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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설악 서북주릉을 걷다 - 2009년 9월 12일

빌레이 2009. 9. 14. 16:27

새벽 네시에 집을 나섭니다. 요새는 능선길을 길게 걷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일본 북알프스 산행 이후 생긴 마음입니다. 민주지산 능선을 걸은 후 생각난 곳이 설악의 서북주릉입니다.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하니 바람이 차갑습니다. 등산객들은 주차를 못하게 합니다. 마음도 차가워집니다.

길가에 주차하고 산에 오릅니다. 가을이라 버스 단체 산객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귀때기청봉 방향의 능선길은 한적합니다.

귀청 부근의 너덜지대와 경사면에 점점이 서있는 침엽수 군락이 반갑습니다.

점봉산에서 주걱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하얀 구름에 잠겼습니다.

귀청 정상에서 바라본 내설악 풍광은 여전히 장쾌합니다. 저 멀리 화채봉까지 또렷히 보입니다.

귀청에서 대승령 가는 길 중간에 비를 만납니다.

무릎에 닫는 가을비가 차갑지만, 냉찜질 받는다 생각하니 이마저도 좋습니다.

쉬엄쉬엄 걷는 능선길 중간엔 용담, 금강초롱, 잔대, 쑥부쟁이 등의 들꽃들이 비를 맞아 더욱 깨끗합니다.

간간히 보이는 주목도 나그네의 피로를 풀어줍니다. 대승령에 이르니 비는 멈추고 어느새 등산복도 말라있습니다.

대승폭의 물줄기는 여리지만 절벽미와 소나무들의 아름다움은 여전합니다.

장수대로 하산하니 열 시간 동안의 서북릉 걷기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몰려옵니다.

설악이 항상 그자리에 있어 고마웠고, 생각날 때 서울에서 곧바로 올 수 있다는 것에 더욱 감사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