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즐겁다. 무더운 날씨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피서 떠나는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다.
암벽 등반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입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등산학교에 입교한 후의 나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산을 좋아해서 여러 산을 오르고 산서 읽는 것을 즐기면서 등산에 대한 철학도 어느 정도는 다져진줄 알았었다.
암벽 교육을 받으면서 산에 대한 생각, 등반 철학, 더 나아가 삶의 태도 자체에 대한 제고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등산학교에 등록할 당시의 생각은 암벽 기술을 배우고자 함이었다. 골프나 테니스 레슨 받는 것처럼.
멋진 암벽 기술과 장비 사용법을 숙지하여 5주 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 있게 바위 타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불과 2차 교육을 받고 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입교 전에 가진 나의 마음 자세가 한없이 부끄럽다.
등산이란 행위 자체가 다른 스포츠나 레저와 동일 시 되는 것을 거부한 나의 생각은 생각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정작 내 자신이 암벽 등반을 배우는 자세는 테니스나 골프 레슨 받는 자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품격 높은 행위라 자부했던 등산에 대한 나의 생각과 행동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었다.
다양한 암벽 기술을 습득한 것 이상으로 나의 교만함과 언행불일치를 깨달았다는 점이 더욱 큰 소득인 것 같다.
등산학교장의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 산악인의 면모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행복하다.
암벽 등반은 정말 재미 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사소한 실수 한 방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정규 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재미나 건강을 위한 골프, 테니스, 수영, 헬스 등의 레슨에 우리는 돈을 쉽게 지불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암벽이나 리지 등반은 어깨 너머로 배우려고 한다. 잘 못된 생각이다.
워킹 산행은 누구나 친구되어 같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줄인 자일을 묶는 파트너는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산우들이 등산 학교에서 제대로 된 암벽 교육을 이수한 후
정말로 안전하고 즐겁게 바위에서 놀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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