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노적봉 오아시스의 미인길 등반 - 2014년 7월 19일

빌레이 2014. 7. 20. 13:16

장마철이지만 중부지방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날씨다. 남부 지방엔 폭우 피해가 날 정도로 비가 왔다는 뉴스가 먼 나라 얘기 같이 느껴진다. 주말에 북한산에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노적봉 등반을 강행한다. 결과적으로 비 한 방울 만나지 않았던 날씨를 보면서 우리 나라 기상청의 예보 실력에 다시금 쓴웃음을 짓게된다. 구파발역에서 8시에 만나 북한산성 입구를 통해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무더운 날씨에 노적사까지 올라가는 완경사의 넓은 길을 걷는데도 많은 땀이 흐른다. 노적사에 들러 물 한모금 마시며 쉬어간다. 장마철의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날 정도의 옹달샘 물맛은 일품인데, 물을 아까워 하는 스님의 잔소리에 마음 편히 마실 수 없다.

 

노적사 좌측의 능선길을 따라 노적봉 중앙 슬랩 아래의 암장에 도착한다. 한 팀이 먼저 와서 쉬고 있다. 비가 온다는 예보 탓인지 하루 종일 이 팀과 우리들 외에는 등반하는 팀이 없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일주일 전 광클B길을 오를 때 북적였던 노적봉의 주말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것이 오히려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중앙벽 좌측 위쪽에서 출발하는 오아시스의 미인길은 광클B길을 오를 때 봐 두었던 곳이라 쉽게 어프로치를 끝낼 수 있었다. '오아시스의 미인'은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나와 은경이가 리딩과 쎄컨을 번갈아보면서 안전하게 오르기로 한다. 초입은 쉽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오아시스의 미인길이다.

 

첫 마디는 개념도 상에 각각 15m와 20m, 두 마디로 나와 있는 것을 내가 한 번에 선등으로 오른다. 그 뒤로 은경이가 슈퍼베이직으로 오른 후, 유집사님과 박교수님은 60m 자일 두 동을 연결한 상태의 간접 빌레이 상태로 오른다. 유집사님은 촬영 담당으로 멋진 그림을 담아 주시고, 박교수님은 라스트를 맡아서 장비 회수를 말끔히 해주신다. 짧은 잡목 지대를 지난 후 40m 길이의 둘째 마디가 시작된다. 난이도 5.10a의 만만치 않은 슬랩을 은경이가 어렵지 않게 선등하고, 내가 슈퍼베이직으로 오른다. 셋째 마디는 비교적 쉬운 구간이고, 넷째 마디는 5.10c의 난이도로 표시된 구간으로 가장 까다롭다. 내가 먼저 둘째 볼트의 슬링을 잡고 올라섰지만 그 다음이 아주 까다롭게 보인다. 이 곳에서 임시로 확보하고 은경이에게 선등을 맡긴다. 우측의 홈을 딛고 일어서면 되는데 처음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발홀드를 받쳐준 상태에서 은경이가 자세를 잡고 올라설 수 있었다. 크럭스를 지혜롭고 안전하게 돌파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그 다음 다섯 번째 마디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오버행 구간을 돌파한다. 오버행 지점에 레더를 설치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손 홀드가 확실하여 자유 등반 하는 것이 더 편하다. 여섯째 마디는 완경사 슬랩이고, 여기를 올라서면 정상 바로 밑의 오버행 직벽이 나타난다. 좌측으로 돌아서면 릿지 코스로 걸어서 오를 수 있지만, 하얀 페인트로 '오'라고 쓴 글씨가 마지막 피치임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여 인공등반 구간을 오르기로 한다. 우측 사선으로 뻗은 크랙 구간을 선등으로 붙어본다. 크랙에 중간 크기의 캠을 박고 손홀드로 사용하면서 레더를 이용하니 그리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다. 후등자들에겐 손홀드가 적절하지 않아 오히려 까다로울 수 있는 구간이다. 유집사님은 오르는 과정에서 크랙 표면에 팔의 피부가 약간 쓸리고,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과정에서 밑에서 발을 받쳐주던 은경이가 안경 때문에 얼굴이 살짝 긁히는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모두들 안전하게 등반을 마칠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상의 나폴레옹 모자 바위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긴 후 60m 자일 두 동으로 네 번의 피치 하강을 안전하게 마치고 출발점 부근의 짐을 데포해둔 아지트로 내려와 등반을 정리한다. 무엇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등반을 즐긴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구름 낀 하늘과 살랑살랑 불어주던 바람 때문에 등반 내내 더운줄 몰랐다. 하산하면서 고도를 낮출수록 후텁지근해지는 느낌 때문에 다시 바위에 붙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나니 등반 후의 노곤함도 사라지는 듯했다. 산 아래에서는 마른 장마로 개운치 못한 날씨에 짜증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노적봉 바윗길에서 '오아시스의 미인'이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시원한 등반을 즐겼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 마지막 피치, 인공등반 구간을 오르는 중이다.

 

▲ 오아시스의 미인길 출발지점엔 '오'라는 흰색 글씨가 쓰여있다. 

 

▲ 첫 피치의 첫 볼트에 클립하기 직전이다. 

 

▲ 우리 팀 외에는 한 팀 밖에 없었을 정도로 노적봉 바윗길이 한산했다.

 

▲ 안전한 등반을 위해 은경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선등과 쎄컨을 적절히 맡아가면서 올랐다.  

 

▲ 40 미터 길이의 쉽지 않은 슬랩 구간인 둘째 마디 중간을 쎄컨으로 오르고 있다.

 

▲ 노적봉은 대체로 피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안전을 위하여 선등자와 쎄컨이 적절히 피치를 끊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이 구간에서도 등반 능력에 따라서 볼트따기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 오아시스의 미인길은 흔히 오아시스라 부르는 바위 중간의 작은 숲들을 따라 루트가 이어진다.

 

▲ 노적봉의 바윗길은 대체로 확보점이나 볼트 등의 안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넷째 마디의 크럭스 구간인 둘째 볼트에 올라서고 있다.

 

▲ 등반 루트의 좌측으로는 원효봉과 염초릿지가 잘 보인다. 

 

▲ 다섯 번째 마디의 오버행 구간 바로 아래를 등반 중이다.

 

▲ 이 구간에서도 오버행 아래에서 내가 안전하게 확보를 보고 은경이가 먼저 오른다.

 

▲ 바윗틈에 뿌리내린 소나무의 싱그러운 자태가 멋지다.

 

▲ 라스트를 맡은 박교수님의 모습 아래로 우리가 등반한 오아시스의 미인길이 잘 보인다.

 

▲ 좌측으로 돌아서 올라가신 유집사님께서 인공등반을 준비 중인 모습을 담았다.

 

▲ 평소와 달리 선명한 조망은 아니지만 노적봉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언제나 시원스럽다.

 

▲ 60 미터 네 번의 하강은 용이한 자일 회수를 위하여 가능한한 직선 루트로 내려온다.

 

▲ 가뭄으로 수량이 넉넉치 않지만 계곡에서의 탁족은 정말 시원했다.

 

▲ 노적사 좌측의 노적봉 암벽코스 들머리에 있는 표지판. 

 

▲ 인터넷에서 검색한 오아시스의 미인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