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캐나다 캘거리 대학 출장을 다녀와서 (2017년 8월 27일 ~ 9월 3일)

빌레이 2017. 9. 4. 01:03

캘거리 대학(U. of Calgary)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기 위한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다. 캐나다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이고, 캘거리는 2008년도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처음으로 캘거리에 왔을 때는 풍경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학회 일정이 끝나고 여름 휴가 삼아서 캐나디언 록키와 캘거리 서부의 대평원을 혼자서 카메라 장비 둘러메고 이곳 저곳을 부지런히 누비고 돌아다녔었다. 당시의 행복한 기억이 강렬해서 다시 한번 가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캘거리이다. 캐나다는 다녀올 때마다 좋은 인상을 안겨주는 나라이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동부의 토론토 인근 워털루 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던 것이 나의 첫 캐나다 방문이었다.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 2008년 캘거리, 2012년 밴쿠버 출장이 이어졌다. 캐나다는 이번이 네 번째인 셈이다.


인천공항에서 오후 3시 즈음에 출발하는 에어캐나다 비행기를 이용해서 밴쿠버로 입국하여 캘거리로 가는 국내선을 타면 당일 오후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총 11시간 가까운 비행 시간에도 날짜변경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하루를 벌고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차적응을 위해 캘거리 시내를 산책하기로 한다. 이번 출장길에는 학회에서의 논문 발표를 위해 박사과정 제자인 호중이가 동행하였다. 먼저 중학교 동창인 병순이의 가게를 찾아가서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3년 전에 캘거리로 이민 온 병순이네 식구는 이제 어엿한 캘거리 시민이 되어 있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저녁에는 병순이 부부와 함께 네 사람이 캘거리 대학 부근의 펍에서 만찬을 즐겼다. 우리의 캘거리 입성을 환영하는 파티를 열어준 병순이 부부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어릴 때의 친구가 중년이 되어 머나먼 이국땅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여간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수요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학회는 밀도있게 진행되었다. 여느 학회에서는 볼 수 없는 활발한 질문과 토론 과정이 인상 깊었다. 학회 중간에도 긴장감을 가지고 자료 수정을 거듭하면서 준비한 우리 논문의 결과도 호중이가 문안하게 발표하였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잘 하였다.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나의 지도를 받고 있는 호중이에게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을 것이다. 대부분의 발표자가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고, 한국에서 발표한 논문은 우리 것을 포함해서 단 2편 뿐이었다. 학회의 점심시간과 학회장에서 숙소를 오가는 출퇴근 시간 동안에는 캠퍼스를 산책하는 일이 즐거웠다. 여유있는 공간 배치와 조경이 뛰어난 캘거리 대학의 캠퍼스는 그 자체가 훌륭한 공원 같았다. 캘거리 대학은 9년 전에 비해서 새로운 건물이 늘어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결같이 유지되는 대학의 학구적인 분위기와 학생들의 활발한 레포츠 활동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학 환경과 비교해볼 때 여러 가지 면에서 부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캘거리가 특별한 건 캐나디언 록키의 관문이란 점일 것이다. 등반과 산을 좋아하는 내가 캘거리에 왔는데 록키산맥에 가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갈 인내심일랑은 애초에 없었다. 올해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을 기념해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면제해준다는 점도 좋았다. 학회 일정이 모두 끝나고 이틀 동안의 휴가를 내어 호중이와 둘이서 렌트카를 이용한 관광과 트레킹을 겸한 여행을 즐겼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 캐나디언 록키여서 익숙한 곳이 많았지만 다시 보아도 여전히 가슴 뛰는 광경들이었다. 예전에 왔을 때 시간 때문에 아쉽게 돌아서야 했던 보우폭포까지의 산길을 걸어보고, 가보지 않았던 요호(Yoho) 국립공원 쪽을 둘러본 것이 새로운 소득이다. 중년이 되어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에도 이제는 심드렁해질 때가 되었다지만 캐나디언 록키의 그림 같은 풍경들은 나의 삶에 다시금 새로운 도전 정신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고, 어릴적 친구와 캐나디언 록키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더욱 각별했던 캘거리 출장이 되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