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세 시간 강의를 마치고 나니 피로가 몰려들었다. 오후에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쉬고 싶었으나, 아파트 같은 라인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때마침 소음이 심한 철거 공사 중인 듯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겪어야 할 불편함 중의 하나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외출 중인 아내에게 연락했다. 화창한 봄날 오후를 밖에서 산책하며 보내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았다. 얼마 전 불암산둘레길을 걸으며 가 보았던 불암산철쭉제가 생각나 아내와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불암산 나비정원에 있는 축제장의 철쭉꽃은 거의 시들어서 예상보다 볼품이 없었다. 요사이 며칠 동안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쌀쌀해진 날씨 탓에 냉해를 입은 듯 보였다. 반면 서울둘레길을 따라서 2km 남짓 거리에 떨어져 있는 상계동의 나들이 철쭉동산은 한창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나 하얀색 철쭉꽃이 싱싱하고 소담스럽게 만개해 있었다. 철쭉군락지 둘레를 감싸고 있는 숲이 방풍림 역할을 해서 그랬는지 이 곳의 철쭉꽃은 다행스럽게도 냉해를 빗겨간 모양이었다. 퇴근하는 딸아이를 전철역에서 만나 함께 외식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린 한나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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