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마루금 산행 - 2012년 2월 11일
천마지맥의 하일라이트 부분인 주금산, 비금산, 내마산, 철마산, 과라리고개, 천마산이 이어진 마루금을 세 차례에 걸쳐 나누어 걸었다. 걷기 산행을 위한 대상지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게는 정말 괜찮은 산행 코스란 생각이다. 백두대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마루금을 연결한 종주 산행 코스는 자동차 도로나 임도 등에 의해 많은 곳이 끊겨 있다. 천마지맥의 이 코스는 인공적인 끊김이 전혀 없는 부드러운 흙길을 길게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주금산에서 철마산에 이르는 마루금이 생각보다 길었다. 해서 천마산까지 가지 못하고 쇠푸니 고개에서 진접읍 금곡리 쪽으로 하산한 것이 2 주 전이다. 그 길을 이어 천마산까지 가고싶은 생각에 새벽에 집을 나선다. 상봉역에서 일곱 시에 친구들을 만나 진접으로 향하는 202번 버스에 승차한다. 종점 직전의 금곡리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지난 번 하산했던 코스를 그대로 되짚어 올라 쇠푸니 고개에 이른다. 익숙한 친구집을 다시 찾은 것 같은 반가움이 느껴진다.
오솔길은 부드럽게 이어지고 날씨도 차갑지 않다. 천천히 산길에 젖어드는 것처럼 걷다보니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저멀리 천마산 봉우리가 목표 지점으로 보이긴 하지만 거기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좋다. 주말인데도 천마산 언저리에 다다른 다섯 시간여 동안 마주친 등산객의 수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길의 큰 장점인 듯싶다. 능선이라 편안히 둘러앉아 점심 먹을 장소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발견한 양지바른 바위벽 아래는 점심 먹고 쉬는 장소로 충분히 훌륭했다.
과라리고개는 철마산에서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쉬어가는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마루금 서쪽의 진접읍 과라리 마을과 동쪽의 수동면 수산리 마을을 잇는 고개이기도 하다. 소박한 벤치 두 개가 있고 과라리 아리랑이 적혀진 자그마한 푯말이 돌담과 함께 설치되어 있는 과라리고개는 지친 나그네가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우리 일행도 이 곳에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쉬었다 간다. 가락은 알 수 없지만 애잔함이 느껴지는 과라리 아리랑을 현장에서 읽어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래도 어디 한 구석 짠한 데가 있거든 여기 과라리 고갯마루에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란 구절이 좋다.
과라리고개를 뒤로하고 천마산으로 향한다. 북사면이라 눈이 쌓여 있는 된비알을 오르기 위해 아이젠을 착용한다. 천마산 정상은 험준한 암릉지대이다. 바위 틈에 튼튼히 뿌리박고 의연히 서있는 암릉 위의 소나무 몇 그루가 아름답다. 천마산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조망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우리가 걸어온 마루금이 힘차게 굽이친다. 세 번에 걸쳐 걸어온 그 길의 꼭지점에 섰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감회가 밀려온다. 천마지맥의 부드러운 능선길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마치고개로 하산할 계획이었으나 능선길을 계속 이어 내려오다보니 자연스레 마석 시내로 이어졌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친구들과 확인해보니 천마지맥의 연장선인 마치고개로 가기 위해서는 이정표에서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내려가야 했었다. 마석역 주변의 음식점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걸었던 시간이 아홉 시간을 훌쩍 넘겼다. 맑은 공기와 함께 천천히 걸으며 길게 산 속에 머물렀다는 것이 기뻤다. 숯불고기 쌈밥이 기막히게 맛있었던 건 고생 후의 밥맛이 더욱 특별한 까닭일 게다. 다시금 과라리 아리랑이 뇌리에 떠오른다.
산다는 게 살아 간다는 게 모두 /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 / 산길과도 같아서
천 번을 다녀도 갈 적마다 새로운 것이 / 우리 인생 여정과도 같아서
늘 한 자리에서 / 만고풍상 마다 않고 얼싸 안는 모습이 / 따스한 어머님 품속 같아서
그래, 많이 힘들제? / 여기 잠시 쉬었다 가거라
긴 숨 한 번 크게 들이켰다가 / 쭉 내뱉어 보거라 / 세상사 뭐 그리 부러운 님 없을 게다
그래도 어디 한 구석 짠한 데가 있거든 / 여기 과라리 고갯마루에 /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
아리랑 아리랑 과라리 아리랑 / 과라리 과라리 울엄니 아리랑
자, 다시 시작하거라 / 가는 길에 행여 고비를 맞거든
스스럼 없이 이제 / 나를 밟고 지나 가거라 / 무심하게 그냥 무심하게
1. 천마산 정상 암릉 위의 소나무들이 멋지다... 그 사이로 내려다보는 능선길이 하산했던 코스..
2. 천마지맥 마루금은 대부분 흙으로 이루어진 부드럽고 호젓한 오솔길..
3. 이정표는 친절하다... 쉬면서 읽어볼만한 시를 달아놓은 것도 좋아 보인다..
4. 천천히 걷다보면 시를 감상할 여유도 생긴다... 예전엔 대부분 그냥 지나쳐버렸던... 산에서도 바빴던 자신이 부끄럽다..
5. 능선길은 바람이 분다... 바람을 막아주는 양지바른 절벽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6. 과라리 고갯마루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
7. 과라리고개엔 앉아서 쉬기 좋은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8. 작은 푯말이지만 설치한 이의 정성이 느껴진다..
9. 팔현리 오남저수지 방향 갈림길에 있는 이정표... 남양주시에는 정약용 선생의 정신이 흐르고 있는 듯..
10. 이 안부를 지나면 천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북사면의 된비알이라 아이젠이 필요하다..
11. 안부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삼형제..
12. 천마산 정상에 서면 걸어온 마루금이 선명히 보인다... 구불구불 이어진 마루금이..
13. 천마산 정상부 암릉에 일렬로 서있는 소나무들은 정말 멋지다..
14. 소나무 가지를 손그늘 삼아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눈 쌓인 하얀 임도의 곡선이 아름답다..
15. 천마산 정상부엔 바위 아래에 쉬기 좋은 장소가 많다..
16. 바위틈에 튼튼히 뿌리내린 소나무의 생명력... 위대하다..
17. 마석 시내로 향하는 하산길에 누군가 설치해놓은 샌드백... 레슬링 선수 출신인 친구가 한 방 날린다..
18.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고, 하고픈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이 산하가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