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리-수동고개-서리산-축령산-탑거리 (2012년 6월 16일)
이른 아침 경춘선을 탄다. 마석역에 내려서 수동면으로 향하는 330-1번 버스를 기다린다. 스마트폰으로 버스의 운행 정보를 검색해본다. 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니 기다리는 시간을 초조함 없이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비교적 넓은 마석역 앞 광장에서 마음 편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버스가 다가온다. 지난 겨울 천마지맥을 걸을 때 몇 차례 이용했던 버스라서 친근하다.
버스 종점인 비금리에 내린다. 산 공기가 신선하다. 계곡을 따라 화채봉으로 가는 길을 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크레인이 열심히 작업 중인 그곳으로 가기가 싫어진다. 도로를 따라 수동고개까지 올라가 주금산에서 내려오는 산길과 연결된 축령단맥길을 타기로 한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고개길을 오르는 것이 생각보다 괜찮다. 20여분 정도를 걸으니 수동고개에 이른다. 주금산에서 내려오는 길을 확인하고 서리산 이정표를 따라 오솔길에 접어든다. 천마지맥의 주금산 구간을 지나면서 철쭉이 한창일 때 와보고 싶었던 능선길을 이제야 오르게 된다.
오솔길에 접어든 초입에서 예쁜 나리꽃이 우리를 반긴다. 무더운 여름 산행 중에 만나는 들꽃은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오늘 산행이 상쾌할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 주황빛 나리꽃을 스마트폰에 담아둔다. 수동고개에서 서리산 정상능선까지의 산길은 맘 편히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시설이 간간히 보인다. 숲이 울창하여 시원한 산바람이 가슴 속까지 서늘하게 다가오는 듯하다. 맑은 숲 속을 유영하듯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부에 이른다. 서리산 정상 능선길은 동네 신작로처럼 넓고 평탄하다. 철쭉동산을 거쳐 서리산 정상에 이르는 길엔 생각보다 큰 철쭉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무 터널을 이루고있는 철쭉 숲 사이로 난 좁다란 길을 돌아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리산 정상에서 절고개까지의 길은 임도처럼 드넓은 내리막 길이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좌우로 숲을 이루고 있으니 땡볕에 노출될 염려는 거의 없다. 하얀 나비들이 흩날리는 눈처럼 군무를 하고 있는 그 길을 걷노라니 천국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지경이다. 요절한 가수 김정호의 구슬픈 가락이 가슴을 울렸던 노래 <하얀나비>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울창한 숲 속에 하얀 벚꽃처럼 넘실대는 나비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폰카를 대보지만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 자연 속에서 나비 무리와 함께 하니 어느 때보다 기분이 맑아진다. 상쾌해진 기분 속에 걸어가다 길가에서 오디가 듬뿍 달린 뽕나무를 발견한다. 뽕나무에서 잘 익은 오디를 따먹으니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입 안에서 살살 녹아 내려 혓바닥이 검붉게 물드는 모습에 어린 시절 생각이 절로난다.
절고개에서 축령산 정상까지는 조금 가파른 오르막이다. 자연휴양림 쪽에서 축령산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산객들이 많다. 정상 주변에도 삼삼오오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 이들이 많아 정상석만 확인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대성리로 이어지는 축령단맥길을 찾기 위하여 내려가면서 좌측으로 빠지는 산길을 확인한다. 용케도 리본 서너 개가 달려있는 축령단맥길을 잘 찾아 급경사를 내려서니 점심 먹기 좋은 안부가 나타난다. 그 곳에서 한참을 쉬다가 하산한다. 내려오는 길 중간에 소나기를 만난다. 최근의 가뭄 때문인지 산을 걷다 만나는 소나기도 반갑다.
오솔길을 벗어나 드넓은 임도에 내려서니 비가 그친다. 임도를 조금 걷다보니 운두산과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축령단맥길로 접어드는 리본들이 보인다. 나머지 구간은 다음을 위해 아껴두기로 하고 우리는 수동면의 탑거리로 하산하기 위해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한다. 길가에 하얀 초롱꽃이 탐스럽게 피어있다. 빗물 머금은 그 모습이 더욱 싱그럽다. 편안한 산 속의 임도를 걸어 내려오니 어느새 탑거리 버스정류장이다. 다시 330-1번 버스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온다. 어느 때보다 숲 속의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히 스며든 산행이었다. 성하의 초록잎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아름드리 참나무 숲에서 하늘하늘 춤추던 하얀 나비들의 향연이 한참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1. 축령산 정상능선에서 벗어나 축령단맥길로 접어들어 가파른 길을 내려와 뒤돌아본 바위 절벽.
2. 수동고개는 남양주시와 가평군의 경계. 좌측이 주금산, 우측이 서리산으로 향하는 능선.
3. 수동고개에서 서리산으로의 등산로 출발점.
4. 능선길에 접어들어 만난 나리꽃.
5. 간간히 나무 사이로 보는 조망이 깨끗하다. 주금산 정상과 독바위가 보이는 듯..
6. 저 멀리 천마지맥 주금산 구간이 펼쳐져 있고, 수동고개에서 우리가 걸어온 능선이 내려다보인다.
7. 철쭉동산의 철쭉 군락엔 50년이 넘은 아름드리 철쭉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8. 철쭉동산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가평베네스트 골프장과 운악산. 한북정맥과 연인산, 화악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9. 철쭉동산에서 바라본 가평군 방향. 서리산 절벽부는 원시림으로 풍성하다.
10. 철쭉동산으로 유명한 서리산인데... 철쭉꽃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산이다.
11. 서리산 정상의 이정표.
12. 하얀 나비들이 군무를 이루던 곳에서 나비를 담아보려는데... 폰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13. 서리산에서 절고개로 내려서는 산길은 넓지만 숲이 좋아 시원하다. 하얀 나비들이 많았던 구간.
14. 서리산에서 억새평원사거리로 내려선다.
15. 삭정이 같은 나뭇가지 끝에도 푸른 생명이 계속된다.
16. 검붉게 익은 오디를 따먹는 맛이 그만이다.
17. 절고개로 내려가기 직전에 올라갈 축령산을 굽어본다.
18. 여러 차례 올랐던 축령산 정상이다.
19. 하산길에 비구름이 몰려오는 모습. 경기의 명산들이 산겹살(?)을 이루고 있다.
20. 하얀 초롱꽃이 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