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마지막 날 등산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다.
요흐(joch)는 독일어로 "아래"라는 의미란다. 융프라우요흐역은 3454미터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다.
융프라우 주봉이 4158미터이고, 묀히와 융프라우 봉우리 사이에 융프라우요흐 기차역이 암반 지하에 있다.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이라 불리는 융프라우는 여러 가지로 세계 최고의 산악 관광지이다.
우선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올려다볼 때, 동쪽으로부터 차례로 알프스 명봉인
아이거(3970m), 묀히(4105m), 융프라우(4158m) 봉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다음으로 열차를 이용해서 고소 증세를 느낄 수 있는 해발 3500미터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다.
프랑스 샤모니의 에귀디미디는 4000미터에 육박하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융프라우를 올라야 하는 동양의 관광객에게는 운이 좋아야 한다.
고산의 기후란 예측할 수 없어서 산 아래의 날씨와 상관 없이 구름에 쌓여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나도 샤모니의 에귀디미디에 올라 코 앞에 있는 몽블랑 봉우리도 보지 못하고
안개 속에서 고소증세 때문에 지끈거리는 두통만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가족과 함께 겨울에 융프라우에 왔을 때도 봉우리들은 구름 속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새벽 6시에 호텔을 나서며 바라본 융프라우는 전날과 달리 선명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각에 호텔부터 빌더스빌까지 30여분을 걸어서 라우터부룬넨으로 가는 두번째 기차를 탔다.
라우터부룬넨에서 클라이네샤이덱으로 가는 등산열차는 이 날 올리가는 첫 기차에 올랐다.
여기서부터는 심한 경사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와 기차의 다른 점이다.
클라이네샤이덱은 겨울과 달리 초원으로 변해 있었고,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의 위용은 여전했다.
수 많은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 북벽이 맨 왼쪽, 그러니까 동쪽에 햇살을 받으며 거만하게 서있다.
묀히와 융프라우 봉우리 사이를 덮고 있는 빙하와 능선을 따라 이어진 눈처마는 계절을 잊게한다.
다시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융프라우요흐행 등산열차로 갈아탄다. 이제부터는 터널지대가 대부분이다.
터널 속을 오르면서 아이거반트역과 아이스미어역에서 5분간 정차하면서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첫번째 정차역인 아이거반트역의 전망대에선 구름 밖에 볼 수 없었다.
두번째 역인 아이스미어에서는 가장 환상적인 빙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름은 2천미터와 3천미터 사이에 걸쳐있는 것 같다.
드디어 융프라우요흐역에 도착한다. 약간의 고소 증세를 느낀다. 천천히 걸으면서 적응해야 한다.
역사는 지하에 건설되어 있고 다른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 등의 시설물들은 창을 내어 햇빛을 볼 수 있게 했다.
빙하 속을 뚫어 놓은 얼음 동굴도 볼만하다. 곳곳에 얼음 조각품들이 있고, 바닥까지 완전히 얼음천지다.
얼음동굴을 지나 눈을 밟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보았다. 영하 6도라는 기온에 걸맞게 무척 춥다.
눈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눈을 평평하게 다지는 포크레인 작업 중이어서 빨리 실내로 들어가라는 안내원의 신호 때문이다.
역에서 터널을 통해 한참을 가야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 유명한 융프라우요흐 전망대이다.
밖으로 나가 사방을 둘러보니 장쾌하기 이를 데 없다. 몬히와 융프라우 봉우리 사이의 작은 봉우리가 융프라우요흐이다.
산 아래의 골짜기도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이고 두 줄기 강물 같은 흔적이 뚜렷한 알레치 빙하도 멋지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최고의 경치일텐데... 산을 좋아한 내가 느꼈을 감흥이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른 아침 첫 기차로 올라 온 보람이 있다. 다시 역주변으로 돌아와 프리누들 쿠폰으로 컵라면을 받아 먹는다.
알레치 빙하를 내려다보며 호젓하게 먹는 컵라면 맛이 끝내준다. 추위를 느낀 후에 먹는 국물이 더욱 각별하다.
조금 있으니 다음 열차로 단체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시장바닥 같다.
내려 가는 기차에 승차하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 반대로 올라오는 기차는 꽉꽉 차있다.
호젓한 시각에 거칠 것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1.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올려다본 묀히와 융프라우 봉우리... 봉우리 사이에 융프라우요흐 전망대가 아스라히 보인다...
2. 수 많은 등반가들의 도전 대상이었던 아이거북벽...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 북벽과 함께 알프스 3대 북벽(north face)...
3. 융프라우 봉우리로부터 쏟아질듯한 빙하가 장관이다...
4. 아이거글레쳐역의 트레킹 부부... 보통 이곳까지 아이거트레일이라는 코스로 트레킹하여 올 수 있다...
5. 아이거반트역은 아이거글레쳐역 다음이다. 터널 속에서는 첫번째 역이다... 이 곳 전망대에서는 구름만 보았다...
6. 터널 속에서 두번째로 정차한 아이스미어역...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7. 오분 동안 정차해서 전망창을 통해 빙하지대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8. 아이스미어 전망창을 통해서 본 빙하지대의 모습은 최고의 절경이었다...
9. 융프라우역에는 광광객을 위한 얼음동굴을 뚫어놓았다. 상당히 길고 조각품들도 많아서 볼만하다.
10. 얼음동굴은 바닥을 잘 깍아 놓아서 그런지 많이 미끄럽지 않았고, 얼음조각들도 괜찮았다...
11. 얼음동굴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볼 수 있다... 대단히 추웠다...
12. 어떤 이들은 겨울 옷으로 완전무장하고 왔다... 나는 가을 복장쯤 되는데... 참을만 하다... 실내는 따뜻하니까...
13. 융프라우에 오르기 위해서는 칼날 능선을 트레버스해야할 것 같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
14. 구름 사이로 산 아래 마을의 새파란 잔디밭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15. 융프라우역 전망대 창의 고드름을 보니 한겨울 같다... 펼쳐지는 골짜기는 알레치 빙하...
16. 빙하 사이의 크레바스를 당겨보았다... 위에서 보면 안 보이는 히든크레바스일 것....
17. 알레치 빙하를 바라보며 여유 있게 컵라면을 먹던 기억은 잊히지 않을 추억거리...
18. 융프라우 전망대는 융프라우역에서 또 한 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야 한다... 높이는 3571미터... 고소증세가 느껴진다...
19. 라우터부룬넨, 그린델발트, 융프라우 등산열차가 만나는 곳인 클라이네샤이덱... 겨울엔 저 초원이 온통 스키장으로 변한다...
20. 시간만 허락된다면 나도 저 부부처럼 트레킹 코스를 마음껏 즐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