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6 : 데우랄리(3200m) ~ ABC(4130m)] - 2017년 11월 16일(목)

빌레이 2017. 11. 24. 15:20

데우랄리 같이 3천 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는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빠담은 우리 일행에게 샤워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모든 환경은 열악해진다. 통신이나 전기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숙박 사정도 어쩔 수 없다. 두 명이나 세 명이면 족할 방에서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비좁게 하룻밤을 지냈다. 바로 옆 이선생님과 박사장님의 방에서는 간밤에 쥐가 나타나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 히말라야 쥐를 구경한 게 어디냐고 일행들은 위로의 멘트를 날렸지만 깔끔하신 박사장님은 거의 잠을 설쳤다고 한다. 4천 미터 이상까지 올라가야 하는 날인데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 모두는 최종 목적지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4130m)를 향해서 출발한다.


고소 증세를 의식하여 평소보다 더욱 천천히 진행한다.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3700m)에서 점심을 먹고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쉰 후에 ABC로 향한다. 여기부터는 나무가 거의 없고 갈색의 초원지대에 주변이 온통 설산들로 둘러싸인 풍광이 장엄하다. 안나푸르나 산군에서 가장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한 ABC까지 일행 모두가 안전하게 도착했다. 남은 오후 시간에는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의 추모비에 들러서 빠담의 설명을 듣고, 안나푸르나 1봉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거대한 빙하를 구경했다. 지근 거리에는 여성산악인 지현옥의 추모비도 눈에 띄었다. 베이스 캠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벽 루트로 정상을 밟은 산악인은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등반대도 2011년 10월에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 개척 도중 사망하여 시신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모리스 에르족이 이끄는 프랑스 등반대에 의해 인류 최초의 8천 미터 고지로 초등된 안나푸르나 1봉은 지금까지 3백여명의 등반가만이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단 하루 동안 150여명까지 오른 기록이 있고 보면 희소성과 등반의 역사성 면에서는 안나푸르나가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히말라야에서도 손꼽히는 풍광으로 이름 높은 ABC가 인기 최고의 트레킹 명소로 자리 잡은 덕택에 안나푸르나 남벽 루트는 더욱더 도전적인 등반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은 곳이 되었을 게다. 셀파를 고용하지 않은 알파인 스타일로 2009년도에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했던 박영석 대장이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 싶다. 추모비에서 그가 묻혀 있을지도 모르는 빙하를 바라보면서 다시금 그의 순수하고 높은 도전 정신을 마음 속에 새기게 되었다.    


밤에는 두통이 느껴지고 속이 메스꺼워 저녁 먹은 걸 모두 토하는 고통을 견뎌야 했다. 고소 증세인 듯하여 가이드인 빠담에게 문의했으나 고산병 증상은 아니라고 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엄지 손가락을 누르는 것으로 신체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앱을 실행해 보았으나 정상으로 나왔던 것이다. 다행히 한 번 크게 토한 뒤로는 속이 잠잠해지고 다음 날 아침에는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도 4천 미터 이상에서 어지럼증을 겪은 경험이 있었기에 고산병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이 내 마음 속에는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경험 많은 가이드인 빠담에게 고산증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음으로써 많은 궁금증이 해소되었다는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1. MBC에서 ABC로 올라가는 트러커들 뒤로 구름에 싸인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2. 고도 3200 미터의 데우랄리 롯지 사정은 모든 것이 불편하고 열악하다.


3. 부가이드인 빔이 알려줘서 올려다보니 절벽에 부처가 새겨져 있다. 사진에서는 정중앙이다.


4. 많은 트레커들이 데우랄리를 출발해서 ABC로 향하고 있다.


5. 이제부터 보이는 마차푸차레는 다른 모양새다.


6. 골짜기 사이로 설산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7. 길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고소 증세를 대비하여 천천히 진행한다.


8. 자주 쉬면서 따뜻한 물도 마시고...


9. 지나온 길은 계곡 옆으로 나있는 오솔길이다.


10. 빙하의 침식으로 생겼을 거대한 U자형 협곡을 지나온 셈이다.


11. 고도 3천 미터 위에도 대나무 숲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12. 쾌청한 날씨에 골짜기까지 햇빛이 찾아드니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13. 어디까지 가야하냐고 묻는 아이에게 스틱으로 가리키는 곳은...


14.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가 아득히 보인다.


15. MBC가 보이니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16. 눈앞에 보이는 롯지가 아니고... 쪼금 더 올라가야 한단다...


17. MBC 앞에 있는 안내문.


18. 우리가 쉬면서 점심을 먹을 롯지가 가까워지고...


19. 저 너머에 종착지인 ABC가 있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20. 간만에 인증 사진도 남겨보고... 설산이 나온 뒤로는 썬글라스를 써야...


22. 마차푸차레 아래의 롯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23. 종착지인 ABC를 향해서 출발...


24. 수목한계선을 지난듯... 주위의 나무는 사라지고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25. 천천히 올라가도 어느새 MBC가 아득하다...


26. 설산이 둘러싸고 있는 알파인 지대의 웅장한 풍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27. 힘내서 올라가라고 마차푸차레가 응원해주는 듯하고...


28. 마차푸차레를 감싸고 있는 솜털구름이 캐시미어처럼 부드러울까나?...ㅎㅎ.


29. 안나푸르나 남봉의 빙하지대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30. 마차푸차레의 웅장한 자태가 한껏 느껴진다.


31. 중간 쉼터에서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32. 천천히 올라가면서 호흡도 조절하고... 


33.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개미처럼 작아질 수 밖에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곳...


34. 묵묵히 걸어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멋져 보인다는...


35. 뒤에서 천천히 오르는 일행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36. 모레인 지대처럼 바윗덩어리들이 산재하고... 우측 사면은 그 너머에 있는 빙하의 뚝방이라 할 수 있는 곳.


37. 시냇물에 얼음이 보이는 것이 고도가 많이 높아진 모양새다.


38. 이제 목적지인 ABC가 코앞이다.


39. 인증사진 찍기 좋은 곳.


40.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해서 ABC에 골인...


41. 이 관문을 통과하면 롯지가 기다린다는...


42. 롯지의 식당 창문으로 바라본 풍광.


43. 배정 받은 방에서 여장을 푼 후에 캠프 뒤로 산책을 나간다.


44. 오후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위는 구름 속이다.


45. 등반가 박영석, 강기석, 신동민의 추모비 앞에서 빠담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46. 추모비 정면에 보이는 안나푸르나 1봉 남벽 루트 어딘가에 세 사람이 잠들어 있을 것이다.


47. 베이스 캠프를 중심으로 안나푸르나 1봉 맞은편에 있는 마차푸차레의 뾰족봉이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48. 한국여성 최초로 1993년도에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산악인 지현옥의 추모비도 있다.

지현옥은 1999년 안나푸르나 1봉 등정 후 하산 중 정상 부근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9.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처럼 보이는 안나푸르나 빙하지대도 구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