. 최근 이삼년간 거의 타지 않던 자전거의 먼지를 닦고 타이어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은 뒤에 천천히 동네를 벗어난다.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자전거의 기어 케이블이 망가지는 바람에 거금 만원을 들여 수리하고 정릉천을 따라 시원하게 달린다. 예상보다는 아무 탈없이 예전처럼 잘 달려주는 자전거가 고맙다. 청계천과 중랑천을 거쳐 한강의 뚝섬유원지까지 다녀온다. 뚝섬의 인공암벽은 새롭게 단장되어 한번은 올라보고 싶게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는 청계천 하류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한참을 쉰다. 싱그러운 창포꽃과 물고기들이 많은 곳에 자리잡은 황새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가끔은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