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암벽화
실내 암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하게 되는 스포츠클라이밍이 요즘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목디스크 진단을 받은지 꽤 되었지만 내게는 스포츠클라이밍 만큼 치료에 긍정적인 것은 아직까지 없었다. 클라이밍을 한 이후로 뱃살도 빠지고 체중 조절에도 성공적인 것 같다. 팔에 근력이 생기다보니 클라이밍 능력도 서서히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한다면 고수들처럼 어려운 루트도 멋지게 해낼 수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암장에 다니는 횟수 만큼이나 암벽화를 착용하는 빈도도 높아졌다. 오버행 구간이나 미세한 발홀드를 디뎌야 하는 루트에서는 암벽화의 성능이 좋아야 한다.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 것처럼 클라이밍 고수들이야 슬리퍼를 신고도 내가 올라가는 루트 정도는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클라이밍 초보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내게는 암벽화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새 암벽화를 처음 신었을 때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발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꼭 끼는 암벽화를 신고 길을 들여야 비로소 제것이 된다. 고통이 수반되는 메모리폼인 것이다. 암벽화를 길들이는 초창기의 고통이 있기 때문에 자기 발에 잘 맞는 암벽화는 몸의 일부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클라이밍에서는 손보다는 발 동작이 훨씬 중요하다. 내 발에 잘 맞추어진 지금의 암벽화들로 안전하고 멋진 등반을 많이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
1. 요즘 스포츠클라이밍 할 때 자주 신는 암벽화. 클라이밍의 황제 크리스 샤마가 제작에 참여한 이벌브사의 샤만.
2. 처음 이 신발을 신고 벽을 오를 땐 눈물이 날 정도로 발이 아팠으나 지금은 맨발에 양말처럼 딱 맞는다.
3. 5년 전에 구입한 나의 첫 암벽화. 지금도 자연암벽에서는 이 신발을 신는다. 요새는 얇은 양말을 신고 착용한다.
4. 대학 선배에게 물려받은 암벽화. 스포츠클라이밍 교육 받을 때 주로 신었던 암벽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